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보다 이게 더 문제…‘트럼프 66억 배상’ 때린 법원

성추문 중 법원서 인정은 처음
형사 기소 이어 대선가도 악재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7년 전 성폭행 의혹을 둘러싼 민사 소송에서 패소했다. 성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형사 기소된 데 이어 성추행 사실까지 법원에서 인정되면서 그의 차기 대선 가도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유명 패션 칼럼니스트 출신 진 캐럴(79)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성폭행 의혹 관련 민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남성 6명과 여성 3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을 성추행했고, 혐의를 부인하며 그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을 인정하며 총 500만 달러(약 66억 원)의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다만 배심원단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폭행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캐럴은 성명을 통해 “오늘 세상은 마침내 진실을 알게 됐다”며 “오늘의 승리는 (세상의) 의심에 고통받은 모든 여성들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날 법원 판결 이후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캐럴은 2019년 회고록과 언론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1995~1996년께 뉴욕 맨하탄의 한 고급 백화점에서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폭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해당 사실을 부인하며 “그녀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등 부적절한 발언을 내놨다. 지난해 10월에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 계정에 캐롤의 주장이 ‘완전한 사기극’이며 ‘거짓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캐럴은 명예훼손 소송으로 대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행 사실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서 그의 내년 대선 가도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자신과의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려던 성인 배우를 거액의 돈으로 입막음하면서 회사 기록을 위조한 혐의로 미국 대통령 가운데 최초로 형사 기소된 이후 성추행 혐의마저 인정됐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12건이 넘는 성추문 의혹에 휩싸여있지만 법원의 판결로 인정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그의 도덕성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휘프 존 툰 공화당 상원 의원은 CNN에 “이번 판결은 트럼프 지지층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부동층에는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밝혔다. NYT도 지난 3월 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 기소를 당한 뒤 지지층이 결집했다는 점을 들어 이번 판결의 영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