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산불 한달…'도심형 산불'로 피해 눈덩이·일상회복 '속도'

윤왕근 기자 2023. 5. 1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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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대상 전·반파 주택 204동 중 91동 철거 완료
전선 단선이 원인… 이재민들 한전 상대 소송 준비
12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경포로 경포호 인근 펜션단지가 전날 발생한 강릉 산불 화재로 전소돼있다. 바로 뒤로 아파트단지가 보인다. 지난 11일 오전 8시22분쯤 강릉 난곡동 일원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강풍에 산불이 번지자 소방당국은 소방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최고 수위 대응에 나서 8시간만에 진화했다. 이번 산불로 '축구장 530개 면적' 산림을 태우고 주택, 펜션 등 총 100곳이 넘는 시설물이 소실되거나 부분 소실됐으며 1명이 사망했다. 2023.4.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지난달 강원 강릉 일대를 잿더미로 만든 산불이 진화된지 11일로 한달이 됐다. 이번 강릉산불은 예년 동해안 대형산불에 비해 불길이 빨리 잡혔지만, 펜션과 주택이 밀집한 관광지 일대에 피해가 집중되면서 재산피해만 400억원에 달했다.

태풍급 강풍이 불었던 이번 산불현장에서 헬기는 무용지물이었고, 산불 원인이 '강풍에 쓰러진 나무에 의한 전선 단선'으로 지목되면서 이재민들은 비대위를 구성,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강릉시와 정부가 일상회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강릉에는 한달 동안 300억원에 가까운 온정이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도심형 산불' 탓…재산피해만 400억원

지난 11일 오전 8시 22분쯤 강릉 난곡동 일원에서 발생한 이번 산불은 같은 날 오후 4시30분쯤 진압됐다.

화마는 단 8시간 정도만 머물다 떠났지만, 그 피해는 예년 여느 동해안 산불보다 극심했다. 예년 산불의 화선과 진행 양상과는 전혀 다른 '도심형 산불' 탓이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이번 산불은 기존 산불과 달리 도심과 인접한 관광지에서 발생한 '도심형 산불'"이라며 "피해액이 큰데다 이재민도 많이 발생했고, 복구비용과 기간이 많이 소요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산불로 인한 재산피해액은 15개 분야에서 400억원에 달했다.

이번 산불로 사망 1명을 포함해 총 2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불은 산림 179㏊를 비롯, 축구장 530개 규모인 379㏊가 잿더미로 만들었다.

또 산림과 관광시설, 상·하수도 등을 태우거나 망가뜨려 58억500만원의 공공시설 피해액이 발생했다.

또 일대 주택과 펜션 등 건축물 266동(전파 201동·반파 41동·부분소 24동)이 전소되거나 반소되는 피해를 입었고,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50호 방해정(放海亭) 일부가 불타고 비지정문화재 상영정(觴詠亭)이 전소됐다.

이에 따른 사유시설 피해액은 333억500만원으로 집계됐다.

11일 오전 8시 20분쯤 강원 강릉시 산곡동에서 발생한 산불 민가로 번져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강릉산림항공관리소 소속 산불 진화 헬기 3대가 이륙했다가 비로 인해 시야확보가 되지 않아 철수했다.2023.4.11 한귀섭 기자 ⓒ News1 한귀섭 기자

◇강풍에 헬기 '무용지물'…'전문진화차' 추가 투입 절실

이번 강릉산불은 헬기에 의한 '공중진화'가 절대적이라는 산불 진화 공식을 산산조각 냈다.

성인남성도 서 있지 못할 초속 30m 강풍으로 헬기 투입 작전이 불가능해지면서 8000리터급 초대형 진화헬기는 시동조차 걸어보지 못하고 강릉산림항공관리소에 계류해 있어야 했다.

진화헬기는 이처럼 강풍이 불거나 비가오고, 야간에는 작전수행이 불가능하다.

실제 산불 당시 오후 강풍이 잦아들면서 진화헬기 3대가 투입됐지만,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와 천둥·번개 우려로 철수하기도 했다.

