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물가 갑론을박…금리 하락·구글 효과에 나스닥만 급등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강세 압력을 받은 가운데 혼조를 보였다.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을 하회하면서 국채금리가 일제히 하락하고 기술주를 중심으로 반등했다. 다만 물가가 여전히 끈적끈적하다는 관측도 있어 3대 지수는 장중 변동성이 컸다.
10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09% 하락했다. 반면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45% 올랐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1.04% 상승했다.
3대 지수는 장 초반 상승세를 탔다. 개장 전 나온 CPI가 전망치를 하회했기 때문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9%를 기록했다. 직전 월인 올해 3월(5.0%)보다 낮아졌고,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5.0%)를 하회했다. 지난 2021년 4월 이후 최소 폭이다. 지난해 9월 9.0%를 기점으로 10개월 연속 하락세다. 전월 대비 CPI는 0.4% 올랐다. 3월(0.1%)보다는 상승률이 커졌지만, 월가 전망과 일치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5.5% 올랐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0.4% 뛰었다. 이 역시 시장이 당초 예상에 부합하는 수치다. 근원물가는 변동성이 큰 품목을 뺀 것이어서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준다.
LPL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시장분석가는 “이번 CPI 보고서는 연준 생각보다 느리기는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한 노력이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며 긍정적으로 봤다.
이에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나가고 있다는데 다소 무게를 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이날 오후 현재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5.25~5.50%로 25bp(1bp=0.01%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0.4%로 보고 있다. 전날 21.2%보다 낮다. 연준이 이르면 오는 9월부터 금리 인하에 돌입할 수 있다는 기대 역시 있다.
뉴욕채권시장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채권금리 하락).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3.874%까지 내렸다. 전거래일과 비교해 15bp 넘게 내린 수준이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431%까지 떨어졌다. 9bp가량 떨어졌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기술주들이 특히 날아올랐다. 특히 이날 인공지능(AI) 챗봇 ‘바드’(Bard)를 전 세계 180개국에 전면 오픈한 구글 주가는 4% 이상 뛰었다. 지난 3월 시범 출시한 지 한 달 반 만에 전면 오픈한 것이다. 구글 외에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등 빅테크주 모두 상승했다.
그러나 시장이 CPI 보고서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고물가 고착화를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많아졌고, 3대 지수는 오르락내리락 했다. 특히 다우 지수는 거의 장중 내내 하락세를 보였다. CNBC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은 연준 목표치를 훨씬 웃돌고 있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이 확 둔화했다고 하기에는 너무 애매한 수치라는 평가도 많았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오렌 클락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연준의 연내 인하를 전망하지만 이는 잘못됐다고 본다”며 “연준은 연말까지 매파적으로 기울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연준 3인자’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전날 뉴욕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데이터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 정도로) 받쳐주지 않는다면 추가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올해 내릴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월가 주목도가 부쩍 높아진 부채 한도 협상은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협상에 난항을 겪은 직후인 이날 뉴욕주에서 연설을 통해 “부채 한도를 상향하지 못하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가는 내년 대선을 앞둔 만큼 이번 협상이 이전처럼 순조롭지는 않을 것이라는데 기우는 분위기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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