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6월 금리동결 땐 7월도 동결”···“고인플레 익숙해져 걱정”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1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예상에 부합하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나스닥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각각 1.04%, 0.45% 오른 반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09% 소폭 하락했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인상 주기가 끝났다는 기대감에 한때 연 3.43%대까지 내려왔습니다.
4월 CPI는 걱정과 달리 전망치 정도로 나오면서 6월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에 힘을 실었는데요. 다만, 여전히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높아 당분간 금리인하는 어려워 보입니다.
1799달러짜리 폴더블 폰을 출시하겠다며 삼성에 도전장을 던진 구글은 4.1%, 로블록스는 생각보다 낮은 어닝에도 매출이 월가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7.42% 급등했는데요. 장마감 후 실적을 내놓은 디즈니는 실적은 시장 전망과 비슷했지만 디즈니+ 구독자수가 1억5780만 명으로 예상치(1억6317만 명)를 하회하면서 시간외거래에서 하락했죠. 오늘은 4월 CPI와 기준금리, 증시 전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먼저 4월 CPI부터 집중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이날 나온 4월 CPI가 전년 대비 4.9% 증가했는데요. 블룸버그통신 집계치 중앙값 5.0%를 밑돌았습니다. 전월 대비로는 0.4%로 시장 예상과 같았는데요.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CPI도 전망과 부합했습니다. 전월 대비 0.4%, 1년 전과 비교하면 5.5%로 월가 예측과 똑같았죠.
사실 시장에서는 생각보다 4월 CPI 수치가 높게 나올까 걱정했었는데요.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인플레이션 나우 캐스트는 전월 대비 0.61%, 근원도 한 달 새 0.46% 올랐을 것이라고 봤었습니다.
퀸시 크로스비 LPL 파이낸셜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원하는 것보다 느리긴 하지만 긴축의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금융시장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는데요. 이날 오전8시30분 CPI가 나온 뒤 주식선물 시장이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중시하는 슈퍼코어 서비스(근원 서비스-주택)도 CPI로 추정 시 4월에 전달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은데요. 전년 대비로도 5.1% 수준입니다. 렌트비를 비롯한 거주비용도 0.4% 상승해 1년 여 만에 가장 낮았는데요.
이렇다 보니 6월 금리인상 동결론이 굳히기에 들어갔습니다. 우선 4월과 5월 CPI가 모두 예상을 웃돌면 연준에 큰 부담이었는데 4월이 예상 수준이었으니 이 인상 논지는 깨졌죠. ‘시니어 론 오피서 서베이(Senior Loan Officer Survey)’에서 보듯 신용긴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어제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이 점을 특별히 집중해 보고 있다고 밝혔다는 점을 고려하면 완연히 인상 중단으로 기운다고 볼 수 있는데요. 윌리엄스가 “금리인상 중단한다고 말한 적 없다”고는 했지만 이는 4월 CPI를 보기 전입니다.
앞서 한두 번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점쳤던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제 전망보다는 나은 수치다. 그러므로 6월 금리인상 전망은 낮아졌다”고 선회했죠.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2시26분 현재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금리동결 확률이 98.5%까지 치솟았는데요.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게 있습니다. 전년 대비 4~5%의 인플레이션은 연준이 생각하는 목표(2%)의 2배인데요.
근원 물가도 견고합니다.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4%라는 것은 연율 기준 4.8%라는 얘기인데요. 서비스 물가만 해도 4월에 0.4% 증가죠. 슈퍼코어가 4월엔 낮았지만 견고한 서비스 고용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는 “거주비용(Shelter)은 시간이 지나면 개선되겠지만 계속되는 노동력 부족으로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살아있다”며 “인건비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가까운 시일 내 연준의 2%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고 짚었는데요.
이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가 더 오래 간다는 의미입니다. 3월 은행 위기가 있어서 그렇지 이것이 없었다면 추가 금리인상도 가능한 수준인데요. 앤드류 헌터 캐피털 이코노믹스 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간 0.4%의 물가 상승과 근원 인플레가 전년 대비 5.5% 증가해 연초 수준에서 바뀐 게 없다”며 “우리 예상보다 더 오랫동안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남아 있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CPI 보조지표인 클리블랜드 연은의 4월 중앙값 CPI는 전월 대비 0.4%로 3월(0.4%)과 동일했고, 변동성이 큰 위아래 8%씩을 잘라내고 본 지표는 4월에 0.3% 증가로 3월(0.2%)보다 약간 높아지긴 했는데요.
월가에서는 최소한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애나 웡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용 긴축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4월 CPI가) 연준이 6월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신호를 주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근원 인플레를 낮추는 데 많은 진전이 없다는 점은 올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얼마나 낮은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는데요.
어쨌든 4월 CPI는 최악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에서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해줍니다. 아직은 노동시장이 강해 침체 우려가 덜하지만 은행권의 대출 축소를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가능성인데요. 여름까지 물가가 더 빨리 내려가고 그동안 노동이 버티면서 신용긴축이 크게 이뤄지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죠. 쉬운 일이 아니지만요.
