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훈풍'에 G7 확대 논의 다시 탄력 받을까
2020년 미국이 '한국 등 포함' 제안했으나 공론화엔 실패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올해 G7 의장국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초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동안 잠잠했던 'G7 확대'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970년대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주요 5개국(G5)로 출범한 G7(G5+이탈리아·캐나다)은 1997년 러시아의 가입으로 한때 주요 8개국(G8)이 됐다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침공 및 강제병합에 따라 다시 현재의 G7으로 되돌아왔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 기존 회원국들이 러시아의 회원국 자격을 '무기한 박탈'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재차 무력 침공한 데다 그에 따른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의 갈등이 심화돼 "G7이 다시 러시아를 포함한 G8이 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는 게 외교가의 중평이다.
러시아 또한 우크라이나 침공 전부터 "G8 복귀엔 관심이 없다"는 반응을 보여 왔다.
G7은 조약이나 협정에 따라 만들어진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명문화된 가입 조건이 없다. 그러나 러시아의 사례에서 보듯, 다른 회원국들의 컨센서스(전원동의) 절차를 거쳐야만 회원국이 될 수 있다.
올해 G7 의장국인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와 함께 호주, 인도, 브라질 등의 비회원국 정상들을 다음주 히로시마에서 개막하는 정상회의에 초청했다.
우리 정상이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건 2008년과 9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2021년 문재인 대통령(영국)에 이어 윤 대통령이 세 번째다. 이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2008~9년 회의는 러시아가 회원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던 G8 정상회의였다.
G7 확대 및 우리나라 가입에 관한 논의는 앞서 문재인 대통령 재임 때인 2020년에도 한 차례 공론화된 적이 있다. G7 의장국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이 "현재의 G7 구성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우리나라와 호주·인도 등을 G7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에 동의를 표시했다.
이 때문에 한동안 G10(G7+한국·호주·인도) 혹은 G11(G8+한국·호주·인도·러시아) 출범 가능성이 각국의 주요 관심사가 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 탓에 미국은 2020년 G7 정상회의는 끝내 개최하지 못했다.
이듬해 2021년 회의 때도 의장국 영국이 우리나라를 초청했지만 G7 확대 논의로까진 이어지지 않았다.
2020~21년에 우리나라의 가입을 포함한 G7 확대 논의가 탄력을 받지 못한 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실패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G7의 원년 멤버이자 유일한 아시아권 회원국인 일본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사실도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한일관계는 2018년 우리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과 그에 따른 일본 측의 반발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던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한일관계엔 그 당시와 달리 외견상 '훈풍'이 부는 듯하다.
윤 대통령은 작년 5월 취임 이후 '한미동맹 강화·발전'과 더불어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위한 한일관계 개선을 시도해왔고, 이는 올 3월 우리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와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 재개로 이어졌다.
우리 정부가 발표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은 우리 정부 산하 재단이 일본 전범기업들을 대신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해주는 이른바 '제3자 변제' 방식을 골자로 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선 "일본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등의 비판이 일었지만,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란 평을 듣던 한일관계는 적어도 정부 당국 차원에선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히로시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G7 확대 문제가 공론화된다면 일본 측이 대놓고 반대하진 않을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과의 전방위 패권경쟁 속에 전임 트럼프 행정부 때 이상으로 주요 동맹·우방국 등 유사 입장국들과의 연대·결속을 강화해온 점 또한 G7 확대 등 변화 가능성을 점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이 경우 우리나라와 호주 등이 대상국가로 우선 거명된다.
그러나 정부 소식통은 "만약 우리나라 등을 포함해 G7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려 했다면 지금쯤이면 어떤 식으로든 관련 얘기가 흘러나왔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그런 기류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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