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은 ‘총회장님’으로 모시고 南붕괴 투쟁한 민노총 간첩단

북한 지령을 받아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등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어제 수원지검 공공수사부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한 4명은 민노총 중앙·지역별 노조에 지하조직을 구축하고 북한 공작원과 해외에서 접촉하거나 비밀교신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북한 간첩이 우리 사회 곳곳에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를 거듭 보여주는 사건이어서 충격적이다.

민노총 조직쟁의국장으로 총책 격인 A(52)씨는 북한 공작원이 “20여년 동안 따뜻한 동지로 혈육의 정을 맺었다”고 할 정도로 친밀했다고 한다. 이들이 공작원과 주고받은 대북통신문 약정음어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총회장님’, 북한 문화교류국을 ‘본사’, 지하조직을 ‘지사’, A씨는 ‘지사장’, 민노총을 ‘영업1부’로 부른 것으로 돼 있다. 이들은 북측 공작원을 만날 때 ‘손에 들고 있던 생수병을 열고 마시는 동작’이나 ‘손에 들고 있던 선글라스를 손수건으로 2∼3차 닦는 동작’ 등과 같이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수법을 썼다. 진보 진영에서는 ‘검찰정권의 공안몰이’나 ‘노동탄압’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검찰이 이들 주거지와 사무실 등에서 압수한 지령문이 90건, 대북 보고문이 24건이다.

북한이 겉으로 평화와 화해를 내세우고 있으나 적화통일을 향한 야욕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측은 이들에게 ‘기자회견 발표, 촛불시위 등으로 민중의 분노를 폭발시키라’고 하거나 청와대와 화성·평택 2함대 사령부 등 시설 자료를 수집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어제도 경찰은 2021년 서울대병원 환자 등 83만명의 개인정보를 빼내간 해킹이 북한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우리가 대화와 화해를 추구하는 사이에도 남측을 무너뜨리기 위해 온갖 술수를 써 온 것이다.

앞서 간첩단 사건으로 기소된 경남 창원의 ‘자주통일 민중전위’와 제주 ‘ㅎㄱㅎ’ 사건 피고인들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고 한다. 남측 체제를 전복하려고 기도한 세력이 남측의 법적 보호장치를 최대한 활용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정작 우리는 2020년 더불어민주당의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단독처리로 내년부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사라진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누가 웃고 있을지는 뻔하다. 북측 선의만 믿고 스스로 가드를 내려놓다가는 자유민주주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