그레그 입 월스트리트저널(WSJ) 수석 논설위원은 “우리가 높은 인플레이션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나쁜 소식”이라며 “한번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태로 자리 잡게 되면 임금과 물가는 함께 상승하며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는 깊은 경기침체가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이어 “이것이 투자자들이 연준이 물가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연준이 금리를 내릴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인 듯하다”며 “반면 연준은 노동시장에 많은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점진주의를 고수하려는 것 같은데 점진주의의 문제는 물가를 낮추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가장 중요한 인플레 기대가 크게 움직이지 않고 버텨서 그렇지 인플레를 낮추는 기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이 증가한다는 의미죠. 야후파이낸스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지수가 2월에 전월 대비 0.2% 깜짝 상승했는데 주택 가격 반등은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집값이 뛰면 임대료도 크게 내려가지 않고 덩달아 위쪽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금리인하 기대는 계속됩니다. 금리선물시장은 9월에 최소 0.25%p 이상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을 80.1%로 책정했는데요. 어제(63.7%)보다 16.4%p나 높아졌죠. 예상에 부합했지만 여전히 견고한 CPI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건데요. 빌 애덤스 코메리카 뱅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리인하 시점은 인플레이션과 고용시장이 얼마나 빨리 둔화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고용시장 둔화와 인플레이션의 추가 하락은 연준이 이번 가을에 금리를 내릴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WSJ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4월 CPI 이후 파월이 5월 FOMC에서 한 말 가운데 △문구 수정이 의미있는 변화라고 한 점 △은행문제의 분리대응이 궁극적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밝힌 것 △정책이 타이트하다고 한 부분을 근거로 6월 금리인상 중단을 점치면서 “연준은 9월 회의 시 경기둔화가 충분히 됐는지 따져볼 수 있는데 그 전인 6월과 아마도 7월 회의 때 금리인상에서 벗어나 휴가를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요. 이는 6월에 동결 결정이 내려지면 7월에도 이를 유지한 뒤 9월에 통화정책이 어떤지를 따져본다는 뜻으로 이르면 9월 또 다른 정책 변곡점이 올 수도 있음을 시사하죠. 9월에는 새 경제전망이 나오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항상 양면을 같이 봐야 한다는 점인데요. 인플레 둔화의 반대쪽은 경기둔화이며 이것이 심해지면 침체로 갈 수 있습니다. 고용시장 둔화도 마찬가지인데요. 은행의 대출 축소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요인이지만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는 핵심 변수기도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인플레이션과 침체 리스크를 얕잡아 보면 안 되는데요. 블룸버그는 “월가의 다수(majority)는 침체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했죠.
리즈 영 소파이의 투자 전략 헤드는 “(4월 CPI 보고서에) 국채금리가 하락하고 기술주가 상승했다. 하지만 헤드라인은 여전히 4.9%, 근원은 5.5%”라며 “이 수치는 우리가 숲을 빠져나왔다고 축하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단언했습니다.
실제 소비 둔화 조짐이 일부 잡히는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 달 가구당 카드 사용액이 전년 대비 -1.2%로 202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해 정규직 임금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요.
더 최근 자료로는 시티가 5월6일로 끝나는 주의 소비자 지출이 11.5% 감소했다고 전했습니다. 시티 측은 어머니의 날(Mother's Day)이 지난해에는 5월8일이었는데 올해는 5월14일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해석했지만 정말 그런지는 다음 주 상황을 봐야 드러날 것 같은데요. 미국은 5월 두 번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로 정하고 있어 날이 달라질 수 있죠.
일단 16일에 나올 예정인 4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증가로 3월(-1.0%)보다 나아질 전망인데요. 금액이 큰 자동차를 뺀 수치도 0.4%(3월 -0.8%)로 추정되긴 합니다.
시장 상황 더 보죠. 올 들어 CPI 발표 날은 증시가 폭발적으로 오르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나스닥이 하루에만 7%가량 오르는 날도 있었죠. CPI가 나오기 전 JP모건은 전년 기준으로 CPI가 4.7%~4.9%가 나올 확률을 20%로 점치면서 이 경우 S&P가 이날 1~1.25% 상승할 수 있다고 했지만 현실은 절반 정도에 그쳤습니다.
체이스 인베스트먼트 카운슬의 사장인 피터 투즈도 “인플레 둔화 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고려하면 S&P의 밸류에이션이 약간 높다”며 “아마도 연말까지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는 듯한데 이런 희망은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고 걱정했는데요.
대표적인 낙관론자인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교수는 “연준은 우리는 (금리를 내리지 않고) 긴축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할 것”이라며 “만약 고용이 마이너스로 간다면 국내총생산(GDP)도 마이너스로 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시장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봤죠.
반면 황소장을 점치는 이들의 비중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인베스터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황소장을 예상하는 뉴스레터 편집자의 비중이 44.6%로 약세장(24.3%)을 25주 연속 앞섰다고 하는데요. 인베스터스 인텔리전스는 “전반적으로 상승장임을 확인해준다”고 주장했습니다.
별도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1년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이 이날 166bp(1bp=0.01%p)에 거래됐는데 이는 역대 최고 수치에 가깝고 지난 2011년과 2013년의 부채한도 위기 때보다 높은데요. 멕시코나 브라질보다 몇 배 크다고 합니다.
존 카나반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선임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그리스나 멕시코 같은 나라와 다르다. 그리스는 정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내고 채권자에게 돈을 갚지 않겠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며 “미국 CDS에서 도박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죠. 실제 자신의 이름을 딴 투자사의 야누스 핸더슨 머니 매니저는 미 국채의 전면적인 디폴트 가능성을 1% 미만으로 책정하고 있는데요.
내일은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나옵니다. 경제지표 해설은 ‘3분 월스트리트’ 온라인 기사와 유튜브에서 꼭 찾으시기 바랍니다.
※네이버 기자구독을 하시면 월가와 미국 경제, 연준에 관한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는 매주 화~토 오전7시5분에 서울경제신문 유튜브 채널 ‘서경 마켓 시그널’에서 생방송됩니다. 한국시간 11일에는 4월 CPI를 집중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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