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학생들이 "차라리 학교 파산했으면"…한국국제대 무슨 일?
(진주=뉴스1) 한송학 기자 = "학교가 파산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 차라리 파산하고 다른 대학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10일 오후 경상남도 진주시 문산읍에 위치한 한국국제대학교. 정문 앞에서 만나 물리치료학과 2학년 채모씨는 학교가 어떻게 될지 두렵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편입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역시도 안되면 재학 중인 학생들이라도 졸업을 시켜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같은 학과 2학년 정모씨도 "이렇게 운영할 바에 차라리 파산하고 다른 학교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축제와 행사 등으로 북적거려야 할 5월의 대학 캠퍼스가 학생들을 찾아보기가 어렵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대학 정문 앞 주차장에는 시내버스가 시간에 맞춰 출발하기 위해 정차하고 있지만 승객은 학생 2명이 전부다.
몇 년 전만 해도 시내버스가 꽉 찰 정도로 학생들이 많았다고 버스 기사는 설명했다.
정문에서 대학 본관까지 이동하면서 불과 10여명의 학생들만 눈에 띄었다.
기숙사로 사용 중인 2개 건물 중 1곳은 이미 폐쇄됐고 다른 1곳에도 인적이 없다.
기숙사 주변 건물 대부분은 문이 닫혀 있다. 문이 열린 건물을 찾아 들어가도 학생과 교직원은 없었다.
식당들이 문을 닫아 음식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편의점은 직원 1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직원은 "점심시간에는 학생들이 좀 있다. 평소에도 손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본관으로 향하는 도로가에는 '이사장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본관 건물 내부에도 이사장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무실에는 2~3명의 직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본관에서 만난 학교 청소 담당 직원 2명은 "학교 전체를 2명이 책임져야 한다"며 "남아 있는 저희라도 청소는 해야지"라며 바닥 청소를 했다.
올해 초에는 총 4명이 청소일을 했다가 임금이 지급되지 않자 2명이 그만뒀다. 남아 있는 직원들은 직원 2명이 그만두고 나서야 임금을 받았다.
본관 엘리베이터는 멈춰 선 지 오래다. 정기 검사를 받지 않아 지난해 2월부터 진주시에서 운행을 정지시켰다.
이사장실, 총장실, 사무처가 있는 본관 4층은 전체가 불이 꺼져 있다. 5층에 마련된 감사장과 맞은편 회의실에는 대학의 상황들을 설명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11명 안팎으로 구성된 교육부 감사단은 지난 9일부터 2020년 3월 이후 학교 법인과 대학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를 하고 있다.
학교 안쪽으로 들어가자 폐쇄된 건물들이 여러 채 나왔다.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모든 강의는 정문 쪽 건물 강의실로 옮겨 안쪽 건물들은 폐쇄한 것이다. 카페로 사용하던 건물과 쉼터는 관리가 되지 않아 부서지거나 쓰레기들이 나뒹구는 등 흉물로 변해 있었다.
학생들이 줄어들자 대학 주변 식당들은 문을 닫았고 인근 빌라는 절반이 비었다.
빌라에서 만나 한 주민은 "학생들이 3년 전부터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빌라에 사는 학생은 없다. 총 50세대 중 절반은 비어 있다"며 "빌라에 있던 식당들도 이미 장사를 그만두고 나갔다"고 말했다.
한국국제대의 재정난은 지난 2018년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돼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서 심각해졌다. 교수 채용 비리로 이사장 구속, 임금 체납으로 고소·고발 등 지속해서 문제가 터지면서 학교 이미지도 실추됐다.
1978년 개교해 2003년 4년제 대학으로 출발할 당시 입학정원은 1265명이었지만 올해는 393명으로 더는 등록금만으로는 학교를 운영하기 힘든 상황이다. 2021년 80명이던 교직원 수는 올해 58명까지 줄었다. 올해 신입생은 27명(충원율 6.9%)에 그쳤다.
지난해 말에는 퇴직 교직원들이 4년간의 임금체불을 이유로 법인통장을 가압류하면서 전기료, 수도세가 연체됐다. 통장 가압류로 올해 1학기 학생들의 등록금도 받지 못했다.
재정난 극복을 위한 2018년부터 추진된 진주 학사(기숙사) 매각작업은 2021년 부동산 개발업체와 76억원에 매각 계약을 체결하면서 정상화를 기대됐지만 이마저도 학교의 부채 관계 등을 이유로 불발됐다.
100억원의 임금체불과 10억원의 공과금 미납 등으로 더는 정상 운영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임금을 받지 못한 50여명의 전·현직 교직원들은 학교 법인이 학교 정상화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지난 4일 법원에 파산 신청 했다.
파산이 선고되면 법인 학교 부지, 건물 등은 선임된 파산관재인이 정리 절차를 진행한다.
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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