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현장] ‘소통 부재’를 해결하는 법
“정책 시행 전에 앞으로 예산이 어느 정도 수반되고 어떻게 진행을 하겠다는 내용들이 보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전에 논의가 되었으면 이런 일 안 일어났거든요. (상임위와 해당 기관 간에) 건강한 협력이나 견제 기능이 발휘되어야 하는데 상당히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책이 잘못 되었다는 게 아니라 어떤 중요한 정책을 입안하고 발표할 때는 사전에 의회와 소통이 있으면 더 좋은 대안을 말씀도 드릴 수 있는 기능이 있지 않습니까?”
며칠 전 지난 2일 끝난 313회 부산시의회 임시회 회의록을 훑어봤다. 무릇 임시회라 하면 시정질의나 5분 발언 예산안 조례안이 중심이 되는 게 인지상정일텐데 이번 회기 중 내내 이슈가 되었던 것은 예산도, 조례도 아니었다. 바로 ‘소통 부재’였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행정 기관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의회와 협의를 했느냐 안 했느냐, 했다면 언제 얼마나 했느냐는 것.
상임위원회 심사 때부터 시작된 갈등은 예결위원회를 거치면서 더 커지더니 결국 본회의 마지막날 교육위원장이 교육청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누가 더 잘못했느냐를 두고 의회와 행정 기관이 서로 네 탓을 하는 통에 보는 사람들까지 속 터지게 만들고 말았다. 맨 위에 쓴 따옴표 속 말은 예결위 회의록에서 발췌한 것인데, 이번 임시회 내내 저런 말들이 반복됐다고 보면 된다.
사실 특정 정책에 대해 사전 협의를 했느냐 않았느냐를 두고 의회와 시·교육청이 기 싸움을 벌이기 시작한건 좀 된 일이다. 지난해 12월 부산시가 사업비 2조 원이 넘는 부산형 급행철도(BuTX) 사업을 공개하자 ‘시의회 패싱’ 논란이 벌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사하구 다대동 옛 한진중공업 공공기여협상 의견 청취안이 상정됐을 때에도 ‘시가 갑자기 긴급 안건으로 끼워넣었다’며 의회가 불편한 기색을 보인 것도 이 같은 연장선에 있다.
이쯤 되니 새로운 진용이 구성된 지 1년도 안됐는데, 회기가 열릴 때마다 비슷한 갈등이 반복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임시회를 전후해 들었던 시의원들의 입장, 그리고 시·교육청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이렇다. 정형화된 소통 창구가 없는 게 문제였다는 것.
한 시의원의 말을 인용해보겠다.
“어떻게 사전 협의를 한다는, 정해진 방식이나 원칙이 없으니 의원회관에 자주 있는 의원은 (정책에 대한 설명을) 많이 들을 수 있고, 없으면 못 듣는 거에요. 실제로 어떤 사업에 대해 나는 들었는데 다른 의원은 못 듣고, 다른 의원은 미리 알고 있던 사업을 나는 모르는 일이 허다합니다.”
말 그대로 ‘주먹구구식’인 셈이다. 정책에 대한 사전 협의가 행정기관 부서장의 역량이나 성향, 의원과 부서장의 친소관계 등에 따라 들쑥날쑥 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설명을 했느니 안했느니 하는 소모적인 실랑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런 게 누적되다보니 시의회에서는 “시와 교육청이 의회의 기능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튀어나오고, 시에서는 “같은 당이면 사정을 이해할 줄 알았더니 민주당 일색이었던 8대 의회보다 더하다”며 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요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 구체적으로 여당은 ‘당정협의’라는 방식으로 협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정책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각 상임위원회 간사들이 모여 행정부와 소통하기도 한다. 이름이야 뭐가 되었든 주요 사업을 추진할 때에는 정부와 국회도 사전에 소통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의미다. 이를 광역 의회로 가져온다면 상임위원회 별로 사전 사업 설명회를 정례적으로 열 수도 있고, 상임위 간사 역할을 하는 부위원장들과 부산시가 협의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런데, 장황하게 써놓고 보니. 시의회 담당기자가 된지 이제 겨우 반년 된 나도 찾아낸 것을 의회가 모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정녕 방법을 이미 알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논의를 시작해보는건 어떠신지.
하송이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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