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첫 유니콘… “시총 100兆 기업과 붙어 이겨보고파”
“상장은 저희에겐 첫 단추를 꿰는 의미예요. 앞으로 미국 5대 빅테크(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애플) 모두에 반도체를 납품하고, 시가총액 100조원 규모 반도체 기업들과 붙어서 이겨보고 싶습니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파두 본사에서 만난 남이현·이지효 각자대표는 “앞으로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한국 반도체 없이는 안 돌아간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2015년 창업한 팹리스(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파두는 국내 반도체 업계 최초의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기업이다. 지난 2월 한국 포레스트파트너스, IBK캐피탈 등으로부터 120억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1조800억원을 인정받았다. 파두는 올 하반기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 중이다. 현재 코스닥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파두가 상장에 성공하면, 불모지로 여겨지던 국내 팹리스 분야에서 세계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기업이 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두가 만드는 주력 제품은, 데이터센터에서 처리 속도를 높이고 안정적 전송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SSD(Solid State Drive·데이터 저장장치)’ 컨트롤러다. 이지효 대표는 “파두 제품은 경쟁사 대비 전성비(소비전력 대비 성능)가 두 배 정도 좋다”며 “전력은 적게 소모하고 높은 성능을 내는 반도체여야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현재 파두는 세계 시장에서 손꼽히는 소셜미디어 기업과 우주항공 기업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이지효 대표는 베인앤드컴퍼니 IT전자 분야 파트너, 남이현 대표는 SK텔레콤 융합기술원 반도체 연구원 출신이다. 둘은 창업 당시부터 ‘한국 기반의 SSD 컨트롤러 전문 기업’이란 확고한 목표와 전략을 세웠다. 이 대표는 “한국이 팹리스 불모지이지만, 메모리 분야에선 초강자”라며 “SSD에 쓸 수 있는 시스템 반도체는 한국이, 한국 엔지니어가 가장 잘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했다. 남 대표가 있었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연구실 인력을 주축으로, 구로디지털단지부터 삼성전자에 이르기까지 곳곳의 전자·반도체 인력을 영입했다. 이 대표는 “창업 초기엔 삼성전자 출신을 데려오려고 정말 별짓을 다했는데, 요즘엔 국내 대기업에서 먼저 이력서가 들어온다”고 했다. 현재 파두 엔지니어는 230명에 달한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부진에 대해 이 대표는 “데이터센터 수요는 전혀 줄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스마트폰 판매량은 줄었지만,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계속 늘고있다”며 “구글·메타 등 미국 빅테크가 감원으로 비용을 줄이는 것 같지만, 챗GPT 열풍으로 데이터 처리를 위한 데이터센터 수요는 이전보다 훨씬 증가 추세”라고 했다. 파두는 지난해 56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매출(51억원)의 10배가 넘는 수치다. 첫 흑자(영업이익 42억원)도 기록했다. 이 대표는 “재작년엔 샘플 제품 매출이었고, 지난해부터 양산 매출이 나기 시작했다”며 “이제 글로벌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한 대규모 생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파두는 SSD 컨트롤러를 넘어 종합 반도체 팹리스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남 대표는 “3~4년 뒤에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4~5개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며 “데이터센터 서버 한 대에 10종류가 넘는 반도체를 납품하는 브로드컴 같은 종합 팹리스 업체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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