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에스파 VS 굳히기 르세라핌, 불붙었다[SS뮤직]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불이 제대로 붙었다. 일주일 차이로 컴백한 에스파(aespa)와 르세라핌(LE SSERAFIM)이 K팝 걸그룹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선공은 르세라핌이었다. 르세라핌은 지난 1일 발매한 첫번째 정규 앨범 ‘언포기븐(UNFORGIVEN)’이 발매 당일 한터차트 기준 102만장이 넘게 팔려나가면서 K팝 걸그룹 첫날 판매량 신기록을 썼다. 이는 블랙핑크가 지난해 2집 ‘본 핑크’로 기록한 종전의 걸그룹 최고 판매랑 101만여장을 웃도는 기록이기도 하다.
하지만 르세라핌이 세운 기록을 에스파가 일주일 만에 보란듯이 갈아치웠다. 에스파는 지난 8일 발매한 세 번째 미니앨범 ‘마이 월드(MY WORLD)’로 한터차트 기준 첫날 음반 판매량 137만 장을 돌파하며 르세라핌이 세운 신기록을 일주일도 안 돼 다시 썼다.
특히 ‘마이 월드’의 선주문량은 180만장으로, 이 같은 기세라면 K팝 걸그룹 초동(음반 발매 후 일주일 판매량) 신기록 도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블랙핑크 ‘본 핑크’가 154만장으로 K팝 걸그룹 초동으로는 1위다.
이번 컴백으로 ‘2연속 밀리언셀러’에 등극한 두 그룹의 선의의 경쟁에 업계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K팝 걸그룹 초동 순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지만, 성적표를 떠나 이들의 음악 행보는 상당히 엇갈리고 있다.
가상세계 ‘광야’로 떠났던 에스파는 현실로 돌아왔다. ‘마이 월드’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 에스파는 한층 밝고 ‘영’해졌다. ‘마이 월드’에서는 에스파만의 특징이지만 다소 난해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던 가상현실 세계관을 잠시 내려놓고 멤버들의 나이대에 맞는 발랄함을 내세우며 대중성을 노렸다는 점이 기존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에스파는 이번 앨범으로 완벽한 ‘변화’를 택했다. 데뷔곡 ‘블랙 맘바’부터 ‘넥스트 레벨’, ‘새비지’, ‘걸스’까지 가상세계와 아바타라는 세계관을 고집하며 강렬하고 전사적인 곡을 연달아 선보였던 에스파는 이번 타이틀곡 ‘스파이시’에서는 마치 미국 하이틴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자유분방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보여준다.
2021년 발표한 ‘넥스트 레벨’로 신인상을 휩쓸며 4세대 걸그룹 열풍의 포문을 열었지만 이후 발표하는 곡들 모두 과격한 전사 스타일의 안무와 전투적인 스타일의 곡들로 자신들의 세계관에 갇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말이 나오기도 했다.
꾸준한 팬덤으로 앨범은 커리어 하이를 이어갔지만 아이브, 뉴진스 등 막강한 신인 걸그룹이 등장하면서 음원 성적과 화제성 측면에선 아쉬움을 남겼다.
여기에 지난 2월 ‘SM 3.0’의 선언과 함께 시작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인수전 풍파 속에 10개월이라는 신인으로서는 긴 공백의 시간도 보내야 했다. 이수만 전 SM 총괄프로듀서가 기획 단계부터 애정을 갖고 참여해 주목받았던 에스파는 당초 지난 2월20일 컴백을 목표로 준비해왔으나 SM 경영권 분쟁 여파로 컴백이 연기되기도 했다.
이수만을 지우고 영리한 세계관의 변화를 택한 에스파는 자신감이 넘친다. 지난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윈터는 “(그간 타이틀 곡이) 어둡고 심오한 이야기만 해서 저희가 한이 많이 맺혀 있다. ‘스파이시’로 그 한을 풀고 싶다”고 말했다.
닝닝 역시 “시도하는 게 좋고 두렵지 않다”며 확신에 찬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도쿄돔 단독 콘서트와 정규 앨범 발매 계획도 밝혔다. 광야에서 빠져나온 에스파의 더 넓고 풍성해진 음악 스펙트럼에 글로벌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르세라핌도 다른 걸그룹과는 차별화된 자신들만의 색깔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가며 가파른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하이브의 첫 걸그룹 주자이자 방시혁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방탄소년단 여동생’ 타이틀로 많은 주목을 받은 르세라핌은 데뷔 1년만에 정규앨범을 발매했다.
동명의 타이틀곡 ‘언포기븐’은 걸그룹 타이틀곡으로는 보기 드물게 ‘역경에 맞서는 연대’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담았다. 사실 이번 신곡 뿐만 아니라 이전에 발표한 데뷔곡 ‘피어리스’와 두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안티프래자일’ 모두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타인의 평가에 개의치 않으며 자신들만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당당함과 자신감을 노래에 담아왔다.
특히 르세라핌은 가녀린 몸매, 예쁘장한 외모 대신 탄탄한 근육과 건강미를 전면에 내세우는 포인트 안무들과 악동같은 표정들로 새로운 매력을 보여줘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어왔다. 또한 이번 정규 앨범을 통해서는 ‘피어리스’, ‘안티프래자일’로 보여준 주체적인 ‘나’를 넘어 ‘우리’로까지 확장시킨 점도 타 걸그룹과의 차별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줄곧 르세라핌을 따라다니는 논란이 있다. 바로 해외 아티스트와의 유사성 이슈다. 타이틀곡의 킬링 파트라 할 수 있는 ‘언포기븐 아임 어 빌런 아임 어 빌런 아임 어’라는 부분이 스페인 가수 로살리아(Rosalía)의 ‘치킨 데리야키(CHICKEN TERIYAKI)’ 속 창법과 리듬이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치킨 데리야키’는 앞서 르세라핌의 전작인 ‘안티프래자일’과도 음악과 안무에서 한 차례 유사성으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에 대해 리더 김채원은 “르세라핌의 곡과 콘셉트는 우리의 이야기와 메시지를 담은 곡이라 우리의 고유 창작물”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르세라핌이 주체성을 강조하는 그룹의 메시지를 담은 만큼 반복되는 유사성 논란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언포기븐’에서 논란이 된 구간을 제외하고는 강인한 메시지에 비해 전체적으로 노래가 밋밋하다는 느낌도 지우기 어렵다.
비슷한 음악과 콘셉트에 지루함을 느낀다는 반응도 있다. 자신들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하이틴 콘셉트로 변화를 준 에스파와 달리 정규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기존과 비슷한 이미지와 서사, 콘셉트를 선보인 르세라핌에 새로운 음악적 시도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르세라핌의 수록곡에는 ‘이브, 프시케 푸른 수염의 아내’, ‘번 더 브릿지’, ‘파이어 인 더 벨리’ 등 도전적인 곡 구성, 리듬, 장르가 담긴 곡들이 많아 타이틀곡의 구설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앨범 판매 수치가 곧 대중성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4세대 걸그룹들이 일제히 밀리언셀러 반열에 오른 만큼, 지금부터는 누가 대중성까지 얻느냐에 달린 싸움”이라며 “당당함과 자기애를 내세워 K팝의 흐름을 바꿨다면 이젠 자신들의 더 다양한 음악과 성장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짚었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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