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바이오코리아 "A제약사 갑질 횡포에 피멍들었다"

박효순 기자 2023. 5. 1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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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은 10일 “국내 대형 제약업체의 ‘갑질 횡포’가 한 영세 의료기기 납품업체를 부도 위기로 내몰았다”면서 “지난해 10월 법원이 이 영세기업의 손을 들어주기는 했지만, 피해금액을 거의 회수하지 못해 경영 정상화가 불투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의원실에 제보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의료기기 수입업체 파마바이오코리아(파마)는 3년에 걸친 노력 끝에 일본 제약회사 알프레사의 독감진단키트 ‘알소닉플루’에 대한 한국 독점 수입권을 확보하고, 그 해 9월 종근당과 독점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납품 계약이 정식으로 이뤄지기 한 달 전인 8월, 파마는 실무 담당자로부터 구두로 “알소닉플루 30만개를 주문할 것이니 물건을 준비해 달라”는 통지를 미리 받았다. 파마는 납품일을 맞추기 위해 계약서를 쓰기 전인 8월에 알소닉플루 15만개를 수입해 보관료를 지불하고 물류창고에 보관했다. 모자란 수량 15만개는 10월에 더 수입해 채웠다. 파마에게 전달된 준비 물량은 30만개였지만, 실제 발주 물량은 25만개에 그쳤다. 파마는 재고 5만개를 떠안았다.

2019년 5월 양사 간 미팅 자리에서 구두로 나온 얘기의 결론은 추석 전까지 각 병·의원에 알소닉플루를 공급할 수 있도록 여름휴가 전까지 최소 30만개를 준비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파마는 해당 물량을 수입해 물류창고에 보관했다. 9월이 돼서 파마는 20만개의 발주서를 받았고, 10일과 18일 10만개씩 나눠 출고했다. “왜 20만개만 발주하느냐”는 파마의 물음에 “8월에 심포지엄도 했으니 알소닉플루 판매량이 증대될 것이고, 올해부터 이것만 취급하기 때문에 추석 전후로 30만개를 다 가져가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파마는 울며 겨자 먹기로 나머지 물량 10만개를 가져가기를 기다렸다.

2019년 11월, 미국 독감이 확산하자 종근당은 12월에 “나머지 10만개를 주문할 것이고, 2020년 1월에 추가로 10만개를 더 주문할 것이니 서둘러 물량을 확보해달라”고 요청했다. 파마는 일본에서 알소닉플루 10만개를 더 들여와 총 20만개를 창고에 보관했다. 하지만 “천안 창고 사정 때문에 서면 주문이 늦어지고 있다. 주문하면 바로 납품할 수 있도록 물품을 보관해 달라”는 얘기와 달리 12월에 보내겠다는 발주서는 끝내 오지 않았다.

2020년 파마에 큰 난관이 닥쳤다.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면서 독감진단키트에 대한 수요가 급락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파마와 실무 소통을 가졌던 상대편 담당자들이 자리를 이동했고, 엉킨 매듭을 풀 수 있는 방법도 요원해졌다. 파마는 주문을 재촉했지만 “독감이 돌면 가져가겠다. 국내산 진단키트 재고가 아직 남아 있다”며 구매를 거부했다. 결국 알소닉플루 재고 20만개가 창고에 그대로 쌓였고, 유통기한이 경과해 폐기되는 제품이 잇따랐다.

두 회사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공정거래분쟁조정협의회에 제소했다. 파마는 △2018년 7~9월 물량확보분인 30만개 중 최종 구입하지 않은 3만5000개(5만개에서 무상제공분 8400개와 소규모 판매분 6600개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한 손해배상금 6055만원 △2019년 5월 사전 구두 공급약정 물량확보분 30만개 중 구입하지 않고 남은 10만개의 제품 수입비용과 수출입 물류비용을 합한 손해배상금 4억422만원 △2019년 11월 추가 확보했으나 구매하지 않은 10만개의 제품 수입비용과 수출입 물류비용을 합한 손해배상금 3억4707만원 △알소닉플루 8400개를 무상 제공하도록 강요한 손해배상금 3612만원 △심포지엄 비용 부담 손해배상금 354만원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조정원은 파마의 주장을 일부 인정하며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21년 3월 31일 조정원은 2019년 11월경 ‘10만개를 주문할 것을 구두약정했지만 끝내 수입하지 않은 데 대해 5월 12일까지 파마에 3억 5228만원을 지급하라’는 조정결정을 내렸다. 3억 5228만원은 제품 수입비용과 수출입 물류비용에 더해 부평과 인천 물류창고 임차료가 포함된 금액이다. 알소닉플루 8400개 무상제공과 심포지엄 비용 부담에 대한 손해배상금 지급 요구 등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도 파마의 주장을 일부 인용했다. 지난해 10월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민사부(재판장 정재희)는 “2019년 11월경 추가 10만개 주문 불법행위 손해배상으로 3억 4707만원을 반소장 부분 송달일 다음날인 9월 17일부터 모두 갚는 날까지 민법이 정한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파마의 나머지 주장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량이 적힌 발주서가 발행되지 않거나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거나 없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했다.

파마 측은 “종근당과 독점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다른 회사와 사업을 할 수도 없어 사실상 부도와 다름없는 상황”이라면서 “현재까지 12억원 정도의 손해를 봤다”고 전했다. 이어 “조정원과 법원이 담당자 간 오고간 문자나 메일, 통화 기록 등을 확인해 종근당의 부당함을 인정했음에도 종근당은 서류로 작성된 게 없으니 ‘이유 없다’는 식으로 일관한다”고 전했다.

조명희 의원은 “기업의 ‘두 얼굴’ 경영은 지양돼야 한다”면서 “협력을 기치로 내걸면서 실제론 갑질을 이어가는 행태는 우리 사회와 산업을 좀 먹는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종근당은 최근까지 ESG 통합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획득한 바 있다. 지속가능한 내일을 지향하고 상생을 강조한다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동반 성장 시대에 발맞춰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능동적 노력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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