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엇으로 러 극초음속미사일 요격?…美국방부 “사실” 공식 발표

박준희 기자 2023. 5. 1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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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마하10으로 비행하는 러의 ‘킨잘’
푸틴 “미국의 MD 무력화시킬 것” 주장
반면 美의 패트리엇으로 첫 요격 “확인”
‘난공불락’ 극초음속미사일 대응 가능
CNN “이번 전쟁에서 주목할 만한 순간”
러시아의 미그-31K 전투기에 탑재된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왼쪽)과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미국의 패트리엇 방공미사일. 뉴시스·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트위터 캡처.

최근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패트리엇 방공미사일 시스템으로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그간 극초음속 미사일이 요격 불가능 무기라고 내세워왔던 만큼 이 같은 요격 사실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됐으나 미국 국방부가 패트리엇에 의한 킨잘 요격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패트리엇 미사일 방공시스템으로 러시아 미사일을 격추했다는 점을 확인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라이더 대변인은 패트리엇에 대해 "이 시스템은 미국과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광범위한 방공 능력의 일부"라면서도 이번에 킨잘 격추에 사용된 패트리엇 미사일이 미국이 제공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측에 문의해달라고 말했다.

당초 방공망이 부실했던 우크라이나는 킨잘 등 러시아 측의 각종 미사일 공격에 취약한 상황이었지만 지난달 미국과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패트리엇을 인도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달 20일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패트리엇 시스템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해 전선에 배치된 현장 사진을 SNS계정에 게시한 바 있다. 당시에도 레즈니코우 장관은 이번에 도착한 패트리엇이 어느 나라에서 온 것인지 특정하지 않은 채 "미국, 독일, 네덜란드 국민들에게 감사하다"고만 언급했다.

패트리엇의 킨잘 요격이 주목되는 이유는 그 동안 통상 음속의 약 5배(마하 5) 이상으로 비행하는 극초음속미사일의 경우 그 빠른 속도로 인해 요격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왔기 때문이다. 킨잘은 발사 후 음속의 4배(마하 4, 시속 4900km)까지 급가속한 뒤 순항 중에는 그 속도가 최대 마하 10(시속 1만2350km)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킨잘 등 자국의 극초음속미사일은 재래식 방공망으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2018년 3월 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두마(하원)에서 가진 국정연설을 통해 첨단 전략 무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AP·TASS·연합뉴스

러시아어로 단검이란 뜻의 킨잘(Kinzhal)은 지난 2018년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정연설 과정에서 처음으로 그 존재를 거론한 6개의 차세대 무기 중 하나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극초음속미사일에 관해 "기존의 모든 대공 및 대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극복할 수 있다"며 "미국의 MD(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각국의 미사일 위협을 분석한 사이트에서 킨잘에 대해 러시아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이스칸데르-M’을 개조해 파생된 극초음속미사일로 추정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480kg의 재래식탄두를 장착한 채 극초음속 비행으로 약 1500~2000km의 사정거리까지 도달할 수 있는 킨잘은 필요할 경우 핵탄두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킨잘을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약 1개월이 채 안된 지난 2022년 3월 19일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남서부 델리아틴 마을 인근의 군수품 창고에 킨잘을 발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에는 우크라이나가 킨잘을 요격했다는 주장이나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 또 미 CNN 방송은 올해 3월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수 발의 킨잘을 발사했으나 우크라이나 목표물에 제대로 도달했는지 어떤 타격을 입혔는지 불명확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앞서 지난 6일 미콜라 올레슈추크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관은 지난 4일 밤 수도 키이우 상공에서 킨잘을 패트리엇 미사일로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또 군 당국의 발표가 나오기 전이었던 지난 4일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매체인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킨잘을 언급하지 않은 채 "극초음속 미사일이 키이우 상공에서 격추됐다"고 처음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킨잘 격추에 성공했다고 밝힌 것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이번에 패트리엇 제조국인 미국 국방부가 이 같은 사실을 공식 확인하며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극초음속미사일 요격의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CNN은 지난 7일 우크라이나 측의 킨잘 요격 발표가 나왔을 당시 "패트리엇 대공시스템이 러시아의 가장 최신 미사일 중 하나를 격추했다는 주장은 15개월째인 이번 전쟁에서 주목할 만한 순간"이라며 "패트리엇 시스템으로 킨잘이 파괴됐다면 러시아의 차세대 무기 중 하나의 능력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평가했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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