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자문 활동하다 음지로 숨는 라덕연같은 ‘전문가들’...당국은 실태 파악도 어려워
최근 주가 조작 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는 수년간 투자자문사뿐 아니라 유사투자자문사, 심지어 미등록 투자자문사까지 운영하며 수백명의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사업자 등록, 영업이 금융당국의 감시 아래 이뤄지는 투자자문사와 달리 유사투자자문사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데, 이를 악용해 일대일(1대1) 투자자문, 투자 일임 등 일정 자격을 갖춘 투자자문사만이 할 수 있는 행위를 불법적으로 해왔다. 실제 라 대표에게 수억원의 자산을 맡긴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에 등록돼 있다고 해서 (불법이 아닐 것이라 생각해) 돈을 맡겼다”고 호소한다.
더 큰 문제는 아예 등록하지 않은 미등록 투자자문사들이다. 라 대표 또한 처음에는 등록 후 활동했지만, 이후 본격적으로 작전에 돌입할 때는 미등록 상태로 진행했다. 그나마 유사투자자문사는 가끔이라도 금융당국이 들여다보지만, 미등록 회사는 고객이 직접 신고하는 수밖에 없어 이들로 인한 피해가 크다. 유사투자자문사로 활동하다가 사업이 된다 싶으면 아예 미등록으로 전환해 불법 영업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사투자자문사를 경영하면 가끔씩 금감원이 경영 실태를 파악하기 때문에 (어차피 불법을 저지를 거라면) 라씨처럼 미등록 상태로 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금융 상품에 대한 투자 조언을 하는 유사투자자문사가 최근 5년 새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등록된 유사투자자문업체 수는 2017년 말 415곳에서 이달 10일 기준 2139곳으로 급증했다. 연간 신규 등록 업체 수도 2018년 172곳에서 2022년 459곳으로 크게 늘었다.
유사투자자문사는 투자 조언을 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문사와 유사한 영업을 하지만, 일대일 투자 조언이 금지돼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규정상 유사투자자문사는 ‘불특정 다수’에게 ‘동일한’ 투자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에 주로 모바일 메신저,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구독료를 받아 수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라 대표처럼 높은 비용을 지불한 일부 회원에게 차별화된 1대1 투자 상담, 특정 종목 추천, 나아가 투자자문사도 따로 인가를 받아야 하는 투자일임업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경우가 많다. 모두 불법이다.
또 정식 사업자 등록을 하기 위해 자본금, 전문인력 등 조건을 충족하고 별도로 금융당국의 심사를 거치는 투자자문사와 달리 유사투자자문사는 금감원에 신고만 하면 영업이 가능하다. 개업 이후에도 경영사항공시, 영업보고서 제출 등의 의무가 부과되지 않아 회사의 사업규모나 재무상태를 투자자가 파악할 수 없다. 게다가 유사투자자문업은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에 해당하지 않아 금융당국의 관리·감독과 투자자보호 규정에서도 소외돼 있다.
유사투자자문업체 수가 늘어난 만큼, 유사투자자문업체의 불법 행위 사례도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1년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불법·불건전 영업행위 근절을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하고 유사투자자문업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불법 영업 업체의 수나 영업 실태 파악은 물론이고 이를 적발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기 위해 미등록 업체들에 유사투자자문업 등록을 독려하는 상황이라 업체 수 폭증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적지 않은 유튜브 채널, 텔레그램 채널 등이 당국 안내에 따라 유사투자자문업 등록을 마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규정을 잘 지키며 영업하는 곳도 많기 때문에 유사투자자문업 자체를 색안경끼고 볼 수는 없다.
더 큰 문제는 미등록 상태의 투자자문사들이다. 아예 금융당국에 등록조차 하지 않은 투자자문업체를 적발하기는 더욱 어렵다. 라 대표와 같은 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투자자문 대표’ 명함을 달고 불법 행위를 영위하기 쉽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2021년 점검 결과 미신고 유사투자자문업체 3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에 아무런 등록도 하지 않고 투자자문이나 투자일임 등 불법 행위를 해온 업체다. 미등록 투자자문업체가 적발된 것은 금감원이 매년 유사투자자문업자 불법․불건전 영업행위 점검 결과를 공표해 온 2017년 이후 처음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유사자문업체로 신고가 된 회사를 위주로 이들 중 불법·불건전 행위를 하는 업체를 적발한다”면서 “업체 홈페이지 모니터링(일제 점검)과 직접 업체의 유료회원으로 가입하는 암행점검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의 한계로 점검·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아예 등록되지 않은 미등록 업체를 적발하는 것은 투자자 신고가 아니라면 사실상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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