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서 이 전기차가 제일 많이 팔렸다고? '뜻밖의 결과'

트럭도 '경유차' 지고 '전기차' 뜨고
서울 기준 1600만원 보조금 지급
경유차 대비 유지비도 저렴해
200㎞ 안팎 짧은 주행거리는 문제
충전소 곳곳 전기트럭 점령

현대차의 전기트럭 포터2 일렉트릭. 현대차 제공

[파이낸셜뉴스] 올해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승용차가 아닌 현대차의 전기트럭 포터2 일렉트릭으로 나타났다. 2위 역시도 기아의 전기트럭 기아 봉고3 EV였다. 전기트럭은 전기승용차 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데다 유지비도 저렴해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포터2 일렉트릭은 1~4월 1만630대가 팔려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전년과 비교해선 82.5% 급증한 수치다. 2위는 8207대의 판매고를 기록한 봉고3 EV였다. 봉고3 EV 역시도 전년 대비 판매량이 43.4% 증가했다. 포터2 일렉트릭과 봉고3 EV는 현대차·기아의 주력 전기 승용차인 EV6(7654대)나 아이오닉5(5811대), 아이오닉6(5171대)를 크게 앞섰다.

포터와 봉고 등 소형트럭은 그동안 ‘자영업자 발’로 불리며 큰 인기를 모았다. 실제 주로 경기 불황기에 판매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최근에는 전기트럭이 판매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포터와 봉고의 인기를 단순하게 경기불황으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4월 포터와 봉고 판매량 6만1661대 가운데 전기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5%에 달했다.

경유차에 대한 규제가 계속 강화되고, 전기트럭은 승용차 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등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령 아이오닉5를 서울에서 구매할 경우 보조금은 860만원(국비 680만원·지방비 180만원) 수준이지만 포터2 일렉트릭의 경우 총 1600만원(국비 1200만원·지방비 4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유지비 역시 경유 모델보다 전기가 더 저렴하다.

기아의 전기트럭 봉고3 EV. 기아 제공

여기에 레저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포터나 봉고를 캠핑카로 개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물류 업체들도 탄소중립의 일환으로 기존 내연기관차 모델을 전기트럭으로 속속 교체하고 있다는 점도 판매 증가세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경유차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기트럭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연내 포터 경유 차량의 생산을 중단할 방침이다. 대신 내년부턴 액화석유가스(LPG)와 전기 모델만 판매한다. 포터 LPG가 다시 생산되는 것은 2003년 단종 이후 20년 만이다. 이처럼 전기트럭의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면서 해외 업체들도 국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중국 업체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는 GS글로벌과 손잡고 한국 시장에 처음으로 1t 전기트럭을 T4K를 내놨다.

다만 짧은 주행거리는 전기트럭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포터2 일렉트릭(상온 220㎞·저온 173㎞), T4K(상온 246㎞·저온209㎞) 모두 1회 충전 주행거리가 200㎞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화물을 많이 적재할 경우 주행거리는 더욱 짧아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소는 대부분 전기트럭이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충전 문제가 심각하다. 짧은 주행거리의 전기트럭이 계속 늘어나면 전기승용차 보급 확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