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무글꺼는 있나, 우에 사노”… 칠곡 할매들, 우크라에 위로 편지
“티비 보다가 푸틴 나오면 딴 데 틉니다. 빨리 전쟁이 중단돼야 합니데이.”
경북 칠곡군 지천면 이옥자(82) 할머니가 공책에 삐뚤빼뚤 이렇게 썼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 피해를 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해서다.
이옥자 할머니처럼 73년 전 6·25 전쟁을 겪은 경북 칠곡군 문해교실 할머니 50여 명이 우크라이나 반전(反戰) 메시지를 손글씨로 담아 책으로 엮었다. 모두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등으로 배우지 못해, 노년이 돼서야 한글을 깨친 할머니들이다.
조임선(86) 할머니는 “그 어려운 데서 애들하고 우에(어떻게) 사노” “머 무글 꺼는(먹을 것은) 있나, 보태주마(보태주면) 좋을 낀데 마음뿐이다”라고 썼고, 장말병(92) 할머니는 “(6·25) 전쟁으로 살고 있던 집이 불타 밤새 울었던 기억이 난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꿈은 불타지 않길 바란다”고 썼다.
10일 칠곡군에 따르면, 할머니들이 쓴 글은 칠곡군에 위치한 주한미군 부대 ‘캠프캐럴’ 소속 미군이 영문으로 번역하고, 2020년 칠곡군이 개발한 디지털 글씨체인 ‘칠곡할매글꼴’ 영문판으로 편집해 책자로 만들어진다. ‘칠곡할매글꼴’의 토대가 된 김영분(77)·권안자(79)·이원순(86)·추유을(89)·이종희(91) 할머니 중 3명도 이번 책 제작에 참여했다. 칠곡할매글꼴은 올 초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연하장에 활용하면서 화제가 됐다.
칠곡군은 완성된 책자를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전달할 계획이다. 소식을 들은 우크라이나 대사관 측은 “전쟁의 아픔과 극복을 경험한 할머니들의 메시지가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줄 것 같다”며 “책자는 우크라이나로 보내 국민과 함께 공유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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