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호텔이었는데… 오피스로 바뀌는 서울 빌딩숲

신수지 기자 2023. 5. 1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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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업무용 오피스 호황에 호텔·오피스텔 개조 늘어

50년 역사의 서울 광화문 ‘뉴국제호텔’이 지난 2일 부동산 자산운용사 GRE파트너스에 635억원에 팔렸다. GRE파트너스는 뉴국제호텔을 리모델링해 오피스와 상업 시설로 개발할 계획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를 거치면서 도심 중소형 호텔이 큰 타격을 입었다”며 “사무용 빌딩으로 활용하는 것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호텔과 오피스텔 가운데 오피스 빌딩으로 용도 변경을 추진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서울 오피스 빌딩은 최근 공실률이 하락하고, 임대료가 매 분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호황을 보이고 있다. 반면 호텔은 2010년대 중반 이후 너무 많이 지어져 공급 과잉 상태에서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아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오피스텔도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그나마 있는 수요가 아파트로 몰리며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컬리어스 장현주 이사는 “오피스 시장은 신규 공급 물량이 적어 당분간 호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호텔·오피스텔 ‘오피스’로 탈바꿈

하나대체운용은 서울 명동에 위치한 ‘티마크그랜드호텔 명동’을 오피스로 용도 변경해 자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호텔은 과거 대한전선의 사옥인 인송빌딩으로 건립됐으나, 2009년 호텔로 탈바꿈했다가 다시 오피스로 돌아가게 됐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과거 충무로 타워였던 ‘티마크호텔 명동’을 다시 오피스로 개발하고 있다. 객실 257개 규모의 5성급 호텔이었던 서울 구로구 ‘신도림 쉐라톤 디큐브시티 호텔’은 작년 7월 서울 서부권 최대 오피스 빌딩으로 탈바꿈했다. 이 호텔은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여파로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2021년 10월 폐업했지만, 오피스로 바뀐 뒤에는 대부분의 사무실이 임차인을 찾았다. 2021년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된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도 오피스 중심의 복합시설로 개발될 예정이다.

오피스텔 개발을 준비하던 시행사들도 사업 방향을 오피스로 틀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 넥스트프로퍼티스는 2021년부터 해 오던 최고급 오피스텔 서울 중구 ‘버밀리언 남산’의 분양을 중단하고, 해당 부지에 오피스 빌딩을 짓기로 했다. 이미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사람들에게는 작년 10월 분양 대금을 돌려줬고, 설계 변경과 인허가도 마무리돼 조만간 오피스 빌딩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아스터개발은 최고급 오피스텔 개발을 목적으로 2021년 매입했던 역삼동 부지에 오피스텔 대신 오피스 빌딩을 세우기로 했다. 최근 강남구청으로부터 설계 변경을 승인받고, 연면적 3만986㎡ 규모의 오피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수급 불균형에 오피스 시장 강세 지속”

호텔·오피스텔의 용도를 오피스로 바꾸는 움직임은 서울 시내에 오피스 공급이 줄어들면서 공실률이 크게 낮아지고, 임대료는 급등하며 투자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업체 존스랑라살(JLL)에 따르면, 서울 주요 권역 A급(연면적 3만3000㎡ 이상) 오피스 공실률은 작년 1분기 5.5%에서 올해 1분기 1.1%로 낮아졌다. 반면 월평균 임대료는 3.3㎡당 12만5300원으로, 전년 동기(10만2600원)보다 22.1% 올랐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오피스 시장이 강세를 나타내는 원인은 고질적인 수급 불균형에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에 따르면, 2011년 65만5026㎡에 달했던 서울 주요 권역 A급 오피스 신규 공급량은 2015~2019년 5년간 연평균 19만4141㎡로 70% 줄었다. 최용준 C&W 상무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어려움을 경험했던 투자자들이 물류센터 등 다른 상업용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면서 ‘공급 절벽’이 발생했다”며 “코로나 팬데믹 때 호황을 누렸던 IT 업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임차 수요가 늘면서 서울 주요 권역 오피스가 포화 상태가 됐다”고 했다.

내년부터 2026년까지 예정된 신규 개발 물량도 연평균 11만9854㎡에 불과해 당분간 오피스 시장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상무는 “향후 공급량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 공실률은 낮은 수준에서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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