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김남국, 안산·단원 떠나고 세월호·리본 떼라
안산 고통•단원 슬픔 속 혼자 부자
세월호 정치의 세월호 원혼 우롱
2019년, 그는 정확한 진단을 하고 있다. -인구 80만의 활력 넘치던 안산이었습니다. 일자리는 줄고 지역 경제도 침체됐습니다. 어느덧 인구가 65만명으로 급감했습니다. 전국에서 인구 감소율 1위라는 오명을 쓰게 됐습니다-. 정치에 대한 정의도 말한다. -국민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정치입니다. 민생 문제야말로 제가 정치를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면서 패기 있게 약속한다. -잠자는 3시간을 빼곤 안산시에 바치겠습니다-.
맞다. 안산은 추락하고 있었다. 2018년 인구 증가율 전국 꼴찌였다. 주변은 잘나갔다. 화성시가 인구 증가율 1위, 시흥시 4위, 용인시 3위였다. 수원시는 120만을 넘겼다. 그 위기 타개를 약속하는 공약이었다. 그해 선거에 당선됐다. 그리고 4년째다. 2022년 말 인구가 64만1천700명이다. 더 쪼그라들었다. 국회의원 한 사람이 바꿀 건 아니다. 그걸 못 했다고 해서 그만두라고 할 유권자도 없다. 분노는 엉뚱한 데서 터졌다. 코인이다.
가상화폐로 떼돈을 챙겼다. 수십억원이다. 그동안 가난하다고 했다. 집도 없다고 했고, 차도 없다고 했다. 가난 극복은 절약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스크림 살 돈도 아낀다고 했다. 해진 운동화도 보여줬다. 가난을 판다는 비난까지 있었다. 근데 거짓말이었다. 돈은 코인으로 벌고 있었다. 이미 60억, 80억 부자였다. 신고도 하지 않았다. 세금도 내지 않았다. 과세를 본인이 막았다. 과세 유예 법안 발의다. 이걸로 분노는 충분하다.
이런 부조화가 있나. 아이스크림 값 아꼈다고? 그러면 60억원 만들어지나. 2천원짜리 300만개인데.... 구멍 난 운동화 신었다고? 그러면 60억원 만들어지나. 3만5천원짜리 17만켤레인데.... 용도가 달랐던 거 아닌가. 절약은 표 먹는 것, 코인은 돈 먹는 것으로. 지역에 준 배신감이 크다. 아이스크림 값 아끼는 안산시민 많다. 그래도 가난하다. 해진 운동화 신는 단원구민 많다. 여전히 힘들다. 지역민은 다 힘든데 김 의원만 부자됐다.
더 분노할 얘기도 있다. 거기가 어딘가. 세월호 원혼이 서린 곳이다. 아이들 학교가 단원구에 있다. 지역구는 나뉘었다. 국민 눈에는 갑을이 따로 없다. 단원구 전체가 비극의 현장이다. 슬픔은 독점될 수 없다. 하지만 정치 현실은 다르다. 보수엔 영원한 짐이다. 사고 때 여당이었다는 원죄다. 진보엔 더 없는 무기다. 선거를 흔드는 구호였다. 그가 그런 단원구을에 전략공천됐다. 청년 원혼을 달랠 청년 정치가라고 했다. 유세도 그렇게 했다.
선거 내내 세월호를 말했다. 2020년 3월29일도 그랬다. 세월호 가족협의회를 찾았다. ‘거의 매일 기억교실을 찾는다’고 했다. ‘부모님들이 수첩에 남긴 글을 읽고 또 읽었다’고 했다. “기억교실에 처음 갔을 때는 노랫소리만 듣고도 펑펑 울었는데 이제는 조금 편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들 앞에서 세월호 공약을 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유족들이 왕나비를 달아주며 그를 격려했다. 지금도 노란 리본은 그의 가슴에 있다.
‘96년’ 세월호 아이들이다. 살았으면 2030이다. 2030 한 맺힌 게 코인이다. 부동산 폭등에 꿈을 잃었다. 눈길 간 게 코인이다. 잘 갈 리 없었다. 와르르 무너졌다. 극단적 선택이 줄을 이었다. 그즈음 떠난 생명만 십수명이다. 그런 비극적 판이다. 어찌 거기 뛰어들 생각을 했나. 다른 이도 아닌 세월호 한으로 의원 된 사람이. 진중권씨가 ‘젊은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그 돈’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뺄 단어는 없다.
주장을 쓰며 민심에 숨지 않겠다. 김남국 의원 지역구가 안산시다. 세월호 슬픔이 어린 단원이다. 안산·단원은 경기일보 책임 권역이다. 이것만으로도 말해야 할 의무는 막중하다. 안산시 힘들다. 형편 펴지 않았다. 세월호 슬프다. 치유되지 않았다. 그 고통과 슬픔으로 국회의원이 된 김남국 의원이다. 그 숭고한 사명을 ‘코인’에 때려 넣었다. 3년 만에 안산·단원 최상위 재력가가 됐다. 이래 놓고 또 공천받고, 지지해 달라고 하려 하나.
안산지역 떠나는 게 좋겠다. 세월호 리본 떼는 게 좋겠다. 이 권고의 조건은 이미 완성됐다. 코인 팔이와 거짓 해명, 가난 우롱, 그리고 6,000,000,000원이다.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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