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관둘까”… 교사 87% 사직 고민

박성민 기자 2023. 5. 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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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민원-학생 폭력 등 교권추락
4명중 1명, 5년내 정신과 치료-상담
낮은 봉급에 업무부담까지 겹쳐
교대-사범대까지 여파… “국가 책임”
인천의 4년 차 초등교사 A 씨는 지난해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학교폭력으로 징계를 받은 가해 학생의 어머니가 A 씨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며 밤마다 협박성 문자를 보냈기 때문이다. A 씨는 자신에게 폭언을 퍼붓는 가해 학생을 자제시키려 손목을 잡았을 뿐인데 학부모는 “교사가 아이를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어려서부터 선망했던 교직인데 이젠 학교에 가는 것조차 두렵다”고 말했다.

● 민원-교권 침해에 떠나는 교사들

학부모의 각종 민원, 학생의 폭력 등 교권 침해에 시달리는 교사들 상당수가 교직을 그만두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교권 추락의 여파는 교대, 사범대에 재학 중인 예비 교사들에게도 이어져 중도 이탈과 교대 합격선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10일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발표한 현직 교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교사 중 87%가 최근 1년 새 사직이나 이직을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노조가 스승의 날을 맞아 전국 유초중고 교사 1만1377명을 조사한 결과다. 교사노조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내부에서 개혁을 요구하던 일부 조합원들이 전교조를 탈퇴한 뒤 2016년 결성했다. 첫 명칭은 ‘서울교사노조’였다가 현재의 교사노조가 됐다. 전체 조합원(약7만3000명)의 68%가 20, 30대로 젊은 교사들이 주축이다.


이번 설문 응답자 중 26.6%는 최근 5년 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나 상담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경기의 5년 차 초등교사 이모 씨는 학부모에게 ‘정서학대’로 신고당한 뒤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다. 학부모는 이 씨가 자신의 자녀만 차별한다며 심리치료 비용을 요구했다. 이 씨가 응하지 않자 학부모는 그를 경찰에 고소했고, 무혐의로 종결됐다. 이 씨는 “교단에 서면 과호흡 증세가 나타나 두 달간 병가를 냈다. 지금도 어떤 학부모 민원이 들어올지 몰라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교권 추락에 낮은 봉급, 업무 부담까지 겹치면서 학교를 떠나는 젊은 교사도 적지 않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2021학년도에 퇴직한 5년 차 미만 국공립 초중고 교사는 1850명이다. 서울의 한 3년 차 중학교 교사는 “더 늦기 전에 법학전문대학원이나 의대 입학시험을 보겠다는 교사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 교대 중퇴생 4년새 2.8배로 늘어

최근 정부가 장기적으로 교사 수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예비 교사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정부는 교원 신규 채용 규모를 2027년까지 약 28% 줄일 계획이다. 초교 교사 임용시험 합격률은 2017년 69.5%에서 지난해 48.6%까지 떨어졌다. 올해 임용시험을 준비 중인 교대생 김모 씨(25)는 “임용이 늦어지는 사이 박봉의 기간제 교사로 일하는 선배들을 보면 자긍심만으로 교단에 설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대학을 떠나는 예비 교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전국 교대 10곳의 중도 자퇴생과 미등록 신입생 수는 2017학년도 120명에서 2021학년도 338명으로 4년 새 약 2.8배로 늘었다. 교대 가운데 입학 성적이 높은 서울교대도 같은 기간 14명에서 51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수도권의 한 교대에 합격했다가 등록을 포기하고 재수를 준비 중인 정모 씨는 “교대를 졸업하면 교사 외 다른 직업을 갖기도 어려운데, 처우는 다른 전문직보다 크게 떨어지는 걸 보고 교사의 꿈을 접었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교대 정원을 조정해야 했지만, 10년째 손대지 않았다”며 “이로 인한 임용 적체는 결국 국가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교원의 지위나 처우가 더 이상 홀대받지 않도록 학교 현장을 정상화시켜야 교사의 위기, 교대의 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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