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삼중수소’ 희석하면 안전할까?
한일 양국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한 한국 정부 시찰단 파견에 합의한 이후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핵 단체와 환경 단체 등을 중심으로는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내세우고 있고, 원자력 전문가들은 오염수 방류가 우리 국민이나 해양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 ① 오염수 속 삼중수소 영향은?... 그린피스 초청 美 교수 "관련 연구 부족…몸에 쌓이면 큰 문제"
지난달 말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티머시 무소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생물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 '삼중수소'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세슘 등 인체에 해로운 방사성 물질을 걸러낸 뒤 정화된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ALPS를 통해서도 걸러지지 않는 게 있는데 그중 하나가 삼중수소이기 때문입니다.
무소 교수는 국내 언론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 등을 통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가 몸 안에 쌓이게 되면 유전자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도쿄전력이 삼중수소 베타선이 피부도 뚫지 못할 만큼 투과력이 약해 인체에 해가 없다고 하고 있지만, 삼중수소가 체내에 들어오면 큰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합니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수석 원자력 전문위원 역시 "삼중수소를 비롯한 방사능 핵종이 체내에 축적될 수 있다"며 "도쿄전력은 축적 효과, 먹이사슬을 통한 영향 등 삼중수소와 기타 방사능 핵종이 해양 환경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평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반 히데유키 일본 반핵정보자료실 공동대표도 "'희석하면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은 잘못됐다"며 "희석하더라도 방출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방사성물질 방출 총량에 의한 환경 축적과 피폭 축적을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오염수에 섞여서 방류될 삼중수소가 장기적으로 체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일본 정부의 방류 계획과 자료 등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 ② '삼중수소' 희석하면 안전?...원자력 전문가 "방류 직후 농도, 자연상태 수준""
반면, 원자력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가 해양 생태계나 이웃 국가에 미칠 위험성이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삼중수소 농도를 자국 배출 기준치인 리터당 6만Bq(베크렐)의 40분의 1,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음용수 기준인 리터당 1만Bq의 7분의 1 수준인 리터당 1500Bq로 떨어뜨려 배출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삼중수소는 자연 상태의 민물과 바닷물에도 존재하는데, 민물에선 보통 리터당 1Bq, 바닷물에서는 0.1Bq 정도로 측정됩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방류 직후 삼중수소 농도가 자연 상태와 비슷하거나 더 낮아지기 때문에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방류구에서 몇 킬로미터만 떨어지면 민물 수준의 삼중수소 농도로 떨어진다"며 "거기에서 조금 만 더 가게 되면 원래 바닷물(속 삼중수소) 농도였던 리터당 0.1 Bq로 떨어진다"고 밝혔습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도 "반경 2~3Km만 지나도 한강물 수준으로 삼중수소 농도가 떨어지는데 해류를 타고 바다를 건너 우리나라까지 오면 검출되는 게 없다"며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수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삼중수소가 체내에 들어오더라도 10일 정도면 배출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 ③ 우리 바다 영향은?...국책연구기관 "오염수, 방류 후 4~5년 뒤 국내 유입될 것"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시뮬레이션 결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태평양을 돌아서 방류 4~5년이 지나야 우리 해역으로 본격 유입될 것으로 봤습니다.
또, 10년 후 우리 해역으로 들어오는 삼중수소의 양은 국내 해역 평균 삼중수소 농도의 10만분의 1 수준인 1㎥당 0.001Bq 수준으로 예상했습니다.
■ ④ 오염수 농도 등 일본 자료 믿을만 할까?..."시찰단이 일치 여부 확인해야 "
오염수의 안전성을 두고 시각이 다른 가운데, 우리 정부 시찰단은 후쿠시마 원전에 가서 일본 측이 그동안 제시해온 자료가 실제와 일치하는지 과학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우선 해야 할 거로 보입니다.
오염수 시료를 확보해 자체 검증을 하는 게 시찰단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법이지만, 일본 정부가 얼마나 협조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오염수 농도가 일본 측이 주장하는 것과 일치하는지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희석농도를 계산할 때 어떤 모델을 사용했고, 배출구는 어떻게 설계했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유대 기자 (yd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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