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아프간… 현실 반영한 외교 싸움에 美 현직 직원들도 푹 빠져
누군가 3차 세계 대전을 막는다면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머리를 쥐어뜯으며 물밑 협상을 벌이는 수백 명의 평범한 외교관들일 것이다.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외교관’은 제2의 이라크 전쟁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외교관의 이야기를 다뤄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전 세계에 파견된 미 국무부 직원들이 ‘외교관’에 푹 빠져 있으며 극 중 배경인 주영 미국 대사관 직원들도 드라마의 팬이 됐다고 보도했다.
드라마는 이란 해역을 항해하던 영국 항공모함이 의문의 공격을 받아 폭발하면서 시작된다. 이 테러로 영국 장병 40여 명이 희생되자, 미국은 공석이었던 주영 미국 대사에 중동 전문가인 외교관 캐서린(케리 러셀)을 임명한다. 다들 테러가 이란의 소행이라 믿지만, 캐서린은 경제 붕괴 상태인 이란이 무모한 짓을 벌일 리 없다며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나간다.
우크라이나 전쟁, 탈레반이 집권한 아프가니스탄, 스코틀랜드의 독립 추진 등 현실의 국제 정세를 영리하게 끌고 들어와 몰입도를 높인다. ‘웨스트윙’ ’홈랜드’ 등 인기 정치 드라마를 썼던 데버러 칸이 제작을 맡았다. 제작진은 기획 기간 2년여 동안 전·현직 외교관과 군사·정보 분석가 등 60여 명의 전문가를 취재해 실감 나는 배경을 구축했다.
서로 믿지 못하는 외교관·정치인·정보요원들의 치열한 두뇌 싸움 속에서도 유머를 놓치지 않는다. 캐서린과 남편 ‘할’의 부부 싸움도 관전 포인트. 스타 외교관이지만 거침없는 언행으로 대사 자리에서 밀려난 할은 자신의 직위를 ‘대사 부인’이라 칭하며 비공식 외교전을 펼친다. 남편이 사고를 칠 때마다 눈으로 레이저를 쏘는 듯한 케리 러셀의 코믹 연기가 일품이다.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누구 한 명을 악마화하지 않고 각자 개인의 이익과 국익에 따라 움직이는 캐릭터들이 끝없이 맞부딪친다는 점이다. 주인공이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은 절대악이 아니라 조직의 위계질서, 꽉 끼는 원피스를 입어야 하는 각종 행사, 대중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란을 도발하려 하는 정치인들이다.
‘외교관’이 영국 넷플릭스 TV 시리즈 시청 순위 1위에 오르자 주영 미국 대사관은 드라마와 실제 현실을 비교하는 영상을 찍어 올렸다. 드라마 속에선 직업 외교관인 주인공이 주영 대사로 급파되지만, 현실에선 주로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후원자들이 주영 대사에 임명되며 몇 달 동안 상원 인준 절차를 밟아야 한다. 반면,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인 CIA와 MI6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공유한다거나, 역사상 주영 미국 대사를 지낸 여성은 제인 하틀리 현 대사를 포함해 두 명뿐이었다는 점은 현실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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