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권과 유권자]② 문맹률 높았던 시대엔 투표용지에 기호·한자 병기

투표용지 속 선거 역사…위조투표지 음모론에 '몸살'

[편집자주] 5월10일은 제12회 유권자의 날이다. <뉴스1>은 선거의 중요성과 의미를 되새기고 국민의 주권의식을 높이기 위해 부산시선관위와 함께 4차례에 걸쳐 선거 참여의 중요성, 투표용지와 투표함에 깃든 역사, 선거제도의 변천사 등을 짚어본다.

1948년 대한민국 첫 선거 당시 투표소에서 선거인들이 줄을 서 있다.(부산시선관위 제공)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투표용지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향한 국민들의 희망을 담는 그릇이자 우리가 원하는 정책과 정치를 선택하고 때로는 심판하는 강력한 무기다.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긴 소중한 종이면서 우리나라 선거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도 하다.

◇시대 흐름이 담긴 투표용지 투표용지를 살펴보면 네모난 모양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투표용지가 처음부터 사각형은 아니었다.

부산시선관위에 따르면 1948년 처음 선거가 실시됐을 당시 투표용지는 가로로 긴 투표용지에 한쪽 면은 뾰족했다. 세로쓰기 시절이라 가로형 투표용지가 편리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당시 투표용지는 한쪽에 길게 홈이 파여 있어 기표한 투표지를 접은 뒤 이 홈에다가 뾰족한 끝을 끼우도록 돼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투표지를 보여주지 않게 비밀투표를 보장하려는 이유였다. 이 용지는 1981년 제11대 국회의원선거 때까지 사용됐다.

이후 투표용지는 가로로 네모난 사각형으로 바뀌었다가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부터는 지금처럼 세로로 긴 형태의 용지를 사용하고 있다.

(왼쪽부터)1952년 제2대 대통령선거 투표용지→1981년 제1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용지(부산)→1991년 종로구의회의원선거 투표용지(부산시선관위 제공)

◇문맹률 높았던 과거, 기호·한자 병기

과거에는 투표용지의 기호와 정당명·후보자명 표시 방법도 지금과 달랐다. 초기에는 막대기호(I, II...)로, 정당명과 후보자명은 한자와 한글을 병기했다. 문맹률이 높았던 시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1971년 치러진 제7대 대통령선거부터는 지금처럼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했으며, 1991년 구·시·군의회의원선거부터는 한자 병기 없이 한글만으로 표기했다.

이후 투표용지 형태의 큰 변화는 각 정당·후보자 칸 사이 여백을 만든 것이다. 이전까지는 두 정당·후보자 칸에 걸쳐서 표를 찍는 경우가 발생, 무효표율이 많아 개표과정에서 적지 않은 혼란을 가져왔다.

2015년 공직선거법 개정과 함께 걸쳐서 기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투표용지 각 정당·후보자란 사이에 여백을 만들었다.

(왼쪽부터)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투표용지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용지(부산시선관위 제공)

◇투표 용지 둘러싼 음모론도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 당시 후보자란 사이에 여백이 없는 사전투표용지가 발급됐으며 선관위가 특정 후보자 당선을 위해 일부러 무효표를 만들기 위해 투표용지를 교부한다는 소문이 온라인상에 퍼졌다.

개표 결과 여백이 없는 사전투표용지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선관위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11명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사전투표 관련 음모론은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낙선한 후보자가 정규 투표용지가 아닌 불법 투표지가 대량으로 위조·투입됐다고 주장하며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한 일이 발생했다. 당시 법원 감정 결과 위조 투입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 사전투표용지는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발급기로 발급해 선거인에게 교부하는 시스템으로 유권자들에게 교부되고 있다. 사전투표함은 정당·후보자 측 참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봉인하고 참관인에 경찰관까지 동반해 선관위 사무실(관내투표)과 우체국(관외투표)으로 인계된다.

사전투표함 보관장소에는 CCTV가 설치돼 있어 보관 전과정이 녹화되기 때문에 위조 투입이나 투표함 바꿔치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syw534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