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카페의 ‘공습’
인천 영종도가 요즘 ‘빵지 순례지’로 떠오르고 있다. 해안과 야산 지대는 물론이고 염전, 교회 등이 ‘핫플’ 카페로 변신하면서 SNS에서 이색적이라는 입소문만 나면 순식간에 순례객들이 들이닥친다.
한국이 짧은 기간 세계 2, 3위 커피 소비 대국의 반열에 올라선지라 베이커리 카페가 식문화를 선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연간 커피 소비량이 세계 평균 161잔의 2배인 1인당 362잔이나 되는 ‘커피 공화국’다운 모습이다. 정겨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카페는 분명 삶의 활력소일 수 있다. 필자도 가족들과 자주 가는 편이다.
그렇지만 카페 유입 정도가 도시재생 성패를 가름하는 것처럼 여겨지고, 도시 거리는 고유의 모습을 버리고 대동소이해지고 있다.
서울 인사동, 북창동, 연남동, 성수동의 뒷골목은 카페로 점령당하다시피 했다. 부산 영도, 광주 동명동, 전주 한옥마을, 제주도의 다른 관광지도 마찬가지다. 영종도에서 뒤늦게 시작된 ‘카페 공습’이 지역 가치를 희석시키고 있어 부동산과 상업 논리가 섬 전역에서 판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20년 넘게 이어진 영종도 개발 흐름을 보면 안타까운 게 많다. 2001년 개항한 인천국제공항은 싱가포르 창이, 일본 도쿄 하네다 등 세계 최고 공항들과 어깨를 견주며 꾸준히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공항시설과 함께 천혜의 섬 자연환경, 풍부한 역사자원을 보유한 영종도는 한때 국가 성장동력 중심지로 지목됐다. 정부가 2000년대 들어 영종도, 송도, 청라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해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후 영종도에 개발 붐이 일었다. 지역균형개발 논리에 밀려 정부 지원이 위축되긴 했지만 거대 민간투자사업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추진됐다.
2003년 미국 CWCK의 투자사업이 취소된 뒤 세계적 호텔·관광레저개발업체인 독일의 캠핀스키가 용유~무의도 국제관광단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단군 이래 최대 민간투자사업이라며 10년 가까이 허무맹랑한 개발계획을 발표했으나 실행된 건 하나도 없었다. 대형 개발사업이 신기루처럼 수없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탈리아 밀라노를 들먹이며 서울 강남 코엑스의 6배 규모인 전시장과 한국 최대 규모의 호텔. 쇼핑몰, 유럽형 타운을 짓는 ‘밀라노디지인시티’를 조성한다고 했으나 공염불이었다. 미단시티에서 장기간 추진되는 카지노 복합리조트 조성사업은 지지부진하다.
또 인천공항 활주로와 공항시설에 필요한 흙 공급을 위해 해발 171m에서 47m로 깎은 용유도 오성산에 ‘테마도시’, ‘골프장’, ‘자동차경주장’을 유치하려다 아직 허허벌판이다. 영종도에서 첫선을 보인 부동산투자이민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 무슨 개발 소리만 나오면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여겨지게 됐다.
섬 전체가 카페로 도배질 당해도 할말이 없지 않은가. 인천시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손을 맞잡고 지역가치를 살릴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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