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 증권도 조선도 뗀다…2개 남은 '대우' 간판 "무형 유산도 상당"

김민성 기자 2023. 5. 11.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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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파워 덕분 인수 후 5~6년은 사용…대우조선해양 사라지면 건설·상용차만 남아
'상표권' 가진 포스코인터, 한해 90억원 로열티 수익…대우맨도 산업계 등 곳곳서 활약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2017.3.2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한화그룹에 인수합병되는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오션'으로 새출발하게 되면서 기업명에 옛 대우그룹을 의미하는 '대우'를 간판에 쓰는 곳은 대우건설과 타타대우 2곳만 남게 됐다. 한때 재계 서열 2위까지 올랐던 대우그룹이 해체된 지도 벌써 24년이 지났으니 자연스러운 퇴장이긴 하다. 다만 대우가 남긴 흔적과 유산은 여전히 국내외 산업계 전반에 흐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오는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명을 '한화오션㈜'로 변경하는 정관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대우그룹의 주축 계열사였던 대우조선해양도 대우자동차, 대우전자 등과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대우'라는 이름을 쓰는 곳은 중흥건설이 인수한 대우건설(047040)을 비롯해 인도 타타그룹의 트럭브랜드인 타타대우(과거 대우상용차)만 남는다.

◇'대우' 브랜드 파워 덕에 5~6년간 간판 지켜

국내 계열사 41개와 해외 법인 396개를 거느렸던 대우는 1990년대 당시엔 현대그룹에 이어 재계 서열 2위를 차지했던 그룹이다. 현재 재계서열 1위, 2위인 삼성, SK(당시 선경)보다 순위가 높았다. 튼튼한 가전제품을 만들겠다는 슬로건인 '탱크주의', 김우중 당시 회장의 그룹 모토였던 '세계경영' 등이 이름을 알리며 경제계를 주름잡았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1999년 최종 해체된 대우는 주축 계열사들이 인수·합병됐지만 이후에도 사명엔 '대우'라는 간판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공격적으로 시장을 개척했던 이른바 '대우정신'이라는 브랜드 효과를 활용하기 위해 회사명을 즉각 바꾸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대우의 브랜드 파워가 잊혀지며 대우 계열사를 인수했던 기업들은 하나둘 간판에서 '대우'를 지우기 시작했다. 인수 기업의 정체성을 더욱 강조하고 통일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한국GM은 'GM대우자동차'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2011년부터 승용차, 상용차에 '대우'를 삭제하고 사명도 바꿨다. 가전시장에서 삼성전자, LG전자와 경쟁했던 대우전자는 동부그룹(당시 동부대우전자)을 거쳐 대유위니아그룹에 팔렸고 '위니아대우'라는 사명을 사용해오다 2020년 '위니아전자'로 공식 변경했다.

2010년 포스코그룹에 인수된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대우'로 사명을 바꾼 뒤, 2019년 '대우' 명칭을 삭제하고 '포스코인터내셔널'로 재탄생했다. '증권업계 사관학교'라 불리던 대우증권도 미래에셋증권에 인수된 뒤 '미래에셋대우'를 사용해왔지만, 인수 5년 만인 2021년 '미래에셋증권'으로 이름을 바꿨다.

대부분 한시적으로 대우 사명을 유지해온 것과 달리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자마자 '대우'라는 이름을 바로 뗀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계열사보다 대우조선이 20여년간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를 받아오면서 분식회계, 적자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너무 많은 탓에 인수 즉시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 '대우'를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경영' 덕분에 해외서 여전한 로열티 수익…산업현장 곳곳엔 '대우맨'

이름이 사라져도 대우의 유산은 곳곳에 남아 있다. 내수보다 해외시장에서 더 이름을 날린 이른바 '세계경영' 덕분에 해외에서의 대우 브랜드 파워는 지금도 상당하다. 고(故) 김우중 회장이 개척했던 중동, 동유럽, 동남아시아 지역의 해외 가전기업들이 대우 브랜드를 여전히 사용하고 싶어 한다. 대우 상표권은 현재 ㈜대우가 이름을 바꾼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이 갖고 있는데, 지난해에만 91억원의 상표권 수익을 냈다.

1980~1990년대 입사한 대우맨들은 경제계를 비롯해 정계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대우자동차 기획실에서 컨설팅을 담당하며 35세 나이에 최연소 임원에 오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대표적이다.

대우경제연구소 금융팀장을 지냈던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회장 비서실 출신인 정인섭 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공교롭게도 이번 대우조선해양 매각 과정에 깊이 연관된 인물들이다. 강 회장은 채권단 관리자로서 대우조선의 매각을, 한화오션의 사내이사를 맡게된 정 전 사장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실사단을 진두지휘했다.

증권업계에선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대우증권 출신이고, 현역에선 은퇴했지만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사장, 손복조 전 토러스증권 사장, 김기범 전 메리츠증권 사장, 진수형 전 한화증권 사장도 '대우맨'이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과 대표이사를 지낸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우그룹 무역부문으로 입사했다가 2002년 노무현 당시 대선후보 수행비서로 정계 입문한 같은당 강병원 의원도 대우그룹 출신이다.

대우 임원을 지냈던 한 인사는 "대우라는 그룹이 역사적으로 평가가 엇갈리지만 대우맨들의 개척정신과 애사심만큼은 남달랐다"며 "그런 덕에 회사를 창업하거나 다른 회사에 소속되더라도 인정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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