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둔화" vs "아직 끈적"…연준 인상 멈출 수 있을까

김정남 2023. 5. 11. 04: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CPI 상승률 4.9%…예상 하회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인플레이션은 둔화하고 있다.” vs “고물가는 여전히 끈적끈적하다.”

예상을 약간 밑돈 미국 소비자물가가 나오면서 시장이 인플레이션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에너지 부문이 뛰었을 뿐 나머지 분야는 둔화하면서 물가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는 관측이 다소 우세한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 목표치(2.0%)를 훨씬 웃돌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뜨겁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에 연준 통화정책은 더 철저하게 지표 의존적(data dependent)으로 갈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4월 CPI 4.9% 상승 ‘예상 하회’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9%를 기록했다. 직전 월인 올해 3월(5.0%)보다 낮아졌고,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5.0%)를 하회했다. 지난 2021년 4월 이후 최소 폭이다. 지난해 9월 9.0%를 기점으로 10개월 연속 하락세다. 전월 대비 CPI는 0.4% 올랐다. 3월(0.1%)보다는 상승률이 커졌지만, 월가 전망과 일치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5.5% 올랐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0.4% 뛰었다. 이 역시 시장이 당초 예상에 부합하는 수치다. 근원물가는 변동성이 큰 품목을 뺀 것이어서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준다.

지난달 물가는 에너지를 제외한 대부분 섹터에서 둔화했다. 휘발유 가격은 한달새 3.0% 뛰었다. 이외에 중고차 가격은 4.4% 폭등했다. 그러나 식료품(0.0%)과 에너지 서비스(-1.7%), 교통 서비스(-0.2%), 의료 서비스(-0.1%) 등은 오히려 하락했다. 특히 주거비(shelter)는 한달새 0.4% 오르는데 그쳤다. 올해 들어 매달 0.6~0.8%씩 상승했다는 점에서 오름 폭이 다소 꺾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주거비는 월세,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과 관련한 모든 비용을 포함한 수치다. CPI 보고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인플레이션의 주범 중 하나로 꼽혀 왔다.

LPL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시장분석가는 “이번 CPI 보고서는 연준 생각보다 느리기는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한 노력이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나가고 있다는데 다소 무게를 두는 기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이날 오후 현재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5.25~5.50%로 25bp(1bp=0.01%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0.4%로 보고 있다. 전날 21.2%보다 낮다. 월가 내에서는 연준이 이르면 오는 9월부터 금리 인하에 돌입할 수 있다는 기대 역시 있다.

뉴욕채권시장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채권금리 하락).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3.874%까지 내렸다. 전거래일 대비 15bp 넘게 내린 수준이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431%까지 떨어졌다. 9bp가량 떨어졌다.

“물가 둔화중” vs “여전히 끈적”

그러나 일부에서는 높은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많다. CNBC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은 연준 목표치를 훨씬 웃돌고 있다”고 전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오렌 클락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연준의 연내 인하를 전망하지만 이는 잘못됐다고 본다”며 “연준은 연말까지 매파적으로 기울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연준 3인자’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전날 뉴욕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데이터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 정도로) 받쳐주지 않는다면 추가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올해 내릴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인플레이션은 앞으로 몇 달간 계속 떨어지겠지만 2%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의 한 고위인사는 “이번 CPI 보고서는 애매한 수치로 나왔다”며 “긍정적이지도 않고 부정적이지도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5일 나온 고용 보고서까지 언급하면서 “현재 미국 경제는 참 판단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며 “연준은 더욱 그때그때 나오는 지표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신규 고용은 25만3000개 증가하며 월가 전망치(18만개)를 상회했다. 그런데 시장은 이를 두고 노동시장 과열이 지속하고 있다는 진단과 절대 증가 폭이 둔화한 만큼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 함께 나왔다.

이같은 물가 갑론을박을 반영하듯 뉴욕 증시는 혼조를 보였다. 오후 3시30분 현재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04% 하락하고 있다. 반면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61% 오르고 있다. 주요 3대 지수는 이날 장중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