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삼키는 방… 첨단 기기의 각종 소리 테스트한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 내 하드웨어 랩(Hardware Lab). 연구소 내 ‘오디오 테스트 랩 A’란 공간에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장소’라는 기네스 인증 표지가 붙어 있었다. 이 방은 -20.35데시벨을 유지하는 방음 시설이다. 문을 닫으니 심장 뛰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존 헤일리 MS 매니저는 “완벽한 방음 상태에서 키보드 누르는 소리, 노트북 모니터를 탁 닫는 소리 같은 다양한 기기의 소리를 테스트한다”고 했다. 옆 방엔 마이크가 설치된 방음 부스가 있었다. 한 사람이 마이크에 대고 말하자, 그 주변 7명이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녹음 파일엔 아무런 잡음 없이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만 또렷하게 들렸다. MS 관계자는 “한쪽 방은 가장 시끄러운 상황에서, 다른 방은 가장 조용한 상황에서 소리를 포착한다”고 했다.
하드웨어 랩은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보안 시설이다. 연구소 내 각 공간은 원소기호로 표시돼 있다. 파노스 퍼네이 MS 최고제품책임자(CPO) 겸 총괄 부사장은 “비밀 유지를 위해 내부 복도는 한번 들어오면 나가는 길을 쉽게 알 수 없게 만들었다”며 “이 곳은 MS의 모든 하드웨어 제품 개발이 시작되는 곳으로, ㎜(밀리미터) 단위의 적정값 등 모든 디테일을 찾는 핵심 장소”라고 했다.
◇“디테일로 승부”
48년 역사의 MS가 소프트웨어 기업을 넘어 하드웨어 시장 강자를 넘보고 있다. MS는 전 세계 주요국 취재진 17명을 본사로 초청해 하드웨어 혁신 현장을 공개했다. 한국에선 본지가 유일하게 초청됐다.
MS 하드웨어 랩에 들어서자 3D(3차원 입체) 잉크젯프린터 6대가 보였다.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가 나오면 빠르게 디자인해 이 3D 프린터로 다음 날 기초 시제품을 찍어낸다. 옆방엔 다양한 재질과 무늬의 플라스틱, 천 등이 쌓여 있었다. 존 헤일리 매니저는 “수많은 무늬와 색상을 담은 시제품을 만들고 내부 직원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한다”고 했다.
연구소 안쪽으로 들어가자 CNC(컴퓨터 수치제어) 공작기계 26대가 빼곡히 놓인 대형 공간이 나왔다. 한쪽엔 알루미늄 틀과 절삭 공구들이 쌓여 있었다. 3D 프린팅을 거쳐 제품 재질까지 결정한 다음 이를 기반으로 실제 모형을 만드는 곳이다. MS 관계자는 “프로토타입(prototype·시제품)을 기획해 실제 제품으로 출시하기까지 2~3년이 걸린다”며 “제품 모든 요소의 디테일을 하나로 맞추는 데 주력한다”고 했다.
◇인간 중심 디자인에 주력
MS는 ‘서피스(Surface)’ 시리즈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노트북과 태블릿 PC, 화면이 2개 달린 듀얼 스크린 스마트폰, 벽걸이형 대형 터치스크린 등을 출시한다. 콘솔형 게임기인 엑스박스와 키보드·마우스 같은 액세서리도 판매 중이다. 아직 삼성전자, 애플 대비 MS의 시장 영향력은 작다. 세계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MS의 점유율도 2%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하드웨어 사업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은, 디바이스 적용 기술이 추후 소프트웨어 기술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MS는 ‘인간 중심 디자인’으로 타사 제품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을 구현하는 곳이 연구소 내 ‘휴먼팩터 랩(인간 요소 연구실)’이다. 랩 안에는 각종 사람 귀 형태 모형과 다양한 크기의 두상, 다른 굵기의 손가락 모형이 놓여 있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신체에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디자인을 찾기 위한 것이다. 또 사용자들이 MS 기기를 사용하며 눈 초점을 어디에 두는지, 어떤 근육을 사용하는지를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퍼네이 CPO는 “‘모두를 위한 개발’이 우리의 모토”라며 “다양한 고객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레드먼드(워싱턴)=김성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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