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히비끼 잡아라” 잘 팔리는 고급 일품진로, 매년 한정판 내는 이유는

이민아 기자 2023. 5.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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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오크통 숙성 원액 소진... 양산 않고 소량 생산
내년 창립 100주년, 한정판 기념주 출시 예정
K-위스키로 최근 4년간 연 평균 판매량 44% 성장
“일품진로는 요새 유행하는 일본의 야마자끼, 히비끼와 같은 위스키와도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원액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증류식 소주 제품군 ‘일품진로’ 가운데서도 오크통(참나무통)에 장기간 숙성한 ‘슈퍼 프리미엄급’ 일품진로를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른바 ‘K-위스키’로 불리며 인기몰이를하는 증류식 소주의 성장세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프리미엄 소주 일품진로 한정판./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는 내년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한정판 기념주를 소량 생산할 예정입니다. 지난 2018년부터 창립기념일마다 매년 8000병 안팎으로 ‘슈퍼 프리미엄급’ 제품을 소량 생산했는데, 내년에도 이를 이어가는 거죠.

일품진로와 같은 증류식 소주는 쌀, 보리 등을 발효시킨 청주를 가열해 만든 술로, 도수가 높지만 맛과 향이 깔끔합니다. 대신 일반적으로 저렴하게 먹는 희석식 소주보다 2배 이상 비싸죠. 희석식 소주는 에탄올(주정)에 물을 타고 감미료를 넣어 대량 생산합니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한 위스키 열풍에 힘입어 한국식 증류주는 인기몰이를 해오고 있습니다. 회식이나 모임에서 술을 ‘많이’ 마시는 것 대신, 혼자서라도 집에서 고급스러운 술을 ‘즐기며’ 마시는 트렌드가 확산됐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일품진로의 연평균 판매량은 매년 44%씩 늘었습니다. 특히 일품진로는 2021년 78%, 2022년 67%씩 전년 대비로 판매량이 늘어, 코로나19 기간 불었던 ‘홈술’ 트렌드의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특히, 지난 2018년부터 팔기 시작한 한정판 슈퍼 프리미엄 일품진로는 고급 K-위스키로 톡톡히 자리 잡았습니다. 우선 이름부터 ‘일품진로 21년산’ ‘일품진로 22년산’으로 오크통에서 숙성된 햇수를 제품 이름에 넣어 위스키를 연상시켰습니다. 한정판 일품진로는 16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애주가들이 ‘없어서 못 구하는 술’입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가 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하이트진로 제공

이렇게 잘 팔리는데도, 하이트진로는 슈퍼 프리미엄 제품을 소량만 생산합니다. 귀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도, 한정판 마케팅을 위해서도 아닙니다. 그 이유는 “그동안 생각보다 잘 팔려서, 재료로 쓸 장기 숙성된 원액이 부족해져서”라고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지난 4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습니다.

그는 “소비자들이 잊지 않게 하기 위해 한정판을 계속 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대표는 “위스키 트렌드가 앞으로 증류주 시장에서 연결 고리가 될 수 있을 거라 보고 미래를 위해 시장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며 “오크통 원액이 많이 확보되고 적정한 시기가 오면 일품진로가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오크통 숙성 원액이 생겨난 시기는 지난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6년 하이트맥주와 합병 전 진로는 ‘참나무통 맑은소주’를 냈습니다. 참나무통 맑은소주는 당시 ‘위스키 소주’로 입소문을 탑니다. 프리미엄 소주 시장을 개척하고자 했죠. 참나무통 맑은소주는 증류식 소주를 참나무통(오크통)에 숙성시킨 원액을 사용했습니다.

참나무통 맑은소주는 출시 50일 만에 1000만 병이 팔리며 소주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1997년 IMF 외환위기와 함께 참나무통 맑은소주를 비롯한 프리미엄 소주는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그러나 증류식 소주 원액이 담긴 수천 개의 오크통은 그대로 있었죠.

2005년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하고 2007년 남겨진 오크통에서 숙성한 원액을 활용해 일품진로를 출시합니다. 10년이 넘게 숙성된 소주의 맛과 향이 애주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습니다. 결국 하이트진로는 원액 부족으로 10년 숙성 제품을 생산할 수 없게 됩니다. 그나마 남은 숙성 원액을 모으고 모아, 매해 한정판 생산에 사용하는 것이죠.

추가 생산을 위해 지난 2014년 오크통에 원액을 넣고 숙성 중이지만 아직 10년이 지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하이트진로는 2018년 6개월 숙성한 증류 원액을 사용해 대중성을 갖춘 ‘일품진로1924′를 출시했고, 2021년에 일품진로로 재단장했습니다.

김 대표는 “웬만한 양주보다 풍미 있고 패키지도 좋다고 생각한다”며 “한정판 생산을 ‘브랜드 인큐베이팅’을 하는 과정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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