사실상 이번 산불 현장에서 '무용지물'이었던 헬기를 대체한 것은'벤츠 소방차'라고 불리는 산불전문진화차였다. 이 같은 산불전문진화차의 담수용량은 3000리터로 초대형 헬기(8000리터)에 못지않아 '지상형 헬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또 정지 시에만 물 분사가 가능한 일반 펌프차와 달리 주행 중 물 분사가 가능하고, 45도 경사의 산악지형에서도 임무 수행이 가능해 산이 많은 강원지역 산불현장에서는 최적의 장비로 꼽힌다.

또 최대 500m까지 이어지는 호스를 통해 고압 살수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소방청은 최근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잇따르자 해당차량을 추가 도입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강원지역에는 현재 제작 중인 4대가 추가투입을 기다리고 있고, 연내 9대가 추가돼 총 18대의 차량이 산불 현장을 누빌 예정이다.

강원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산불전문진화차는 지형과 기상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 산불 진화율을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산불 현장에서 해당 차량의 추가도입과 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커 강원지역에도 올해 추가 도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릉시 난곡동 야산에 화재가 발생한 11일 오후 강릉아이스아레나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밤을 보내고 있다. 2023.4.1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또 전선 단선" 산불 이재민 한전 상대 소송 준비

이번 산불의 원인이 강풍에 쓰러진 소나무에 의한 '전선 단선'으로 지목되면서 산불 이재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피해 보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산불 이재민들은 지난달 말 강릉아레나에서 비대위 출범식을 갖고 피해 보상 등 대책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비대위에는 지난 산불로 펜션, 주택, 임야 등의 재산피해를 입은 200여명의 이재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비대위는 강릉시 등과 이재민 지원과 복구 대책을 논의할 공식 소통 창구이기도 하지만 주된 목적은 한전을 상대로 한 피해보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비대위는 최근 법무팀과 두 차례에 면담을 통해 소송 관련 자문을 구하고 있다. 1차적인 소송인단은 2주 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양훈 강릉산불 비대위원장은 "산불의 원인이 전선 단선에 의한 것이 유력해졌기 때문에 한전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소송 외에도 강릉시장과의 매주 간담회를 진행해 피해주민 관련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남성현 산림청장 등이 16일 강릉시 저동 산불피해 현장을 찾아 피해상황과 복구계획을 점검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2023.4.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이제는 일상회복" 피해 복구 속도

화마(火魔)가 떠난지 한달 째를 맞으면서 피해주택 철거 등 복구에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디.

강릉시는 지난달 말부터 대형산불 피해지인 안현동, 저동 일대에서 피해주택 철거작업을 실시했다.

시는 10일 오후 기준 철거 대상 전·반파 주택 204동 중 91동에 대한 철거를 완료한 상태다.

산불로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잠시 몸을 피했던 임시대피소 운영도 종료됐다.강릉산불 임시대피소(강릉아레나)에 머물던 이재민 전원이 임시주거시설인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이젠), KIST 관사, 펜션 등 23개소로 이주를 마친 상태다.

이재민들이 이후 머물 조립식 주택 공급도 속도가 붙고 있다.

시는 이달 말 이재민 50여 가구에 대해 조립식주택 이주가 가능하도록 조립식 주택 설치를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전국 각계 각층에 온정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강릉시에 따르면 재해구호협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으로부터 들어온 성금은 227억원 정도다.

강릉시 관계자는 “이재민들의 생활 안정뿐 아니라 산불 피해 복구까지 조속히 지원하기 위해 행정력을 총동원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강원 강릉 일대를 휩쓴 대형산불로 피해를 입은 주택이 2일 오전 철거되고 있다. 지난달 11일 오전 8시 22분쯤 강릉 난곡동 일대에서 발생한 이번 산불로 사망 1명을 포함해 총 2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불은 산림 179㏊를 비롯, 축구장 530개 규모인 379㏊가 잿더미가 됐다.(강릉시 제공) 2023.5.2/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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