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보니 덜 새롭네" 고개 든 '가상인간 마케팅' 회의론

한전진 2023. 5. 1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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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홈쇼핑, 커머스까지 종횡무진
디지털 소비 친숙한 MZ세대 관심 '원동력'
높아지는 노출빈도·엔데믹 트렌드는 '변수'
가상인간 루시 로지 와이티 / 그래픽=비즈워치

유통업계에 가상인간이 종횡무진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흥미 끌기를 원하는 업계 수요와 가상인간이 가진 여러 장점이 잘 맞아 떨어진 결과다. 인간 스타에 비해 비용도 적게 들 뿐 아니라 리스크 관리 부담도 적다. 다만 고객과 깊은 유대감을 쌓기 어렵다는 점, 가상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줄고 있는 점 등은 한계로 평가된다. 가상인간 열풍이 신기루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가상인간 잘 나가네

SSG닷컴은 지난 9일 콘텐츠 커머스 플랫폼 쓱티비의 공식 쇼호스트로 가상인간 '와이티'를 발탁했다. 이달 섬유유연제 다우니 영상을 시작으로 상품 체험기, 라이브커머스 등 콘텐츠에 출연할 계획이다. 와이티는 지난해 신세계그룹이 그래픽 전문기업 펄스나인과 손잡고 제작한 Z세대 여성 콘셉트 가상인간이다. 현재 서울시 청년홍보대사 위촉 등 여러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가상인간 ‘와이티(YT)’ / 사진=SSG닷컴

앞서 SSG닷컴은 지난 두 달여간 와이티를 활용한 테스트 방송을 진행했다. 지난 3월 공개한 스와로브스키 영상은 3만뷰가 넘는 누적 뷰를 기록했다. 같은 달 출연한 SK-II 콘텐츠를 통해 발생한 매출은 2억원에 달한다. SSG닷컴에 따르면 이는 기성 쇼호스트 콘텐츠 대비 평균 30%가량 높은 수치다. SSG닷컴은 와이티를 앞세워 MZ세대를 겨냥한 상품·서비스를 지속 선보일 계획이다.

롯데홈쇼핑은 인간 쇼호스트 대신 가상인간을 내세우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최근 쇼호스트 정윤정이 방송 도중 욕설로 무기한 출연 정지를 받으면서 관련 브랜드 상품 매출이 줄어드는 손해를 봤다. 롯데홈쇼핑은 돌파구로 자체 개발한 가상인간 '루시'를 쇼호스트로 적극 활용 중이다. 이외에도 국내 최초 가상 인간 '로지'는 지난 2021년 광고 모델로 활약해 10억 이상을 벌었다. 

커지는 '가상 인간' 기대

이미 가상인간은 인간 스타와 비교될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디지털과 SNS에 익숙한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빠르게 스며들었다. 잘 살펴보지 않으면 사람과 구별조차 어려운 생김새, 스타성 구축을 위한 메타버스(가상세계) 구성까지 가상인간 마케팅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지난해 4만여 명이었던 로지의 SNS 팔로워 수는 현재 13만 명을 돌파했다. 

가상인간 시장 규모 전망치 / 그래픽=비즈워치

특히 유통업계에서 그 시너지 사례가 두드러진다. 가상인간은 빠르게 변하는 대중의 트렌드를 흡수해 다양한 이미지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 사생활이나 과거 행적에 대한 문제 발생 리스크가 없다는 점도 큰 강점이다. 젊은 소비층의 호기심을 자극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도 있는 것도 매력이다. 무엇보다 가상인간은 시공간에 제약 없이 다양한 장소에서 광고 집행이 가능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이머진리서치에 따르면 가상인간 시장은 2020년 100억달러(약 13조500억원) 규모였으나, 2030년 5275억8000만달러(약 688조4919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홈쇼핑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간 스타는 이미지 선별부터 협업 과정까지 어려움이 많지만 가상인간은 여기에 신경 쓸 필요 없이 무한대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신기루일 수도 

반면 가상인간 마케팅이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실 가상인간이 '흥했던' 것은 호기심의 영향이 컸다. 디지털 소비에 친숙한 젊은 소비자들에게 메타버스는 재밌는 흥미 요소였다. 비대면 소비가 주를 이뤘던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성도 한몫했다. 로지, 루시 등이 빠르게 관심을 모을 수 있었더 배경이다. 하지만 엔데믹으로 최근 유통업계 트렌드는 변화하고 있다. 

직접 만지고 듣고 체험하는 실존적 요소가 강화되고 있다. 최근 업계의 팝업스토어 열풍이 대표적이다. 반면 가상인간은 비대면 콘텐츠로만 소통이 가능하다. 인기를 지속하려면 단순 호기심을 넘어 화제성이 팬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인간 스타들처럼 대면을 통해 팬들과의 유대감을 쌓고, 이를 토대로 단단한 팬덤을 쌓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는 가상인간의 태생적 한계다. 

특히 앞으로 여러 가상인간이 난립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흥미가 더 빠르게 식을 수 있다. 현재 가상인간의 인기는 MZ세대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은 빠르게 흥미를 가졌다가 금방 관심을 잃어버리는 특성을 갖고 있다. 패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가상인간들에 대한 노출 빈도가 높아지면서 아무래도 이전보다는 화제성이 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가상인간 마케팅에 적극적인 곳은 홈쇼핑 정도에 그친다. 그 외 유통업계 분야에서는 사실상 이목 끌기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가 크다. 식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식품 같은 경우는 인간 스타가 구축해온 이미지나 행적 등이 마케팅에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지만 아직 가상인간은 여기에 비견될만한 서사가 없다"며 "활용성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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