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의 토털풋볼] 펩의 비책, '인버티드 센터백' 완전 해부
[STN스포츠] 이형주 기자 = 여기 이 자리서 전술적 담론이 펼쳐진다.
매주 전 세계에서 수백 개의 축구 경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 중에서 전술적 담론을 제시할 수 있는 경기는 일부에 불과하다. STN스포츠가 해당 경기들을 전술적으로 분석하는 연재물을 준비했다.
-[이형주의 토털풋볼], 93번째 이야기: 펩의 비책, '인버티드 센터백' 완전 해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인버티드 센터백' 전술을 완전 해부해본다.
맨체스터 시티는 10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지방 마드리드주의 마드리드에 위치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22/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4강 1차전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양 팀에 똑같은 결과지만 원정에서 무승부를 가져온 맨시티가 아주 약간 유리해진 것이 사실이다. 맨시티는 원정서 UCL의 지배자 레알을 상대로 호각세로 버텼고, 홈으로 돌아가 승부수를 띄울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의 '인버티드 센터백' 전술이 큰 역할을 했다.
인버티드 센터백의 역할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는 전술사를 잠깐 훑을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측면 공격은 '윙어'들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이 윙어들은 현재의 '윙포워드'들과는 다른 역할을 했다.
윙어들은 '안쪽으로 파고들지 않고' 측면에서 그대로 직선 돌파 후 중앙으로 크로스를 올리는 역할을 했다. 오른발 잡이는 오른쪽에서, 왼발 잡이는 왼쪽에서 활약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데이비드 베컴과 호아킨 산체스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이 윙어들의 크로스를 받는 공격수들이 수비 전술의 발달로 고립되게 된다. 이 대응책으로 각 구단들은 고립된 원톱 스트라이커 대신 윙어들을 윙포워드로 올려 빈 공간에서 득점에 보다 집중하게 했다.
크로스보다 득점이 중요해진 측면 자원들은 윙어에서 윙포워드로 변모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슈팅 각을 더 크게 내기 위해 윙포워들은 왼발 잡이가 오른쪽에, 오른발 잡이가 왼쪽에서 활약하게 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FC 바이에른 뮌헨 등에서 활약한 아르옌 로벤은 이 완벽한 예다.
풀백들은 측면 공격수들의 역할 변화에도 계속 직선적인 역할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발상의 전환으로 측면 풀백 역시 윙포워드들처럼 공격에 가담하게 했는데. 이것이 바로 인버티드 풀백이다.
인버티드는 우리 말론 '역방향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풀백이 기존처럼 사이드라인을 타는 것이 아닌 하프 스페이스 쪽으로 파고들며 영향력을 가지게 됐다. 이 인버티드 풀백은 맨시티를 상대로 이른바 '버스'를 세우며 수비에만 집중하는 팀들을 파훼하는데 안성맞춤이었다. 특히 칸셀루는 이 역할을 환상적으로 소화하며, 세계 최정상급 풀백으로 떠오르게 된다.
그런데 칸셀루가 느닷없이 출전 시간의 불만을 띄웠고, FC 바이에른 뮌헨으로 임대 이적하게 되면서 맨시티가 위기에 놓였다. 당시 다른 풀백들의 부상도 겪으면서 과르디올라 감독은 네이선 아케-후벵 디아스-마누엘 아칸지-존 스톤스로 이어지는 4명의 센터백으로 포백을 구성하는 포터백 전술을 쓰게 됐다.
이 포터백에서 좌우 풀백 위치에서 뛰게 된 네이선 아케와 존 스톤스는 인버티드 풀백의 역할을 하게 됐고, 센터백들이 인버티드 풀백의 역할을 했기에 인버티드 센터백이라 불리게 됐다.
하지만 인버티드 센터백들이, 측면이 아닌 보다 안쪽으로 들어오면 경기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인버티드 풀백들과 역할 상 큰 차이는 없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풀백들이 부상, 부진, 컨디션 저하로 예상 외로 인버티드 센터백 전술을 포함한 포터백 전술을 오래 끌고 가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인버티드 센터백 전술에도 변주를 주면서 진정한 '인버티드 센터백' 전술을 보여주게 된다.
최근 리그 경기들. 그리고 이번 레알 마드리드와의 UCL 4강 1차전에서 오른쪽 센터백으로 낙점된 존 스톤스의 움직임은 전술가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스톤스가 왼쪽 대각선으로 이동하면서 로드리와 순간적으로 투 미드필더를 형성한다. 4-1-4-1의 맨시티 전술에서 순간적인 스톤스의 움직임, 그리고 케빈 데 브라위너의 전진으로 3-2-3-2 전술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3-2-3-2는 드림팀 바르사의 3-3-3-1 포메이션에서 착안된 것으로 빌드업 효율이 극상인 포메이션 중 하나다. 스톤스가 자연스럽게 로드리를 보좌하며 공격을 전개하는데, 덕분에 맨시티는 매끄러운 빌드업이 가능하다.
물론 이는 스톤스의 볼 플레잉 능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다시 말해 스톤스가 볼을 다루는 능력이 떨어졌다면 결코 사용할 수 없는 전술이었다는 소리다.
스톤스의 전진으로 한 칸 씩 선수를 올릴 수 있게 되고, 그로 인해 데 브라위너가 엘링 브라우트 홀란드와 투톱을 이룰 수 있게 되는데. 이는 또 맨시티의 공격 파괴력을 더해줬다. 직전 리그 아스널 FC전에서는 이렇게 투톱을 이룬 두 선수가 파괴력을 보여주며 상대를 침몰시키기도 했다.
정리하면 인버티드 센터백 전술은 고전 풀백→인버티드 풀백→인버티드 센터백이라는 조류 속 발생했다는 것이다. 센터백이 보다 경기장 안쪽으로 파고들며 그곳에 플레이에 관여하면서 빌드업 등 여러 상황에서 이점을 만들어내는 전술이라는 것이다. 또 스톤스 정도의 빼어난 능력을 가진 선수가 아니면 쓰기 어려운 전술이고, 이를 쓰면서 맨시티는 빌드업이 용이해지고, 홀란드와 데 브라위너가 더 자유로워지는 등 이점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전술을 실현시키는 것은 선수들이지만, 이를 고안하고 실제 전술에 적용시킨 것은 과르디올라 감독이었다. 물론 과한 생각으로 경기를 망친 적도 적지 않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자신이 세계 최정상급의 전술가임을 보여주고 있다.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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