[SC초점] 에스파가 해냈다, SM 2막 성공

그룹 에스파가 성공적인 SM 3.0의 시작을 알렸다. 사진은 8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던 에스파의 모습. 왼쪽부터 닝닝 윈터 카리나 지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광야에서 탈출한 에스파가 현실 세계를 정복했다.

에스파가 5일 발표한 미니 3집 '마이 월드'로 컴백했다. 에스파의 컴백은 지난해 7월 발매한 미니 2집 '걸스' 이후 약 10개월 만의 일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돌아오는 에스파를 마냥 반갑게만 맞아줄 수는 없었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경영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았던 터라 반가움보다 우려와 걱정이 컸다. 지난 몇달간 SM과 카카오 연맹, 그리고 하이브와 이수만 동맹이 경영권을 두고 첨예한 분쟁을 벌이면서 소속 아티스트들도 살얼음판을 걸어야 했다. 특히 에스파는 이수만의 나무심기 프로젝트 때문에 신곡에 '나무심기' 등 세계관이나 음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가사가 들어가 멤버들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속상해했고 결국 컴백까지 연기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팬들에게 분노를 안겼다.

결국 하이브가 경영권에서 손을 떼기로 했고 SM은 정상화 됐다. 그렇게 SM 3.0 시대, SM의 새로운 2막이 시작됐다. 그리고 확 달라진 SM 체제에서 탄생한 에스파의 신보는 어떨지 팬들은 물론 업계의 관심도 집중됐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마이 월드'는 광야에서 리얼 월드로 돌아온 에스파 멤버들의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계관 시즌2 서사를 담았다. 지난 시리즈에서 미지의 공간 광야에서 미지의 존재 블랙맘바와 싸우는 여전사로 독특한 세계관을 보여줬던 에스파는 '마이 월드'에서는 한결 자유분방하고 에너제틱한 모습을 보여준다.

얼터너티브 팝 장르의 선공개곡 '웰컴 투 마이 월드'에서는 나비스와 리스너들을 에스파만의 '마이 월드'로 초대한다는 메시지를 몽환적으로 풀어냈다. 타이틀곡 '스파이시'는 강렬한 신스 베이스 사운드와 다이내믹한 비트가 돋보이는 댄스곡으로 에스파는 치명적인 매력과 개성 넘치는 보컬, 발랄하고 영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또 2월 열렸던 첫 단독 콘서트를 통해 선공개했던 '솔티 앤 스윗'에서는 장난기 가득한 보컬로 키치한 매력을 드러냈고, R&B곡 '써스티'와 팝곡 '아임 언해피', 발라드곡 '틸 위 밋 어게인' 등으로 강렬한 퍼포먼스와 세계관 스토리에 가려졌던 보컬 실력을 마음껏 드러냈다.

이수만 1인 총괄 프로듀싱 체제에서 벗어나면서 유영진 표 'SMP'가 아닌, 다채롭고 자유로운 음악적 스펙트럼 확장을 보여준 것.

윈터는 "이번에 새롭게 실행한 본부제가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이 있기보다는 조금더 우리에게 집중할 수 있는 우리만의 팀이 꾸려진 느낌이었다"며 "회사의 디테일한 사정보다는 팬들의 혼란을 걱정했고, 어떻게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지에 신경썼다. 공백이 길었던 만큼 멘탈관리도 열심히 하고 멤버들끼리 으�X으�X하며 재정비했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스파이시' 뮤직비디오는 이런 에스파의 변화를 좀더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광야를 누비며 전투를 벌이던 전작들과 달리 하이틴 감성을 입고 다양한 스타일링을 소화한다.

카리나는 "가상 세계 광야에서 활동하며 블랙맘바를 무찌르는 전사 같은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이번엔 리얼 월드에서 하이틴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게 됐다. '스파이시'는 에스파로서 처음 보여주는 느낌이라 좋았다. 처음 듣고 기억에 남았는데 여름 느낌이 나서 이 곡을 하고 싶다고 회사에 말씀드려서 타이틀곡으로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이어온 가상세계 콘셉트를 절묘하게 매치, 세계관의 단절이 아닌 확장과 변화를 꾀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웰컴 투 마이 월드'에서는 블랙맘바에 맞서 함께 싸웠던 나비스가 피처링으로 참여했고, '스파이시' 뮤직비디오도 곳곳에 가상세계와의 연결 고리를 남겨놨다.

카리나는 "데뷔 때부터 전투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걸그룹으로서 이런 세계관을 이어간 것은 새롭고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다시 전투를 할 수도 있으니 그때 또 반가워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에스파는 영리한 성장과 변화로 SM 3.0의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었다. '마이 월드'는 선주문량만 180만장을 돌파하며 자체 최고 기록(161만장)을 뛰어넘음과 동시에 역대 K팝 걸그룹 2위 기록을 세우더니, 정식으로 앨범이 발매되자마자 첫날 137만 2929장이 팔려나가며 K팝 걸그룹 신기록을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 브라질 싱가포르 태국 등 전세계 20개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중국 QQ뮤직 신곡차트, 뮤직비디오 차트, 글로벌 한국 부문 1위 등도 기록했다. '스파이시'는 국내 주요 음원 플랫폼 상위권에 안착했다.

에스파는 8월 일본 도쿄돔에서 단독 콘서트도 연다. 이는 해외 아티스트 사상 최단기간 도쿄돔 입성 기록이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