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써준 대로 냈다가 낭패 본다
추징세액 많거나 환급 적으면 수정해봐야
국세청에서 받은 종합소득세 모두채움신고서에 적잖은 허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채움신고서 그대로 신고하면 세금을 실제보다 더 내거나 환급을 덜 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미 내용이 채워져 있는 모두채움신고서를 받은 경우 그대로 신고하기보다는 국세청 홈택스에서 신고서를 수정하고 세액을 다시 확인해보는 절차가 꼭 필요하다.
국세청은 지난 1일, 5월 종합소득세 신고안내문을 일제히 발송했다. 특히 소규모 자영업자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함께 있는 근로자 등에는 내야할 세금이나 환급받을 세금이 다 계산되어 채워져 있는 '모두채움신고서'를 보냈다.
모두채움신고서를 받은 납세자들은 홈택스에서 그대로 제출하거나 ARS전화로 확인만 하면 간편하게 신고가 끝난다. 국세청이 신고할 소득과 비용을 채워 넣고 세금계산까지 다 해서 작성된, 모두 채워진 신고서를 보내주기 때문이다.
120만원 환급받아야 하는데 40만원 내라고 안내 돼
하지만 이런 모두채움신고서는 말 그대로 모두 채워줄 뿐 제대로 잘 채워주지는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일 모두채움신고서를 받은 A씨의 경우 신고서를 자세히 확인해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적공제 항목이 누락돼 있고, 세액공제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모두채움신고서에는 납부할 세액으로 40만원이 찍혀 있었는데, A씨가 직접 홈택스에서 내용을 수정해보니 오히려 120만원을 환급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계산됐다. A씨가 모두채움신고서 그대로 신고했다면 160만원 상당을 손해볼 수 있었던 상황이다.
근로소득과 함께 프리랜서 사업소득이 있는 B씨도 큰 손해를 볼 뻔 했다.
B씨의 국세청 모두채움신고서에는 175만원의 세금을 납부하라고 돼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공제내용을 수정한 후에는 오히려 20만원을 환급을 받는 것으로 계산됐다. 다행히 신고서를 수정한 B씨는 세금을 내지 않고 오히려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수집·제공정보 한계로 누락가능성 ↑
이같은 모두채움신고서의 문제는 국세청 수집정보의 한계와 제공정보의 한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전자적으로 수집된 소득과 지출자료를 기반으로 신고서를 채워주는데, 전자적으로 누락된 것은 신고서에도 누락되게 된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진행한 연말정산 자체가 잘못된 경우 종합소득세 신고금액도 실제와 다르게 된다. 국세청은 제출된 자료를 기반으로 신고서를 채워주기 때문에 비용이나 인적공제 등 공제항목들이 누락될 수 있는 셈이다.
반대로 소득이 누락될 수도 있다. 소득을 지급하는 원천징수의무자가 국세청에 지급명세서를 늦게 제출한 경우, 소득금액이 누락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제출된 자료만 제공해주게 되고, 이것대로 신고를 확정하면 납세자는 본의 아니게 과소신고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모두채움은 국세청이 납세자 신고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납세협력서비스인데 오히려 납세자의 세부담을 늘리는 역효과도 발생하는 셈이다.
가장 누락되기 쉬운 항목은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항목이다. 특히 부양가족 인적공제는 국세청에서 개인의 상황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기본적인 항목만 채워주는 경우가 많다.
이장원 세무사는 "모두채움신고서는 국세청에서 전산으로 파악된 자료로 최대한 안내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소득이나 지출과는 다를 수 있다. 모두채움신고서의 세액이 너무 많거나 환급액이 적다고 판단된다면 수정해서 세액을 계산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미 신고했다면 5월 31일까지 새로 신고해야
하지만 모두채움신고서를 받고 이미 그대로 신고를 끝낸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모바일로 모두채움신고서를 받은 납세자는 단순경비율을 적용받은 소규모 사업자와 사업소득 외 근로소득 등이 있는 납세자 등 640만명이나 된다.
소규모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주택임대소득자, 연금생활자, 배달라이더, 대리운전기사, 간병인 등이 모두채움신고서를 받았다.
잘못 신고한 내용이 있는 경우 5월 31일까지 내용을 수정해서 다시 신고한다면 바로잡을 수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신고납부세금은 신고기한 중 가장 나중에 신고된 신고서를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
신유한 세무사는 "모두채움신고서를 받고 ARS로 신고를 확정한 경우에는 5월 31일까지 새롭게 신고해야 수정된 내용으로 신고를 할 수 있다"며 "아직 ARS로 확정하지 않은 경우 홈택스를 통해 신고한다면 공제내용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원 (lsw@bizwatch.co.kr)
김용민 (kym538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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