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때 ‘분수대’ 역할, 알고 있나요?

고귀한 기자 2023. 5.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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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팔닷컴’ 역사추리게임
광주실천교육교사모임이 5·18민주화운동 역사와 의미 등을 알리기 위해 만든 추리형 게임 ‘광장 한 이야기’와 ‘니들’의 첫 화면. ‘오일팔닷컴’ 메인 화면 캡처
광주실천교육교사모임, 2020년 웹페이지 만들어 시작
이달 난이도 조절 신작 2편 내놔…현장서 체험 행사도
“학생들 흥미 유발 위해 게임 개발” 영어 버전 공개 앞둬

“광주 시민은 숙연한 자세로 영령들의 넋을 위로해주어야 할 시점입니다. 당분간만이라도 도청 앞 ○○○를 정지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5·18민주화운동이 계엄군의 유혈진압으로 막을 내린 나흘 뒤인 1980년 5월30일 오후 11시40분 광주시청에 이런 내용의 민원 전화가 걸려왔다. 정지해달라고 한 ○○○는 무엇일까. 문제에는 평면 삽화와 함께 ‘5·18민주광장에서 옥색 구조물을 찾아보라’는 힌트도 주어졌다.

답은 ‘분수대’이다. 1971년 옛 전남도청 앞에 들어선 이 분수대는 민주화운동 당시에는 시민들이 연단 삼아 모여 항쟁 의지를 불태웠던 역사적 장소다.

답을 맞히면 자연스럽게 다음 문제로 이어진다. 5·18 당시 분수대에 모여 있는 시민들 사진이 제시되고 분수대에 올라 태극기를 들어올릴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등을 묻는다. 5월 광주 참상을 판화로 세계에 알린 도미야마 다에코의 ‘시민의 힘’ 작품이 힌트로 제시됐다.

광주광역시 교사들이 43주년을 맞는 5·18을 앞두고 제작한 역사추리형 게임인 ‘광장 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문제들이다. 이들은 옛 전남도청을 무대로 한 ‘광장 한 이야기’ 외에 금남지하상가 만남의 광장을 배경으로 한 다른 버전인 ‘니들(바늘)’도 함께 만들었다.

두 게임의 방식은 같다. 문제가 제시되면 5·18 사적지를 직접 찾아다니며 답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문제마다 과거 기사나 동영상, 사진 등이 힌트로 주어진다. 참가자들은 게임을 풀며 자연스럽게 5·18 역사와 그 의미 등에 대해 고민하고 배운다. 이들 게임에 나오는 문제는 각각 15개다. 해당 게임은 지난 1일 처음 공개됐다. ‘오일팔닷컴’에 접속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게임 기획, 스토리 등은 광주 초·중학교 교사 20여명이 맡았다. 광주실천교육교사모임 소속인 이들은 5·18 가치를 알리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함양하기 위해 고민하다 2020년 웹페이지를 만들었다. 이후 수동적 학습으로는 학생들이 5·18민주화운동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추리 형식의 게임을 접목하기 시작했다.

처음 만든 게임은 5·18민주묘지와 전일빌딩 등을 주제로 한 ‘보물편지’와 ‘스핀오프 미니게임’이다. 코로나19 확산 탓에 소규모 모임이나 온라인 참여 형태로 제작됐지만 학생·교사·학부모 등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어 현재까지 6만여명이 참여했다.

이번에 새로 제작·공개한 ‘광장 한 이야기’와 ‘니들’은 그간 2~3시간에 달하는 시간, 난이도 등 문제점을 개선하고 현장 위주 게임으로 재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10일 현재 670명이 이들 게임에 참여했다. 영어 버전으로도 제작해 조만간 공개할 방침이다. 광주실천교육교사모임은 오는 13일 5·18민주광장 등 각 현장에서 체험행사를 진행한다. 게임엔 약 1시간이 소요되고, 무료다.

이해중 광주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빛고을초 교사)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 정서에 부담 되지 않으면서 5·18에 흥미와 관심을 갖게 할까를 고민하다 추리형 게임을 만들었다”며 “학생들은 물론 국민들의 5·18 역사 의식 고취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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