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정밀도 0.001인치 오차 'K-항공전력 수출 거점' KAI 생산 현장을 가다

이종윤 2023. 5.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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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50GF 조립 막바지 연말까지 12대 납품
미티어·AIM-2000 무장 장착 시현 최초 공개
차세대 전투기 KF-21 개발도 차질없이 진행
엄동환 방사청장 KAI 방문 현장 소통 격려
[파이낸셜뉴스]
지난 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격납고에서 FA-50이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형 전투기 KF-21 시제 4호기가 지난 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격납고에서 나와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6곳의 지상 격납고 중 한 곳에서 나온 FA-50 1대가 움직이고 있었다. 공중급유 기능 시험 중인 '시제 3호기'였다. KAI는 향후 FA-50을 수출할 땐 공중급유 기능을 추가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곧이어 KF-21 시제 4호기가 KF-21 시제 4호기는 강렬한 엔진음과 함께 격납고에서 나와 약 200m가량 이동한 후 취재진 앞에 등장했다. FA-50은 단발 엔진인 반면 KF-21은 미국 GE사의 F414 엔진 2대가 장착돼 있어 추력이 향상됐고 비행 성능도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폴란드 수출형 FA-50PL 36대 기한 내 납기 최선 노력 중, 500대 규모 미 훈련기 사업에도 도전 중
이날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이 방문해 강구영 KAI 사장과 작업 상황을 모두 살펴보고 근무자들을 격려했다. 국제규격 축구장 3.5개 넓이인 고정익동내부에선 한국 공군의 현재와 미래 'FA-50과 KF-21 보라매'가 비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강 사장은 "FA-50GF는 1~2호기를 7월 말 선적해 8월엔 폴란드에서 조립한 뒤 비행할 수 있어야 한다"며 "12호기까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FA-50PL 36대는 부품 수급에 다소 문제가 있긴 하지만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 잘 관리해가면서 전체 48대를 기한 내에 납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 사장은 FA-50이 500여대 규모의 미군 훈련기 사업에도 도전하고 있다며 "정부와 '원팀'을 구성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FA-50 이후 미래 먹거리를 위해 KF-21 개발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최고 작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고정익동 생산라인 현장은 엄격한 보안 준칙에 따라 일체의 촬영은 금지됐으며 일부 제한된 촬영 허용은 관계자의 통제와 허가를 받아야 했다.

KAI 관계자는 현장에서 "약 30년 동안 고정익동에서 항공기를 만들었다"며 "축구장 3.5개 정도의 면적(2만1600㎡·약 6500평)인 이곳엔 건물 중간에 기둥이 없다. 어떤 항공기든 생산해 낸다는 KAI의 철학이 담겼다"고 소개했다.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오른쪽)이 지난 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활주로에서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 사장과 한국형 전투기 KF-21 시제 4호기를 보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수출 등 생산 물량 증가 대응, 생산라인과 부지 증설 검토 중 상당한 자동화 구축...100% 자동화는 특성상 어려워
고정익동 내 전투기들은 각각 다른 조립 진행 단계에 있었다. 고정익동 내 대부분 공간은 FA-50, 그리고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생산라인이 차지하고 있었다.

아직 뼈대 정도만 완성된 상태의 기체와 일부는 동체·날개 등 대부분이 조립된 더 완성된 기체 상태도 보였다. 현장 엔지니어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폴란드 수출 예정인 FA-50 경공격기들을 만들고 있었다.

형상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조립이 진행된 기체는 1기의 KF-21과 7기의 FA-50이었다. 1기는 KF-21은 다음 달 초도 비행에 나설 마지막 시제 6호기로 알려졌다. 7기의 FA-50 중 4기는 폴란드로 수출될 FA-50GF 버전 9~12호기다.

내년 중 KF-21의 양산 계약이 체결되면 KAI는 고정익동에 KF-21 생산 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이 경우 KF-21은 월간 2∼3기, FA-50은 4기가량 생산 가능할 전망이다.

KAI는 또 수출 등 생산 물량 증가에 대비해 향후 2~3년 내 현 부지 내 증설을 마치고 추후 새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0만개 이상이 부품이 결합되는 과정은 상당한 수준으로 자동화돼 있었다.

FA-50의 경우 동체를 먼저 만든 뒤 날개를 붙이는 방식으로, 그리고 KF-21은 동체와 날개를 붙여 함께 만든 후 각종 장비를 탑재하는 순서로 작업이 진행됐다.

