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별 치료 시대 ‘성큼’…“인간 범유전체 지도 초안 완성”

이정호 기자 2023. 5. 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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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DNA 모습을 묘사한 모식도. 위키피디아 제공

사람 몸이 어떻게 구성되고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설계도인 ‘게놈(유전자와 염색체의 합성어)’을 분석한 자료가 미국 과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 라는 이 자료는 20년 전 제작됐던 게놈 분석 수준을 인종적으로 더 다양화 해서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향후 개인 유전자별 맞춤형 치료에 활용될 기초 연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국립게놈연구소(NHGRI)가 지원하는 국제 공동연구팀은 11일 호모 사피엔스 전체에 걸쳐 발견되는 DNA 염기서열을 최대한 많이 담는 것을 목표로 한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의 초안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네이처 메소드, 게놈 리서치에 실렸다.

NHGRI는 이번 범유전체 참조 지도 초안에 대해 “인종과 민족적으로 다양한 조상을 가진 47명의 게놈 염기서열을 분석해 반영한 결과”라며 “사람마다 염색체를 한 쌍씩 갖고 있기 때문에 모두 94개의 염색체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NHGRI는 내년까지 게놈 분석 대상을 35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염색체 700개의 게놈 염기서열을 정리하겠다는 뜻이다.

염기서열을 안다는 의미는 고장 난 기계를 고치고 싶을 때 정비 인력이 설계도를 손에 쥐고 있는 것에 비유할 만하다.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려고 할 때, 더 신속하고 정확한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에릭 그린 NHGRI 소장은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가 건강 불평등이 확산할 가능성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놈은 생물의 발생과 성장, 기능에 필요한 정보가 담긴 DNA의 총집합체다. 인간의 경우 두 사람의 게놈은 평균 99% 이상 동일하다. 그러나 1%가 안 되는 차이가 개인의 고유 특성으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건강 관련 정보나 질병 진단 및 치료 결과 예측 등 단서가 될 수 있다.

개인의 게놈 염기서열 속에 들어 있는 이런 유전 정보를 파악하려면 비교할 표준이 필요하다. 표준 역할을 하는 게 ‘게놈 참조 지도’다.

사실 인간의 게놈 염기서열을 파악하기 위한 프로젝트(HGP)는 1990년 시작돼 2003년 종료됐다. 지금까지는 HGP와 민간기업 셀레라 제노믹스가 2001년과 2003년 공동으로 초안과 완성본을 공개한 ‘단일 게놈 참조 지도’가 표준이었다.

다만 이때 분석 대상이 된 사람은 20여명에 그쳤다. 그나마도 한 사람의 게놈이 전체 분석 대상 게놈의 80%를 차지하는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일부 게놈에 대한 정보는 누락되기까지 했다. 이번 NHGRI 분석으로 인간 게놈에 대한 이해가 좀 더 정확하고 깊어지게 된 것이다.

미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 아리아 마사랏·멜리사 짐렉 교수는 네이처에 연구 논문과 함께 실린 논평에서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 완성은 중요한 발전이지만 남은 과제들을 극복하려면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향후 이 지도는 신체적·임상적 변이를 더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주고 궁극적으로 더 많은 사람의 건강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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