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어드, HIV 예방요법 '트루바다', 美 정부와의 특허소송 승소

길리어드 가격 올리자 미 정부, 예산 투입 이유로 로열티 요구
관련단체, 정부 지원받은 제약사들 악용 우려…항소 촉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HIV PrEP 약물 트루바다정

(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미국 제약사인 길리어드사이언스가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 로열티 지급을 두고 미국 정부와 벌인 소송에서 승리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9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연방 배심원단은 미국 연방 정부가 길리어드가 판매 중인 HIV 예방약에 대한 소유권이 없다고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19년 HIV 예방에 큰 효과가 있는 '노출 전 예방요법'(PrEP)에 대한 특허권을 요구하며 길리어드에 10억달러(약 1조3250억원) 규모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의약품에 길리어드가 '트루바다'(성분 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 푸마르산염)와 '데스코비'(성분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엠트리시타빈)에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부과해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며 로열티를 요구했었다.

이번 소송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됐던 부분은 PrEP에 도입이다. 2000년대 중반 길리어드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HIV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것 외에도 바이러스 전파를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함께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 정부는 길리어드에 라이선스 계약을 제안했지만 양측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연방 정부 변호인단은 길리어드가 의약품에 PrEP 개념을 적용한 정부 특허 3건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지 특허법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로 인해 제약사들이 앞으로는 세금을 지원받은 연구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정부와 공유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거부하게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HIV 관련 단체인 프랩포올(PrEP4All)은 이날 "다른 제약사가 공개적으로 개발된 기술을 민영화해 이익을 얻도록 장려할 위험이 있다"며 이번 판결에 항소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트루바다는 체내에 들어온 HIV 바이러스가 복제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특히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에 미리 복용해 이후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질병에 걸리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PrEP는 HIV를 감염을 99%까지 예방하는 등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으로 알려졌다.

데스코비 또한 경구용 PrEP 약물로 트루바다의 후속으로 개발된 약물이다. 테노포비르 용량이 트루바다보다 낮아져, 낮은 확률로 발생할 수 있었던 트루바다의 신장 및 뼈 관련 부작용이 개선됐다.

저명 의학전문 출판사인 엘스비어 산하 데이터 제공업체인 엘스비어 헬스케어 보고서에 따르면 길리어드는 트루바다 가격을 연 2만2000달러로 인상했다 특허가 종료된 2021년 이후 연간 400달러 수준으로 낮췄다.

2017년 이후 길리어드가 미국에서 PrEP용 의약품을 판매해 얻은 이익은 1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 데스코비 매출은 약 19억달러 수준이다. 트루바다는 특허 만료로 1억47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jjs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