동체 등 조립엔 KAI가 개발한 최신 동체자동결합체계(FASS)가 사용된다. FASS는 레이저로 동체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유압 기둥을 움직여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한다. 이 장비를 사용하면 정밀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 소요시간도 크게 단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관계자는 "KF-21의 동체를 결합하는데 오차는 1천분의 1인치(0.001인치=0.0254mm)까지 줄였다. 오차가 A4 용지 두께의 4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KAI 관계자는 전투기의 경우 수작업이 필요한 부분은 작업자들이 리프트에 올라 위아래로 이동하며 진행한다며, 자동차와 같은 대량 생산은 아닌 만큼 경제성을 고려할 때 '100% 자동화' 생산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 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격납고에서 KAI 직원들이 한국형 전투기 KF-21 시제기에 미티어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자동화 시스템 내부에 전자레일 깔려.. 추후 5G 기술 적용 효율 높일 터
이성휘 KAI 고정익생산실장은 상하면이 다른 복합재질인 KF-21의 주익과 동체를 결합하기 위해서는 약 3천400개의 구멍을 뚫어야 하는데 이 작업에는 WJDS라는 자동화 장비가 사용된다며 "수작업으로 하면 구멍 하나 뚫는데 2분 30초가 걸릴 뿐 아니라 힘들어서 10분을 쉬어야 하지만 WJDS를 이용하면 25초 만에 구멍을 하나 뚫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WJDS의 드릴은 공업용 다이아몬드로 이뤄져 있는데, 구멍 500개를 뚫고 나면 다이아몬드 드릴이 무뎌져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KF-21의 날개가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있다는 얘기다.

각 공정을 마친 전투기는 자동화 시스템에 따라 다음 공정으로 옮겨진다. 현재 고정익동 내부엔 전자레일이 깔려 있다. 추후엔 5세대(5G) 인터넷 기술을 적용해 효율을 더 높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투기 생산라인의 모든 작업 이력은 데이터베이스(DB)화된다. 이를 통해 누가 언제 어떤 작업을 했는지 알 수 있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FA-50 생산라인 옆에선 KF-21 시제 6호기 점검도 진행 중이다. 시제 6호기의 일부분은 도색 작업이 끝나지 않아 노란색이었고, 기체 덮개는 모두 열려 있어 내부 부품과 배선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시제 6호기의 배선 중엔 주황색으로 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이 배선은 데이터 전송 용도라고 한다. KAI 관계자는 "시제기의 모든 움직임을 조종사뿐만 아니라 40여명이 항상 지켜보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엄동환 방위사업청장과 강구영 KAI 대표이사 사장 등 참석자들이 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열린 ‘국방기자단 초청, 국정과제 성과 확인 및 현장 소통을 위한 방위사업청장 방산 현장 방문’에서 KF-21, FA-50 생산 생산 체계를 설명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투기 기체 외 폭넓은 미사일 무장장착 확장, 최고 사양으로 거듭날 것
엄 청장과 강 사장은 고정익동 방문 뒤엔 KF-21 격납고로 이동, 중장거리 공대공미사일 '미티어'와 단거리 공대공 'AIM-2000' 더미(형상과 무게가 같은 모형) 장착 시현을 참관했다. 전투기의 무장 장착 땐 통상 기계 장비를 사용하지만, 이날은 특별히 '수작업'으로 진행하며 이동장치로 작업을 보조했다.

KF-21에 무장을 장착하는 장면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F-21 동체 하부에 미티어를 장착하는 데는 약 5분, 날개 끝부분에 AIM-2000을 장착하는 데는 약 3분이 걸렸다. 실제 공군에서 운용할 경우 이보다 빠르게 무장을 장착할 수 있다고 한다.

KF-21은 동체 하부의 반매립 무장창 4곳과 양 날개에 각각 2곳씩, 최대 8발의 공대공 무장을 장착할 수 있다. 향후 공대지 전투 능력을 구비할 경우 양 날개에 각각 1발씩 무장이 추가된다.

미티어를 장착한 KF-21 동체 하부는 반매립 무장창이 설치돼 있어 미사일의 약 3분의 1가량은 동체 내부로 들어가게 돼 있다. 적의 레이더에 탐지되는 면적을 줄이기 위한 설계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폴란드와 48대 수출 계약을 맺은 FA-50 가운데 현재 조립 진행 중인 12대는 올해 안에 모두 납품될 예정으로 폴란드 공군의 공백을 메우는 'GF'형(갭필러·Gap Filler)이다. 폴란드의 요청에 따라 러-우 전쟁으로 확대된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 공군의 TA-50 전술입문훈련기 블록2를 수출 사양으로 변경했다.

반면 나머지 36대는 2025년 11월부터 2028년 9월까지 폴란드의 요구를 반영한 FA-50PL 버전으로 수출·납품한다. 최신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미국산 AIM-9X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한다. 또 공중급유 기능과 300갤런(약 1천136L) 상당의 연료탱크가 추가되는 등 최고 사양의 FA-50으로 거듭나게 된다.

내달 7일엔 우리나라와 폴란드 양국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1호기' 출고식이 열릴 예정이다. KAI 고정익동은 앞으로도 가동률을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열린 ‘국방기자단 초청, 국정과제 성과 확인 및 현장 소통을 위한 방위사업청장 방산 현장 방문’에서 차명수 수석조종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제 4호기를 몬 차명수 KAI 수석시험조종사는 현역 시절 F-16과 FA-50을 조종했다. 그는 비행 정보를 아날로그 계기판 대신 디지털 화면으로 구현한 풀글래스 조종석을 예로 들면서 "과거 제가 탔던 비행기보다 훨씬 진보된 부분이고, 최신의 전투기인 F-35 수준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격납고에서 KAI 직원들이 한국형 전투기 KF-21 시제기에 AIM-2000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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