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호와 맹성웅의 활용법 변화, 김두현 감독대행이 찾은 ‘닥공’ 부활의 힌트

[스포츠서울 | 수원=정다워기자] 전북 현대가 일단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전북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12라운드 경기에서 3-0 대승을 거뒀다. 올시즌 처음으로 한 경기 세 골을 기록하는 화끈한 내용으로 모처럼 기분 좋은 승리를 챙겼다. 지난 FC서울 원정서 무승부를 거둔 데 이어 2경기 연속 패하지 않는 성과를 올렸다.

적지에서 승점 3을 얻은 전북은 14점을 기록하며 10위에서 7위로 도약했다. 6위 수원FC(15점)와는 1점 차이다.

전북에게는 올시즌 최고의 경기였다. 전북은 점유율에서 62.8%대37.2%로 크게 앞섰고, 슛도 18회나 시도했다. 앞선 11경기서 평균 10.45회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였다. 전북 특유의 ‘닥공’이 살아나는 모습이었다.

김두현 감독대행의 전술 변화가 눈에 띄었다. 김진수, 김문환 두 명의 사이드백이 출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 김 대행은 왼쪽에 중앙 미드필더인 맹성웅을 배치했다. 반대편엔 센터백 구자룡을 세웠다.

맹성웅은 최근 유럽 축구에서도 볼 수 있는 인버티드(Inverted) 윙백 형태로 움직였다. 수비 상황에서는 직선적으로 움직이지만 공을 소유할 땐 사이드가 아닌 중앙으로 이동해 미드필더 임무를 수행하는 작전이었다. 맹성웅은 볼 소유 능력이 좋고 정확하면서도 창의적인 전진 패스를 구사할 수 있는 자원이다.

이날 전북은 중앙미드필더 성향의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 센터백 김건웅이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박진섭, 여기에 백승호, 이수빈까지 사실상 5명의 미드필더들이 중앙에 밀집해 경기를 풀어나가는 형태로 주도권을 쥐었다. 덕분에 수원과의 허리 싸움에서 압도하며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전반 21초 만에 터진 문선민의 골을 도운 선수도 맹성웅이었다. 맹성웅이 측면에서 내준 과감한 전진 패스가 득점으로 이어졌다.

낯선 포지션을 잘 수행한 맹성웅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재미있게 했다. 낯선 포지션이라 걱정했지만 동료들과 최대한 공을 주고받으면서 점유율에 보탬이 되려고 했다. 훈련한 게 잘 나온 것 같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백승호에게 자유를 부여한 것도 변화였다. 백승호는 전북 입단 후 주로 3선에서 박스 투 박스 형태의 미드필더로 뛰었다. 이 자리에서도 안정적으로 제 몫을 했지만 백승호 특유의 공격적인 성향을 보기는 어려웠다.

이날은 달랐다. 박진섭이 허리에 자리하고 맹성웅까지 중원으로 이동하면서 백승호와 이수빈이 한 칸 전진해 공격에 힘을 보탤 수 있었다. 백승호는 2선과 측면을 자유롭게 오갔다. 직접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해 기회를 만들며 전반 40분 추가골을 넣기도 했다. 백승호는 원래 4-3-3 포메이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도 잘 소화하는 선수다. 오히려 수비보다는 공격에 강점이 있는 선수이기도 했다.

김 대행은 “백승호는 제한하는 것보다 공격적으로 빠져다니면서 공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선수다. 그 부분을 맡겼다. 될 수 있으면 많이 이야기를 안 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라고 백승호 활용법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백승호는 “오늘처럼 뛰면 조금 더 기다리면서 공격적으로 받아주고 공간으로 이동을 하면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공격적인 면에서 많이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전북은 당분간 김 대행 체제로 간다. 외국인 감독 선임을 우선으로 고려하는 만큼 새 사령탑을 영입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결국 김 대행 체제로 얼마나 버티는지에 따라 향후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일단 수원전에서는 확실한 전술 변화로 닥공 부활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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