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 징계 후 조기 복귀→선수 불만에 레이저 눈빛…이게 K-심판의 권위인가
[OSEN=부산, 조형래 기자] KBO 심판진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인 듯 하다. 이게 바로 K-야구 심판들의 권위다.
KBO 이영재 심판위원은 지난 4월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T-롯데전에서 치명적인 오심을 저질렀다. 규칙 자체를 잘못 적용해서 득점까지 연결됐다. KT가 2-0으로 앞서던 4회초 2사 1,3루에서 상황이 발생했다. 김상수가 친 타구가 마운드를 맞고 2루심이었던 이영재 심판위원의 허벅지 쪽에 맞고 굴절됐다. 타구가 심판에 맞는 순간 경기는 자동적으로 볼데드가 선언됐다.
이때 규칙을 잘못 적용했다. 야구규칙 5.06(c) 6항 ‘내야수(투수 포함)에게 닿지 않은 페어 볼이 페어지역에서 주자 또는 심판원에게 맞았을 경우 또는 내야수(투수 제외)를 통과하지 않은 페어 볼이 심판원에게 맞았을 경우-타자가 주자가 됨으로써 베이스를 비워줘야 하는 각 주자는 진루한다’는 규칙이 있지만 이영재 심판조장을 필두로 한 이날 심판조는 규칙을 절반만 적용했다.
3루까지 향했던 1루 주자는 2루로 돌려보냈지만 3루 주자가 머물러야 한다는 규칙은 적용하지 않았다. 이동할 이유가 없던 3루 주자 조용호는 머물러야 하지만 3루 주자 조용호의 진루와 득점은 인정했다. 이후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다. 롯데 측이 항의하지 않으면서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다. 심판진은 추후 상황을 바로잡지 못했고 경기는 KT의 7-1 승리로 끝났다.
문제는 경기 후 대처였다. 현장의 심판진은 “경기 규칙을 잘못 적용한 것은 맞다. 하지만 롯데 측에서 어필하지 않으면서 득점은 인정됐다”라고 설명했다. 쿨하게 잘못은 인정했지만 ‘항의 안한 롯데의 잘못’이라면서 롯데 측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 당시 현장에서 취재를 했던 기자는 경기 후 심판진에게 상황 설명을 듣기 위해 심판실을 찾아갔지만 바로 답변을 듣지 못했고 “홈팀 홍보팀에게 의견을 전달했다”라고 대답을 미뤘다. 위의 심판진 의견 역시 심판진에게 직접 들은 설명이 아니었다.
결국 이튿날 KBO는 해당 심판진에게 징계를 내렸다. 2루심을 맡은 심판조장 이영재 심판위원은 4월8일부터 퓨처스리그 무기한 강등과 벌금 100만 원, 사직 경기 심판진이었던 장준영(주심), 김익수(1루수) 김정국(3루심), 윤상원(대기심)에게는 각각 100만 원의 벌금과 경고 조치를 내렸다.
무기한 강등 조치는 말 그대로 기약이 없는 강등이다. 하지만 무기한이라는 의미를 달리 해석하면 ‘기간에 제약받지 않고’라고 해석할 수 있었다. 조기 징계 해제의 가능성도 열려 있었다. 결국 무기한 강등 징계는 후자로 해석이 됐다. 이영재 심판위원은 강등 조치가 내려진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지난 2~4일 창원 LG-NC전부터 1군 심판조에 포함됐다. 2일 경기 2루심, 3일 경기 주심을 맡았다. 이후 6~8일 고척 SSG-키움 3연전에 심판진으로 참여했다.
이영재 심판위원은 다시 사직구장으로 돌아왔다. 9일 두산-롯데전 2루심을 봤고 10일 경기에서는 주심을 맡았다. 논란과 물의를 일으켰던 오심의 장소에서 한 달 만에 다시 심판직을 수행했다.
베테랑 심판인 만큼 이날 경기 주심으로서 경기 운영은 깔끔했다. 그런데 경기 후반, 예기치 못한 곳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8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전준우가 들어섰다. 1볼 2스트라이크에서 두산 김명신의 몸쪽 141km 꽉찬 패스트볼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전준우는 의아하면서 납득하기 힘든 표정을 지으며 잠시 서 있었고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별도의 항의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영재 주심은 이 행동조차 심판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전준우가 덕아웃으로 돌아가고 곧바로 공수교대 시간이 다가오자 이영재 주심은 여분의 공을 받으면서도 시선은 롯데 덕아웃으로 향해 있었다. 전준우가 스트라이크가 맞는지 물어본 것에 대해서 심기가 불편해진 듯 했다. 심판이 선수에게 먼저 도발을 한 꼴이었다. 이영재 주심의 행동에 전준우도 발끈했고 중계방송 화면 상으로는 “물어본 거잖아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영재 주심은 계속 롯데 덕아웃을 레이저 눈빛으로 노려봤다. 다른 심판진도 롯데 덕아웃 앞으로 모였다. 그러나 사건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다. 투수교체를 위해 공을 받으러 나간 배영수 투수코치, 래리 서튼 감독, 박흥식 수석코치가 모두 이영재 주심에게 달려나와서 사건을 진화했다. 덕아웃에서는 문규현 코치와 백어진 코치가 전준우를 말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물어보는 것조차 안되는 게 KBO리그의 심판과 선수의 관계다. 물론 별다른 마찰 없이 경기가 펼쳐지는 경우가 더 많지만 이날의 상황은 심판진이 알아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논란을 자초하는 모양새라고 봐도 무방했다. 마치 그들의 권위는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자세가 역력하게 느껴졌다. 만약 그러한 분란의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면 퇴장을 선언하면 된다. 항의를 했다는 이유가 있기에 차라리 퇴장이라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차라리 깔끔하고 불씨를 남기지 않는다.
KBO는 올해 스피드업 규정을 더욱 상화했다. 평균 경기시간을 정규이닝 기준 3시간 5분을 목표로 했다. 마운드 방문 시간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타석 이탈 방지 규정을 적용하면서 심판진의 스피드업 평가까지 실시하겠다고 확고하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심판진의 논란은 경기시간만 더욱 늘어지는 꼴이다.
구단 관계자들은 볼판정 논란에 “결국 돌고 도는 것”이라면서 체념한다. 이득을 볼 때도 있지만 손해도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심판진과 불편한 관계를 피하고 분란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심판 고유의 영역이라고는 하지만 논란의 불씨가 잠잠해지지는 않는다. 언젠가는 터지게 되어 있다. 그 불씨를 심판진이 지뢰처럼 심어 놓는 셈이다.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선수들, 그리고 명품 경기를 원하는 팬들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야구 인기 회복을 목표로 사활을 걸고 있는 KBO다. LG, 롯데, KIA 등 전통의 인기팀들이 시즌 초반 나란히 선전을 하면서 야구 흥행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인기와 흥행의 장애물은 내부에 있다는 것을. ‘불가침의 영역’이 된 심판진의 권위의식이 타파되지 않으면 KBO의 흥행과 신규 팬들의 유입도 요원할 것이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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