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 타자로 홈런 선두… LG 간 박동원 ‘잠실 거포’로 떴다

이헌재 기자 2023. 5. 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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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에게 홈런을 맞지 말라"는 야구 격언이 있다.

홈런을 쳐 기분이 좋아진 상대편 포수가 투수 리드까지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LG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는 최근 들어 8번 타자로 나서고 있는 포수 박동원(3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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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현재 8홈런 선두… 5개가 잠실
쉽게 무너지던 타격자세 좋아져
스윙만 큰 ‘공갈포’ 이미지 탈피
“진짜 잘 데려왔다는 말 듣고 싶어”
방망이를 있는 힘껏 돌리는 LG 포수 박동원은 예전에 비해 타격 폼이 한결 안정되면서 파워와 정확도를 고루 갖춘 타자로 거듭났다. 최근 8번 타자로 나서고 있는 그는 9일 현재 8홈런으로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뉴시스
“포수에게 홈런을 맞지 말라”는 야구 격언이 있다. 홈런을 쳐 기분이 좋아진 상대편 포수가 투수 리드까지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8번 타자에게 안타를 맞지 말라”는 말도 있다. 타격이 가장 약한 선수가 주로 기용되는 8번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면 야수까지 힘이 빠지기 일쑤여서다. 그런데 요즘 LG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는 최근 들어 8번 타자로 나서고 있는 포수 박동원(33)이다.

9일까지 치른 최근 3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몰아친 박동원은 8홈런으로 이날 기준 홈런 선두다. 산술적으로는 38홈런이 가능하다. 키움 시절이던 2021년 기록한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22개)을 여유 있게 넘어설 기세다.

방망이를 있는 힘껏 돌리기로 유명한 박동원은 KIA에서 뛰던 작년까지 ‘공갈포’ 이미지가 강했다. 맞으면 큰 타구가 되지만 상대적으로 정확성이 떨어졌기 때문. 스윙 후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헬멧이 벗겨지는 모습이 자주 나왔고, 헛돈 방망이가 상대 포수의 몸을 때린 적도 있다.

하지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4년 총액 65억 원에 LG로 이적한 올해는 많은 게 달라졌다. 염경엽 LG 감독은 “예전엔 (스윙의 축이 되는) 왼쪽 벽이 빨리 열리면서 타격 자세가 쉽게 무너지곤 했다. 지금도 가끔 그런 모습이 나오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폼이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는 주변의 평가에도 박동원은 “LG 타선에서 내가 가장 약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그는 “객관적인 입장으로 보면 우리 타선은 상대 배터리(투수+포수)가 상대하기 정말 힘든 타선”이라며 “나를 빼곤 쉬운 상대가 없다. 테이블 세터 홍창기, 문성주를 시작으로 9번 타자 박해민까지 콘택트가 좋은 타자가 정말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LG는 팀 타율 0.296으로 2위 KT(0.266)보다 3푼이나 높은 선두다. 팀 안타(303개)와 타점(162점), 득점(170점), 볼넷(149개) 등 주요 타격 부문에서도 전부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면 팀 홈런(17개)은 공동 5위다. 박동원 혼자 팀 홈런의 절반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박동원은 LG 입단 이전에도 잠실에서 강한 면모를 자랑했다. 2020∼2022년 3년 동안 잠실에서 40경기를 치르며 남긴 안타 30개 가운데 홈런이 8개, 2루타가 7개였다. 안타 절반이 장타였던 것이다. 이 3년 동안 잠실에서 기록한 OPS(출루율+장타율)도 0.928로 이 기간 전체 성적(0.780)보다 좋았다. 잠실은 홈 플레이트에서 외야 담장까지 거리(좌우 100m, 중앙 125m)가 멀기 때문에 타자에게 불리한 구장으로 통한다.

이번 시즌에도 홈런 8개 중 5개를 잠실에서 친 박동원은 “구장 크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게 장타를 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팬들로부터 ‘괜히 데려왔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4년 계약이 끝날 때까지 ‘진짜 잘 데려왔다’는 말을 계속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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