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5월의 가족 이벤트

경기일보 2023. 5. 1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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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서울예술단 단장 겸 예술감독·서울예술대 교수

감사의 달, 가족의 달 오월이다. 자연이 소생하고 꽃과 나무들이 찬란하게 만발하는 5월이 가족의 달임은 참 적절하다. 기념일의 가치는 잊고 사는 이치를 일깨워 주는 데 있다. 이 눈부신 생명의 달에는 가족 간의 잊고 지냈던 소중한 존재 가치와 정을 몸소 나누는 일이 특별히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며칠 전 창작 뮤지컬 ‘신과 함께’ 공연을 마무리하며 새삼스럽게 그 필요성과 효과를 실감했다.

신과 함께는 주호민 작가의 유명한 웹툰이 원작이다. 과로에 시달리다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소시민 직장인이 저승 변호사와 함께 7개의 지옥 관문을 통과하는 저승 이야기와 총기 사고로 억울하게 살해된 한 군인이 저승삼차사의 도움으로 이승에 남겨둔 어머니와 꿈에서 회포를 나누고 저승길로 떠나는 이승 이야기가 얽혀 있는 스토리다. 인간의 본질과 도의와 삶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교훈적인 내용인데 신과 함께의 저력은 그 당연한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풀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2015년 서울예술단에서 뮤지컬로 만들어 지금까지 꾸준히 공연하고 있고 2017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천만 영화의 대열에 섰다.

뮤지컬 신과 함께의 1막 마지막 장은 불효한 자식들을 얼음 속에 가두는 한빙지옥에서 주인공 김자홍이 이승에서 부모에게 쏟아부었던 사소한 투정과 반항이 얼마나 큰 죄인지 단죄를 당하는 장면이다. 결국 김자홍은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고 눈물로 노래한다. 그 장면에서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관객이 상당히 많다. 그러면서 자식 낳아 보니 그 장면이 너무 생생히 아프게 와 닿는다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런데 보편적인 주제를 재미있게 전개한 작품 특성상 어린이 관객이 유난히 많은 뮤지컬 신과 함께 공연 내내 자식을 낳아 봐야 안다는 어른들의 예상과 달리 어린이 관객들의 반응이 가장 강렬했다. 지옥의 송제대왕이 알게 모르게 부모 가슴에 박은 못이 부모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를 노래하고 부모를 남기고 떠나야 하는 자식의 절규 어린 노래가 이어지는 내내 어린이 관객들은 예외 없이 모두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공연 후 저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스스로의 행동과 마음자세의 변화를 다짐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문화예술이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뮤지컬 ‘영웅’ 관람 후 한 청소년의 다짐도 떠오른다. 뮤지컬 영웅 의 대표적인 넘버인 ‘장부가’는 안중근 의사의 신념과 소명의식이 잘 담긴 마지막 독백과도 같은 노래다. “장부가 세상에 태어나 큰 뜻을 품었으니 죽어도 그 뜻 잊지 말자 하늘에 대고 맹세해 본다. 하늘이시여, 도와주소서. 우리 꿈 이루도록. 하늘이시여, 지켜주소서. 우리 뜻 이루도록.”

법정에서 일본의 대역죄를 열거하며 일본과 전쟁 중이고 본인은 전쟁포로라고 외쳤던 안중근 의사가 일제에 의해 죽임을 다하기 직전 결연하게 불렀던 뮤지컬 속 외침이다. 그 청소년은 공연 후 흥분해서 목표의식도 꿈도 없던 자신이 구체적인 미래를 계획하고 다짐하게 됐다고 벅찬 감정을 감추지 않았는데 그 모습을 보며 한 편의 공연이 한 사람의 나침반이 될 수 있구나 확신을 가졌다.

가족의 달에 가족과 함께 평소와는 다른 일탈을 계획해 보기를 권한다. 가족 간의 도리, 삶의 가치관과 도덕의식을 훈계처럼 주입하는 부모가 아니라 자녀와 함께 공연과 영화 전시 관람을 하고 계절 따라 바뀌는 자연의 순리를 함께 체험하며 말보다 더 강한 스스로의 깨달음으로 삶의 방향을 되새기도록 5월의 가족 이벤트를 즐겨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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