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위 ‘핵우산 작전’ 생생히...이들의 ‘한컷’에 적들이 떤다

노석조 기자 2023. 5. 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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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컴뱃 카메라팀’
공군 ‘컴뱃 카메라’ 대원들이 지난 2일 대구 공군기지 활주로에서 주력 전투기인 F-15K 앞에 섰다. 왼쪽부터 편보현 준위, 홍관영 상사, 권형 원사(진), 위인태 상사. /신현종 기자

북한이 도발할 때 경고 목적 등으로 대응 출격하는 ‘전략 자산’은 미 폭격기나 한국 스텔스만이 아니다. 북한 김정은이 두려워한다는 B-1B 등 미 폭격기와 우리 스텔스 전투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펼치는 ‘핵우산(확장 억제)’ 작전 광경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아 전하는 일명 ‘컴뱃 카메라팀(Combat Camera Team)’이 빠질 수 없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군 정예 컴뱃 카메라 대원들이 지난 2일 대구 공군 기지에서 F-15K 전투기에 올라 카메라를 들고 있다. 왼쪽부터 위인태(37) 상사, 권형(42) 원사(진), 홍관영(33) 상사. /신현종 기자

컴뱃 카메라 대원의 공식 명칭은 ‘전투 촬영 담당’. 편제 인원은 현재 1명이지만 공군 부사관 5명이 조종사에 준하는 훈련 등을 거쳐 ‘공중 근무 자격’과 ‘항공촬영사 자격’을 받아 촬영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초대 컴뱃 카메라 요원으로 최근 현장을 떠나 팀원 5명의 감독관이 된 편보현(47) 준위는 10일 “과거 전략 자산은 주로 비밀리에 활동했지만 최근 적의 도발을 보다 효과적으로 억지하기 위해 그 위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면서 “군은 현재 전투 촬영 인원을 증원해 미군 컴뱃 카메라팀과 같은 전문 조직을 설계 중”이라고 밝혔다. ‘전략 사진’을 담당하는 공군 정예 컴뱃 카메라 대원 권형(42) 원사, 위인태(37) 상사, 홍관영(33) 상사, 그리고 편 준위를 지난 2일 대구 공군 기지 ‘K-2′에서 만났다.

국산 T-50 훈련기가 2005년 11월 8일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장면. 편보현 준위가 당시 미사일이 발사되는 순간을 포착 촬영했다. /공군 제공

편 준위는 “2005년 전만 해도 군에 별도의 항공 촬영사가 없었다”고 했다. 군은 비행 사진을 웬만해선 찍지 않았고 필요할 땐 고액을 주고 일본 등 외국 전문 사진작가를 불렀다. 전투기 조종사가 한 손으로 조종간을 잡은 채 ‘똑딱이 카메라’로 찍기도 했다. 편 준위는 “2005년 어느 날 항공 촬영을 해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면서 “국산 첫 훈련기 T-50이 FA-50 전투기가 되기 위해 무장 시험을 할 땐데, ‘우리 건 우리가 찍자’는 말이 나와 평소 사진에 관심 있던 내가 투입됐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1996년 전자광학장비 특기로 임관했는데, 이렇게 커리어가 바뀔 줄은 몰랐다”면서 “첫 결과물이 좋았던지 그 뒤로 항공기 시험, 주요 공중 작전에 투입되는 횟수가 늘어갔다”고 했다.

한국 공군 F-15K, 미국 공군 B-1B 전략폭격기, F-35B 전투기가 2017년 9월 18일 한반도 상공에서 한미 공군 연합 편대 훈련을 펼치고 있다. 편보현 준위가 촬영. /공군 제공

당시만 해도 편 준위는 전투기 탑승 무자격자였다. 촬영에 나갈 때마다 공군참모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그러다 업무 중요성이 커지자 군은 2013년 7월 ‘항공촬영사’라는 보직 4개를 신규 인가하고 이들에게 ‘공중 근무 자격’을 줬다. 권 원사, 위 상사 등도 이때 합류했다. 그러나 이들 특기는 총무 등으로 제각각이었고 근무지가 공보과에 배치됐을 뿐 언제 원대 복귀해야 할지 모를 처지였다. 항공촬영사는 항공 촬영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졌다는 의미이지 정식 직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군은 전문성을 갖고 근무하도록 2021년 1월 ‘전투 촬영 담당’ 직책을 1개 신설했다. 항공촬영사 정원도 총 5명으로 확대했다. 초대 전투 촬영 담당이 된 권 원사는 “정식 직책이 생겼을 때 팀원 모두가 기뻐했다”고 말했다. 공군은 올 3월 항공촬영사 정원을 8명으로 더 늘렸다.

한국 FA-50 1대(맨 오른쪽)와 미 A-10 2대가 연합 편대비행을 하고 있다. 권형 원사(진)이 촬영. /공군 제공

전투 촬영 투입은 작전에 출격하는 조종사에 버금갈 정도로 급박하게 이뤄진다. 권 원사는 “최근 오전 10시 20분에 출동하라는 명령이 떨어져 20분 만에 복장과 장비를 갖추고 헬기를 타고 모 기지로 이동해 전투기에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전투 비행단의 ‘파이트 투나이트’처럼 언제든 촬영에 나서겠다는 ‘테이크 투나이트’ 정신으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8월 24일 공군 KF-16(앞)과 호주 F-35A(뒤)이 호주 상공에서 편대비행을 하는 장면. 권형 원사(진)이 촬영. /공군 제공

지난 2일 K-2 기지에서 이들이 자주 타는 F-15K 조종 뒷좌석에 직접 앉아봤더니 조금만 움직여도 팔꿈치가 기체에 닿았다. 위 상사는 “자칫하면 작동 버튼을 건드릴 수 있어 극도로 주의하며 몸을 비틀어 창 밖을 향해 렌즈를 댄다”고 했다. 특히 미 전략 자산 전개는 불시에 이뤄져 사전 촬영 조율도 제대로 못 하는데 편대 작전 중 촬영 기회를 한 번 놓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총알 1발로 명중 사격한다는 각오로 진땀 흘리며 ‘슈팅’합니다.”

20220803 공군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지난해 8월 3일 이집트 기자(Giza) 피라미드 상공에서 외국 공군으로는 최초로 에어쇼를 펼치고 있다. 홍관영 상사가 전투기에 탑승한 상태에서 이 광경을 촬영했다. /공군 제공

이들 작전 범위는 넓어지고 있다. 지난달 내전에 빠진 수단에서 교민 대피 수송 작전을 벌일 때도 이들이 투입돼 상황을 영상으로 촬영해 작전 자료로 남기고 일부는 공개해 국가와 군의 활약상을 대내외에 알렸다. 지난해 8월 국산 항공기 수출 등 K방산을 이끈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이집트 피라미드 상공 최초 비행 명장면도 홍 상사의 작품이었다. 윤영삼 공군 공보정훈실장은 “항공 촬영은 적 항공기 채증 등 정보 작전으로 시작돼 현재는 적의 오판을 막는 억지력 발휘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된다”면서 “최근 K무기 위상, 군 신뢰를 대내외에 높이는 효자 노릇도 톡톡히 한다. 적에게는 전율(戰慄)을, 국민에게는 믿음을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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