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종주국도 반한 매운맛… 이젠 일본서 베끼는 K-푸드

연희진 기자 2023. 5. 11.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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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위상 달라진 K-푸드]②'불닭' 따라 하는 '라면 원조'… 한국 라면, 열도서 '펄펄'

[편집자주]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 인기가 높아지면서 해외 식품 기업들이 한국 제품을 베끼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일본의 라면 원조 기업인 닛신식품이 삼양라면의 불닭볶음면을 한글까지 담아 짝퉁 제품을 출시해 논란이 된 것은 높아진 한국 라면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내 식품 업체들이 일본 제품을 따라 하거나 벤치마킹해온 과거와 달라진 양상이다.

K-푸드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 제품을 따라하는 해외 식품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일본에서 팔리고 있는 닛신 UFO 볶음면. /사진=독자제공
◆기사 게재 순서
①벤치마킹이냐 모방이냐… 한땐 일본 '따라쟁이' 식품업계
②라면 종주국도 반한 매운맛… 이젠 일본서 베끼는 K-푸드
③기생충·오징어게임·서진이네… 콘텐츠 업고 K-푸드도 '쑥쑥'
흔히 중국을 '짝퉁 제조국'이라 손가락질하지만 한국도 부끄럼 한 점 없지는 않다. 과거 일본 제품을 베낀 유사한 제품을 출시한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하지만 지금은 'K-푸드'라는 이름으로 그 위상이 달라졌다.


일본에 등장한 '불닭 짝퉁'


최근 일본에서 국내 기업 삼양식품의 인기 상품 '불닭볶음면'과 유사한 제품이 출시됐다. 라면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그것도 라면업계 선두기업인 닛신식품이 베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 닛신식품은 지난 4월 '닛신 야키소바 U.F.O 볶음면 한국풍 진한 달콤매콤 까르보'를 선보였다. 제품 이름에도 '한국풍'이 들어갔을 뿐 아니라 제품 포장 전면에 한글로 '볶음면'이라고 적혀있어 눈길을 끈다.

문제는 콘셉트가 삼양식품의 '까르보 불닭볶음면'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맵고 달콤한 볶음면이라는 콘셉트와 패키지가 유사하다. 닛신의 제품을 보면 포장지 색깔이 연한 분홍색에 매운맛을 강조하고 있다.

닛신식품은 최근 농심의 '매콤달콤 양념치킨 비빔면'(국내 단종)과 유사한 '닛신 돈베에 한국풍 아마카라 양념치킨맛 야끼우동'을 출시했다. 컵라면 포장지 색상부터 농심의 해당 제품과 유사한 파란색 배경과 핑크색 글자 등을 적용했고 포장지에는 한글로 '닛신의 양념치킨'을 넣었다.
삼양식품의 '까르보 불닭볶음면'(왼쪽)과 불닭볶음면과 유사한 일본 닛신식품의 컵라면. 사진=삼양식품, 닛신식품 홈페이지
해외 기업이 한국 라면을 따라 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농심의 경우 1986년 너구리와 신라면을 미국에 수출하기 시작했을 무렵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미국 한인 사이에서 너구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일본 경쟁업체가 너구리를 모방해 '막장우동' '미역우동' 등의 제품을 출시한 것. 이때도 제품 포장지에 한글로 제품명을 표시해 마치 한국 제품인 것처럼 혼동을 줬다.

해태제과의 히트작 '허니버터칩' 유사 제품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 식품기업 아지겐은 한국에서 유행하는 식품들을 현지화해 판매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허니버터 감자 스틱'이다. 이 제품 역시 외관에 한글로 제품명이 쓰여 있고 제품 콘셉트 또한 비슷하다. 다만 해태제과 관계자는 "시즌성 제품으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불닭볶음면 사례는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닛신식품이 모방 제품을 내놨다는 점에서 더욱 조명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다른 제품도 아니고 라면을 베끼기 시작했다는 것은 K-푸드 인기와 위상이 그만큼 올라갔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라면 종주국'서 끓는 한국 라면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내세워 일본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2019년 일본 현지 판매법인 삼양재팬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섰다. 삼양재팬의 매출은 ▲2020년 8억3000만엔(약 82억원) ▲2021년 16억3000만엔(약 162억원) ▲2022년 21억엔(약 208억원)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한국의 매운맛을 강조하면서도 현지 맞춤형 제품으로 열도를 달구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일본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K-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불닭볶음면과 떡볶이, 닭갈비 등을 즐기는 모습을 통해 한국의 음식과 매운맛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매운 한국 음식에 도전하는 콘텐츠들이 큰 인기를 얻었다. 이에 힘입어 불닭볶음면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탔다.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을 내세워 일본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2022년 일본 MAMA 행사에 참여한 삼양식품 불닭 브랜드 부스. /사진=삼양식품
월드스타 방탄소년단(BTS)의 멤버들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불닭볶음면을 먹는 모습이 자주 보이자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감사하게도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불닭볶음면을 즐겨 먹는 모습을 올려줘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현지 맞춤형으로 '야키소바 불닭볶음면'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 1월 말 일본 주요 유통채널 중 하나인 돈키호테에 입점한 초도 물량 20만개가 2주 만에 완판됐다. 매장에서 판매 중인 불닭 브랜드 중 가장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국내 라면 1위인 농심도 일본에서 신라면을 중심으로 선전하고 있다. 과거 일본에는 '매운맛' 시장이 없었지만 신라면을 통해 일본 라면 시장의 6%가량을 매운 라면으로 개척했다. 일본에서 유학 중인 유지연(23·여)씨는 "현지 마트나 편의점 등 매대에 한국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며 "최근에는 치즈나 크림 등으로 매운맛을 중화시킨 라면이 많이 보인다"고 현지 소식을 전했다.

농심의 지난해 일본지역 매출은 9400만달러(약 1260억원)에 달한다. 농심 역시 하반기 중 현지 맞춤형 제품인 '신라면 야키소바 치즈맛'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연희진 기자 to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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