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산책방, 팔린 책 대부분 文 관련…“책방보다 팬미팅장”
“잘생겼다!” “배우 같아요!”
9일 오후 3시 경남 양산시 하북면의 ‘평산책방’.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호를 받으며 출입구로 등장하자 빨간색 통제선 뒤에 있던 100여 명이 환호했다. 문 전 대통령이 방문객들과 악수하며 책방 안으로 들어가자 ‘세상 끝까지 only 문재인♥’이라고 적힌 ‘공식 팬카페’ 모자를 쓴 여성이 방문객을 일정 인원씩 안으로 들여보냈다. 계산대에서 한 시간 넘게 방문객과 인사를 나눈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책방을 찾은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남양주병 지역위원회 관계자들과 마당에서 단체 사진을 찍으며 “파이팅”을 외쳤다.
이날 방문한 평산책방은 서점이라기보다는 ‘팬미팅’이 열리는 ‘굿즈숍(기념품 가게)’ 같은 분위기였다. 지난달 26일부터 영업을 시작한 평산책방은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소셜미디어에 개점 소식을 알리며 ‘책방지기’로 일한다고 밝힌 곳이다. ‘친문 성지’를 만든다는 논란 속에 일주일 만에 1만명이 찾았고, 책 5600권이 팔렸다.
작은 카페와 마당이 붙어있는 40평 정도의 책방은 오전부터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과 아이를 동반한 30~40대 부부 등으로 북적였다. 독립서점의 재미는 대형 서점과 달리 주인이 엄선해 진열한 책들을 볼 수 있다는 점. 평산책방 키워드는 ‘문재인’이었다. 책방에 들어서니 정면 벽면에 문 전 대통령 관련 책들이 가득했다. ‘1219 끝이 시작이다’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등 문 전 대통령이 쓴 책이 상단을 차지했고, 문 전 대통령의 연설문집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문 정부 성과를 정리한 ‘위대한 국민의 나라’ 등도 있었다. ‘문재인이 추천합니다’ 코너와 평대에는 문 전 대통령이 그동안 소셜미디어 등에 추천했던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2월 조국 전 법무장관이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1심서 유죄 판결을 받고 난 뒤 문 전 대통령이 추천 글을 올려 논란이 됐던 ‘조국의 법고전 산책’과 현 정부의 외교 정책을 비판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던 ‘짱깨주의의 탄생’은 이미 다 팔려 재고가 없다고 했다.
개점 이후 주로 팔린 책들은 대부분 문 전 대통령 관련 책이었다. 이날 책방 직원은 “개점 이후 제일 많이 팔린 책은 문 전 대통령의 서평집인 ‘책 읽는 사람-문재인의 독서노트’”라며 “2000부가 일주일 만에 모두 팔려 현재 품절”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는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조국의 법고전 산책’, 김훈 작가의 ‘하얼빈’, ‘위대한 국민의 나라’ 순이었다. 그 외 책들의 구색은 빈약한 수준이었다. 시, 사회과학, 자연과학, 인문, 에세이, 소설, 어린이책 코너가 각각 5단 책장 두 개씩 있었는데 한 책이 여러 권 꽂혀있거나 듬성듬성 꽂혀있었다. 한 방문객은 “책이 많지는 않네”라고 말했다.
책방 옆 카페에선 문 전 대통령의 반려견 이름을 딴 커피를 6800원에 팔았다. 커피 위에 강아지 얼굴 그림을 올리고 ‘토리라떼’라고 이름 붙여 하루 20잔 한정 판매 중이었다. 그 외 아메리카노 4000원, 바닐라라떼 5000원 등으로 대도시 프랜차이즈 카페와 비교해도 싼 편은 아니었다. 출판계에선 “전문성 있는 독립서점이라기보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굿즈숍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해외에도 진보·페미니즘·환경 등 정치성을 내세운 독립서점들이 있지만, 평산책방은 전문적 성격의 서점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임 대통령이 자신이 쓰거나 자신과 관련된 책을 파는 서점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날 책방 직원들은 본인을 ‘재단 직원’ ‘아르바이트’라고 소개했다. 직원 5명이 순번을 정해 근무한다고 했다. 앞서 평산책방은 점심 식사와 굿즈 제공 등을 조건으로 책방에서 하루 4~8시간 일할 자원봉사자 50명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비판이 일자 철회하기도 했다. 책방 수익은 모 재단에 귀속돼 공익을 위해 쓸 것이라고 했으나 개점 이후 책방 영수증에 대표자가 개인 사업자 ‘문재인’으로 돼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날은 영수증에 매장명은 ‘재단법인 평산책방’, 대표자는 ‘안도현’으로 바뀌어 있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재단법인의 행정 처리가 지연돼 일시적으로 개인 사업자로 운영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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