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티아고 - 운탄고도를 가다] 9. 영서와 영동이 만나는 고갯마루
운탄고도7길 18.63㎞ 코스
철길 따라 걷는 길 하이라이트
고도 이긴 ‘스위치백’ 철도 명물
석탄산업 저물며 철로도 폐쇄
첩첩산중 제1의 교통수단 기차
석탄·광부가 되려 온 사람 운반
태백 통리역-삼척 도계역 연결
‘들리나요, 칙칙폭폭 희망의 기적 소리를’, ‘아시나요, 탄광촌 기차역 광부의 숨결을’.
운탄고도 6길의 주인공이 ‘광부와 자연’이었다면 7길은 ‘기차’다. 기차는 탄광촌 희로애락의 삶에 있어 절대 빠져서는 안되는 석탄과 가족, 삶과 주민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기차역은 돈을 벌기 위해,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꿈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온 청춘·가장들로 항시 북적였다. ‘만남의 광장’이었다. 그 옛날 첩첩산중 오지에서는 기차가 제1의 교통수단이었다. 그렇다면 기차는 어떻게 험준한 고갯길을 넘었을까.
고속철도가 익숙한 지금이지만 탄광 전성기 시절 고개 위 태백 통리역, 고개 아래 삼척 심포리역에서는 경사를 극복하기 위해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는 ‘스위치백(switchback)
철도’, 객차를 쇠줄로 끌어올리는 ‘인클라인 철도(강삭철도)’가 당시 최첨단 신기술로 획기적으로 운행됐다. 이 길이 바로 ‘운탄철마길’이다.
■운탄고도 7길
경적을 울리고 하얀 수증기를 뿜어내며 칙칙폭폭 내달리던 증기기관차. 탄광촌 기차는 1940년대부터 청운의 꿈을 품은 수많은 청춘과 석탄을 실어날랐다. 가장 중요한 터닝포인트이자 광부 인생의 출발점이다. 그래서인지 삶의 애환과 사연의 무게가 유독 묵직하다. 검은 탄가루가 묻은 기차역은 석탄산업 붕괴로 간이역, 달리지 않는 폐역의 아픔을 겪었지만, 역사(驛舍)는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을 잔뜩 머금고 있다.
운탄고도 7길은 표고차가 심한 평균 해발고도 900m의 태백과 600m의 삼척 도계를 연결한다. 그래서 영서와 영동이 고갯마루에서 만나는 길이다. 구름이 손에 잡힐 듯 높은 해발고도를 뽐낸다.
산업전사위령탑을 출발해 동쪽으로 향하면서 골짜기(바람부리마을, 송이재, 흥정골)와 대조봉(1135m), 연화산(1172m), 산맥 아래 영동지역을 조망할 수 있는 옛 탄광촌인 통리 등 아기자기한 마을과 대자연이 파노라마처럼 줄지어 펼쳐진다. 저 멀리 보이는 기차는 아름다운 자연과 조화를 이뤄 또다른 세상을 펼친다. 그 옛날 기차에 탄 승객들은 어른이든, 어린이든, 남자든, 여자든 간에 대부분 ‘탄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이라이트는 태백과 삼척 경계를 지나 마을 아래 쪽으로 난 철길을 따라 걷는 길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태백 통리역(680m)과 삼척 도계역(245m)의 해발고도이다. 그럼 어떻게 고갯길을 넘었을까. 심포리역과 통리역 구간은 남한 유일의 강삭철도가 1940년대부터 1963년 5월까지 약 20년간 운행됐다. 고갯길이 가팔라 기차가 올라갈 수 없어 쇠밧줄로 석탄 등을 실은 기차를 끌어올렸다. 안전과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이기 위해 승객들은 객차가 끌어올려지는 동안 인클라인 철도 옆으로 난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갔다. 흥전역과 나한정역의 명물은 1963년 당시 국내 유일의 ‘스위치백(switchback)’이다. 인클라인 철도를 업그레이드 해 탄생했다. 고도차가 큰 지역에서 사용하는 ‘Z’자형 철도 체계이다.
태백 통리와 삼척 도계는 석탄산업이 활황을 누리던 시절에 가장 번창했던 도시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고갯길을 사이에 두고 통리는 고개 바로 위에, 도계는 고개 바로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이들 지역을 이어주는 철길이 오랜 세월 동반자처럼 살아왔다. 통리역이 폐쇄됐고, 동백산역에서부터 도계역 직전까지 긴 터널이 뚫렸다. 인클라인, 산골터널, 스위치백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렇지만 고개 위 통리와 고개 아래 도계는 대한민국 석탄산업의 역사이기 때문에 발전과 변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운탄고도 7길은 태백 순직산업전사위령탑에서 통동, 통리재, 미인폭포, 통리협곡, 인클라인철도, 추추파크, 심포리역, 스위치백, 도계역으로 이어지는 18.63㎞ 코스다.
■ 7길 주변 명소들
△산업전사 위령탑=산업전사 위령탑은 1950∼1980년대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유일한 에너지 자원인 석탄생산을 위해 안전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열악한 채탄현장에서 정부 석탄증산 정책인 생산목표량 달성을 위해 헌신하다 순직한 산업전사들의 위패를 안치하고 있는 추모공원이다. 어두운 땅속에서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피땀 흘리며 일하는 모습이 전쟁터 장병들과 같다고 해 산업전사로 이름 붙여졌다.
△통리=태백시 동쪽 끝에 자리한 마을로 예로부터 내륙과 바다의 산물이 만나는 곳이다. 통리역은 이 두 지역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역이지만 석탄산업 퇴조와 철로 변경 등으로 급격히 쇠락했다. 과거 통리에는 경동탄광과 한보탄광이 있었지만 이곳 역시 석탄산업 합리화정책의 여파를 벗어날 수 없었다. 관광시설인 탄탄파크와 오로라파크가 있다.
△추추파크(사진)=폐선이 된 영동선 스위치백 구간을 활용한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철도 체험형 기차 테마파크다. 추억의 증기기관차인 스위치백 트레인, 국내 최고 속도의 레일바이크, 이색 미니트레인 등 철도 체험시설과 북유럽풍의 독채형 객실, 오토캠핑장 등의 숙박시설로 꾸며져 있다. 증기기관차의 소리를 표현할 때 칙칙폭폭이라고 하는데 외국에서는 그것을 추추(choo-choo)라고 한다.
△심포리역=추추파크에서 운탄고도 7길의 철길을 따라 걷다가 만나는 첫번째 역이다. 폐역이 된지 오래된 자그마한 역이다. 역 건물은 1969년에 준공됐다. 인클라인 철도 시절 이 역에 열차가 도착하면 승객들은 모두 객차에서 내려 짐을 들고 고갯길 정상 통리역까지 걸어서 갔다. 통리역까지 일직선으로 산을 올라가는 철로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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