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가정의 달, 대화의 달

강대원 천주교 대전교구청 홍보국장·신부 2023. 5. 1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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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기억 속에 어른들은 티비를 보면 뉴스를 주로 보았다.

뉴스에서 들려오는 듣고 보기조차 싫은 소식들을 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가정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강조점은 이 사회의, 이 나라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가정의 역할이 필요한데, 가정 역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정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면 우리 사회 안에서도 대화가 통하는,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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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원 천주교 대전교구청 홍보국장·신부

어렸을 적 기억 속에 어른들은 티비를 보면 뉴스를 주로 보았다. 정치, 경제에 관한 소식들을 들으며, 나름의 토론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저씨, 아줌마들은 뉴스만 보고 정치와 경제에 관한 이야기만 하는 존재인 줄 알았다. 이미 아저씨가 돼버린 나는 어렸을 적 어른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살아가고 있다. 티비와는 약간 동떨어져 스마트 폰으로 아저씨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와 말하기보다는 혼자 시청하고 혼자 판단하고 그것이 옳다고 믿는 존재로 돼버렸다. 아저씨가 돼버렸음에도 어렸을 적 기억 속의 아저씨와는 다른 사람이 됐다. 잘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으로.

티비든 포털사이트이든 소위 뉴스라고 하는 소식들은 늘 좋지 않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성장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에 혈안이 된 채 살아온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는 듯하다. 과정은 중요치 않고 결과만을 중시했던 산물일 것이다. 나의 행복을 위해 남의 불행은 신경 쓰지 않았던 모습의 열매인 듯하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나쁜 소식들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닌 우리의 삶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책임이다. 선배들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이 만들어낸 결과이며 불의한 것을 보았지만 바꾸지 못하고 순응하며 지내온 우리의 잘못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사회 조직의 가장 기초단위이다. 이 가정이 없이는 사회도 나라도 세계도 존재할 수 없다. 불의를 보고 참고 살아가는 이유 중의 한 가지가 가정이다. 내 배우자가, 내 자녀들이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뉴스에서 들려오는 듣고 보기조차 싫은 소식들을 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가정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아니 시작해야 한다. 올바른 가치관을 가정 안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것은 가르치는 것으로만 시작할 수 없다. 삶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만나기가 너무 어렵다. 만나기가 어려우니 만나도 어색하다. 특별히 자녀들과의 관계가 더 그러하다. 아이들을 만날 시간도,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나눌 기회가 없다. 그래서 자녀들과의 관계가 점점 서먹해진다. 가끔 만날 때 부모로서의 조언을 거침없이 한다. 그래서 관계가 더욱 더 나빠진다. 부부간의 관계도 비슷하다. 서로 일을 하고 피곤에 절어 쉬기 바쁘다. 각자의 관심사가 서로 다르며 공통의 주제도 점점 없어진다. 그래서 부부관계도 어색해진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물론 이런 예시가 일반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강조점은 이 사회의, 이 나라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가정의 역할이 필요한데, 가정 역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찾아보자. 천주교회 성직자로서 신자들에게 하는 조언이 있다. "대화하기 위해서는 입을 닫고 귀를 열어야 한다. 그리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부부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입을 닫아야 한다. 아이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먼저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고 귀를 열어야 한다. 사고의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만 대화할 수 있다. 내 것만을 말하는 대화 비슷한 것이 아닌, 들음으로써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대화이다. 이것이 가정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면 우리 사회 안에서도 대화가 통하는,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가정의 달, 대화하는 가정이 되어 이 사회를 바꾸어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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