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왜 이러나?” KIA 29세 안방마님, 이런 생각 금지…505도루남 ‘격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속으로 ‘오늘 왜 이러나’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KIA 포수 한승택(29)이 10일 광주 SSG전 도중 마스크와 보호대를 벗은 모습이 중계방송 카메라에 몇 차례 잡혔다. 이날 유독 블로킹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기록상 폭투는 두 차례였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한승택의 책임으로 보긴 어려웠다.
3-3 동점이던 4회초 1사 만루. SSG 김민식이 초구에 번트 자세를 취하자 KIA 선발투수 숀 앤더슨의 초구 패스트볼이 한승택의 미트로 가지 않았다. 반대 투구였다. 경기를 중계한 SPOTV 이대형 해설위원은 타자가 갑자기 번트 자세를 취하면 제구가 흔들리는 투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앤더슨은 커맨드와 제구가 안정적인데, 이날은 유독 흔들렸다. 결국 한유섬의 득점이 결승점이 됐다.
3-4로 뒤진 6회 1사 1루의 경우, 좌완 최지민이 대타 김강민을 상대로 초구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이끌어내자 2구 역시 체인지업을 택했다. 그러나 이번엔 몸쪽으로 원 바운드가 되면서 백스톱으로 빠져나갔다. 이날 KIA의 두 번째 폭투.
그러자 이대형 해설위원이 의미심장한 코멘트를 했다. “한승택이 굉장히 힘들어하는 경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낮은 패스트볼이나 이런 공들은, 블로킹으로 따라가기 힘든 공이다. 지금은 막을 수가 없는 공이었다. 속으로 한승택이 ‘오늘 왜 이러나’하는 생각도 들거든요”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폭투는 투수와 포수의 공동책임이다. 진루한 해당 주자가 투수의 자책점으로 기록되지만, 포수의 책임도 있다. 다만, 반대투구가 나오거나 투수의 손에서 빠진 공들의 경우, 투수의 책임이 크다고 봐야 한다. 이날 폭투 2개가 이런 케이스였다는 게 이대형 해설위원 얘기다.
KIA는 올 시즌 폭투 20개로 최다 2위다. 여기엔 포수들의 지분도 분명히 있다. 다만, 각 케이스를 살펴볼 필요도 있다. 이대형 위원은, 이날 제구가 흔들린 투수들의 공을 받는 한승택의 고생을 공감 및 격려하고 싶었던 것 같다. 4회 폭투 이전에는 앤더슨의 홈 송구를 몸을 날려 막아내는 등 포수의 삶은 역시 고되다는 걸 보여줬다.
심재학 단장의 부임과 함께 KIA 안방이 약하다는 평가, 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다고 KIA 포수들의 수비력이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한승택의 PASS/9가 0.714로 13위, 주효상이 0.889로 15위이긴 하다. 그러나 한승택의 WAA는 0.153으로 포수 6위, 주효상도 0.071로 포수 11위다.
KIA 포수들의 타격은 약하다. 현대야구 트렌드를 감안할 때 취약 포지션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KIA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이더라도 한승택과 주효상은 안고 가야 할 소중한 자원들이다. 29세, 26세로 발전 여지도 있는 선수들이다. 투손과 오키나와에서 야간훈련까지 성실히 소화할 정도로 많은 땀을 흘려왔다.
1년에 144경기를 치르다 보면, 별 일이 다 있다. 지금 한승택과 주효상에게 필요한 건 이대형 위원의 말대로 “오늘 왜 이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두 사람 곁엔 투수들, 야수들, 코칭스태프들, 응원하는 팬들이 있다.
[한승택.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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