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는 '훈풍' 메타버스는 '역풍'… 동력 잃은 가상세계

이재현 기자 2023. 5. 11.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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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3차원 가상세계의 현실화를 예고했던 메타버스가 초거대 인공지능(AI)에 밀려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 플랫폼 이용률은 저조하고 주 이용자가 6~10세 미만 아동이라 업무나 교육 현장에선 크게 활용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11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메타버스 이용 현황 및 이용자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메타버스를 이용해 본 사람은 조사대상 중 4.2%로 집계됐다. (4128 가구 및 9941명 개인 대상, 가구 방문 일대일 면접조사 방식) 그 중 초등학교 저학년(6~10세 미만) 이용자가 20.1%에 달하고 10대(만 10~19세)가 19.1%로 뒤를 이었다.

업계에선 메타버스가 업무 활용도나 범용성 확보엔 실패했단 분석이다. 플랫폼 이용층이 10대 위주로 형성되며 대다수가 게임 기반의 서비스만을 이용하고 있어서다. 플랫폼별론 닌텐도 게임 '동물의 숲' 이용률이 26.9%, 네이버 '제페토'가 26.6%를 차지했다. 가상 오피스나 교육 기반 서비스 플랫폼 '메타폴리스'와 '게더타운'은 각각 3.6%, 1.2% 이용율을 기록했다.

메타버스를 쓰는 목적으론 '게임이나 월드 등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가 69.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응답 중 '업무 등에 필요해서'는 2.1%에 그쳤다.
사진의 빨간색 그래프가 챗GPT, 파란색 그래프가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를 나타낸다. /사진=구글 트렌드
미국 오픈AI가 개발한 챗GPT등 초거대 AI의 등장도 메타버스 주목도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10일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관심도 95를 기록한 메타버스는 지난달 34로 급감했다. 지난해 11월 처음 집계된 챗GPT는 1이었던 관심도가 최근 91까지 올랐다. 지난 4월30일~5월6일 기간동안 메타버스와 챗GPT 관심도는 각각 2와 88을 기록하며 큰 차이를 보였다. 검색 빈도가 가장 높은 검색어의 경우 100, 절반 정도인 경우 50,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을수록 0에 가깝게 나타난다.

국내 기업의 메타버스 플랫폼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최근 오픈베타(시범 서비스) 버전으로 모바일 메타버스 플랫폼 '지니버스'와 '키즈토피아'를 출시했지만 시장 반응은 저조하다. 이날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지니버스'의 다운로드 수는 1만회, '키즈토피아'는 100여회 남짓이다.

지난해 출시한 SK텔레콤 '이프랜드'의 1일 사용자수도 감소세다. 지난 2월8일 30만7810명이었던 일 사용자수는 이달 7일 18만4216명까지 떨어졌다. 활성 기기수도 지난해 5월 기준 511만대에서 매달 감소세를 보이다 올 4월 463만대로 9.5% 줄었다.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꾸며 메타버스 사업에 주력하겠다던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AI를 투자 최우선 순위로 정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메타버스를 7번만 언급한 반면 AI는 28번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버스 사업 강화에 의지를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메타버스가 투자 대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고 사업개념이 모호하다는 점에서도 지적이 잇따른다.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부인 리얼리티랩은 지난해 약 137억달러(약 18조1470억)의 손실을 낸 이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해당 부서는 올 1분기에도 39억9000만달러(약 5조 2851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메타버스를 '스토리텔링의 개척지'라고 말하며 담당 부서를 출범시켰던 월트디즈니도 부서를 해체시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엔데믹으로 접어들며 가상세계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수익이 부진했던 탓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해 10월 "메타버스가 명확하게 어떤 것을 말하는 개념인지 모르겠다"며 "반대하진 않지만 메타버스로 구축한 가상현실(VR)은 일정 시간에만 몰입 가능한 것일 뿐 잘 되는 소통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재현 기자 jhyu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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