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지령문만 90건, 민노총·北 관계 안 밝혀진 게 더 많을 것
노조 간판을 달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민노총 전직 간부 4명이 구속 기소됐다. 이들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에서 발견된 북한 지령문만 90건으로, 역대 간첩 사건 중 최다라고 한다. 한국의 대표적 노조 간부들이 이렇게 북한 지시를 받아 움직였다. 이들이 북에 보고한 문건 24건도 적발됐다. 북한 지령은 한국에 정치 이슈가 있거나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하달됐고, 주로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내용이었다.
작년 핼러윈 참사 때 하달된 지령문에는 “역도놈들의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 촛불 시위, 추모 문화제 같은 항의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라”며 ‘이게 나라냐’ ‘퇴진이 추모다’ 같은 구호들을 전면에 내걸라는 구체적 지시까지 담겼다. 이 구호는 실제 집회 현장에서 그대로 쓰였다.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2019년에는 “노동자 결의대회 등을 통해 민심을 ‘검찰 개혁’에로 최대한 견인해 나가라”는 지령을 내렸다. 당시 일부 시민단체들은 조국 수사 반대 집회에서 검찰 개혁을 주장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 이번에 기소된 이들의 역할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북한은 이들에게 청와대 등 주요 국가기관의 송전선망 마비를 위한 자료 입수와 화성·평택 2함대 사령부, 평택 화력·LNG 저장탱크 배치도와 같은 비밀 자료 수집을 지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자료가 북에 전달됐다면 심각한 일이다.
이들은 북과 교신을 주고받을 때 북한 김정은을 ‘총회장님’, 북한 문화교류국을 ‘본사’, 민노총 자신들은 ‘영업1부’로 불렀다고 한다. 사기업 형태로 활동을 위장하기 위해서였다. 이 중 한 명은 20여 년간 북한 공작원과 접선하면서 ‘따뜻한 동지’ ‘혈육의 정을 나누었다’는 표현을 주고받았다. 북한은 이미 오래전 최악의 실패 집단으로 입증됐는데 아직도 한국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들이 기소된 날 민노총은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어처구니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민노총은 간첩 수사를 ‘공안 탄압’이라고 해왔다. 그러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해명하지 않았다. 북한과 민노총 관계의 진실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이 훨씬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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