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회사가 봉사활동 강요하는 것은 위법하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회사원들이 회사로부터 교육훈련의 기회를 부여받을 때 느끼는 감정은 보통 2가지로 나뉜다.
직무와 관련된 집체교육이 있다면 한적한 수련원에 갈 수도 있고 회사 예산이 풍족하다면 근사한 호텔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몹시 차별적이고 모욕적인 선별과정 아래 추진된 저성과자에 대한 교육은 적법한 것일까.
헌법재판소가 말한 양심의 자유,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는 회사원에게도 허용돼야 하는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회사원들이 회사로부터 교육훈련의 기회를 부여받을 때 느끼는 감정은 보통 2가지로 나뉜다. '바빠 죽겠는데 무슨 교육이냐'는 마음과 '이 기회에 며칠 좀 쉬고 오겠다'는 또 다른 속셈. 직무와 관련된 집체교육이 있다면 한적한 수련원에 갈 수도 있고 회사 예산이 풍족하다면 근사한 호텔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즈음 처리할 업무가 과중하지 않다면 회사가 제공하는 '월급루팡'(일하지 않고 임금을 도둑질한다는 의미의 속어)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근로자들의 마음가짐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니다. 교육훈련이 예전의 과장·부장, 요새는 PM·PL과 같은 승진자 대상 교육일 경우 긍정적인 의미를 갖지만 이와 정반대로 저성과자가 대상인 경우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저성과자라는 사실이 사내외에 공표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명예의 손상을 입는 것인데 이에 더해 저성과자로 분류돼 따로 교육받는다는 것은 근로자 개인에겐 인격적 모독으로 다가올 것이다.
여러 기업이 운용하는 '역량향상 프로그램'(Performance Improvement Program·PIP)이 대표적 사례다. 수년 전 실재한 사례를 보자. 대기업 A가 추진한 PIP 대상자 선정작업은 나름 치밀하게 이뤄졌다. 당시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 전체(약 8000명)를 대상으로 최근 3년간 인사평가 결과가 하위 1% 이내에 해당하는 저성과자를 먼저 선정한다. 이후 3개월 정도에 걸쳐 소속 부서장 책임 아래 PIP 대상자의 직무수행능력, 업무 수행에 있어서 자세나 태도, 업무성과 등을 면밀히 관찰하는 '행동관찰·심사' 단계를 거친다. 마지막으로 행동관찰을 통한 2차례 평가를 토대로 검증위원회가 그 대상자를 선정하고 이후 PIP를 실행하는 것이다.
이처럼 몹시 차별적이고 모욕적인 선별과정 아래 추진된 저성과자에 대한 교육은 적법한 것일까. 법원은 PIP가 정리해고를 우회할 목적의 퇴출프로그램으로 운용되는 것이 아닌 경우 목적 그대로의 성과향상 프로그램으로서 정당한 것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회사가 성과가 낮은 한계인력을 합리적으로 선정, 관리해 조직의 활력을 제고하고 경쟁력을 향상하려는 목적으로 PIP를 운용하는 것을 경영정책상 시행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 결과 성과향상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되지만 근로자 개인에겐 모욕적인 프로그램들, 인문학 독후감을 작성한 후 검토받거나 업무와 무관한 창업 관련 프로그램 이수하기 등의 교육이 성행했다.
그러나 올해 초 하급심 법원은 이와 같은 저성과자 능력향상 프로그램에서도 회사가 저성과자를 상대로 교육훈련을 시행하면서 사회봉사 활동을 강제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합3309호 사건).
말하자면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그 내용에 있어 사용자가 사회봉사 활동을 강제하는 것은 사용자의 적법한 지시권 행사범위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여기에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비자발적 사회봉사 활동을 결과적으로 강요하는 업무지시권 행사는 법률규정, 또는 근로계약이 정한 범위 밖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사용자의 지시권을 중심으로 근로자의 위자료 청구를 인용했지만 실제로는 사용자의 어떤 강요가 근로자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사실을 전제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에서 월급을 계속 받기 위해 해야만 하는 사회봉사 활동을 생각해보자. 헌법재판소가 말한 양심의 자유,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는 회사원에게도 허용돼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비록 노동력을 팔면서 하루 8시간을 사용자에게 종속돼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업무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양지훈 변호사(위벤처스 준법감시인)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송종국 전처' 박연수 "전재산 처분해 애들 케어…잘사는 게 복수" - 머니투데이
- 정동원, '오토바이 불법주행' 2달 만에 해외서 SNS…근황 보니 - 머니투데이
- 정상훈, 역삼동 70억대 건물주 됐다?…소속사 "사생활 확인 불가" - 머니투데이
- 백종원에 혼나고 각서 쓴 '홍탁집' 반전…"월매출 8000만원 찍었다" - 머니투데이
- "날씬한 女 좋아…외도할 수 있다" 섹스리스 부부의 충격 발언 - 머니투데이
- "공장서 16시간 노동착취"…中 대학생 '묻지마 칼부림'에 25명 사상 - 머니투데이
- [르포]과수원 주인 졸졸 따르다 300kg 번쩍…밥도 안 먹는 '막내'의 정체 - 머니투데이
- 가방속에 젖은 옷 가득…비행기 타려다 체포된 20대 왜? - 머니투데이
- 히밥 "전성기에 한달 1억290만원 벌어"…165만 유튜버 수익 지금은? - 머니투데이
- "창문 모두 깨!" 30년 베테랑 소방관의 판단…49명 목숨 구했다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