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태영호의 만세 계속될 수 있을까

조병욱 2023. 5. 1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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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만세."

보수당의 지지도가 높은 강남구였지만 탈북민 출신이 수도 서울의 상징과도 같은 지역에서 선출직에 오르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오랜 외국 생활을 거쳐 남한에서 국회의원이 될 정도로 성공한 탈북민도 한국 사회의 보편적 상식과 괴리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잊고 있던 남북한의 차이를 다시 떠오르게 했다"고 전했다.

그의 만세 소리가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는 날이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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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사건 설화로 최고위 사퇴… 정치적 재기할지 궁금

“대한민국 만세.”

지난 3월8일 이 같은 외침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장에 울려 퍼졌다. 태영호 의원이 예상을 깨고 최고위원에 당선된 뒤 내뱉은 취임 일성이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에서 탈북 후 서울 강남갑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태 의원은 수락연설에서 “한반도에서 자유민주주의와 통일이 이뤄지는 순간까지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조병욱 정치부 기자
2016년 8월 탈북한 태 의원은 그해 12월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 말미에도 “통일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며 두 손을 번쩍 들었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의 1997년 기자회견 이후 근 20년 만에 열린 고위급 탈북자의 회견장에서 연출된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그로부터 7년, 태 의원은 집권 여당 지도부까지 입성했다. 남과 북 두 개의 한국에서 집권당 고위직을 역임하는 이색 이력을 더한 것이다.

태 의원은 목숨을 걸고 사선을 넘은 비장한 이야기에 특유의 입담과 유머를 덧대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2020년 총선에서 58.4%의 득표로 탈북민 첫 지역구 의원이 됐다. 보수당의 지지도가 높은 강남구였지만 탈북민 출신이 수도 서울의 상징과도 같은 지역에서 선출직에 오르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그의 공천은 과정부터 화제였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그 사람이 강남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라는 말을 할 정도로 파격적인 공천이었다.

여기까지는 그의 성공적인 남한 정착기다. 이랬던 그가 국회의원 임기 1년여를 남겨두고 위기에 직면했다. 전당대회 기간에 한 제주 4·3 발언 등으로 회부된 윤리위원회를 앞둔 10일 최고위원직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외교·안보 당국 관계자는 “태영호 의원의 제주 4·3 발언이 향후 통일을 향한 과정에서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라며 “단절된 시간 동안 생긴 상식과 역사관 차이 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태 의원을 두둔하거나 비판하는 그런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했다. “오랜 외국 생활을 거쳐 남한에서 국회의원이 될 정도로 성공한 탈북민도 한국 사회의 보편적 상식과 괴리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잊고 있던 남북한의 차이를 다시 떠오르게 했다”고 전했다.

태 의원은 정치적인 결단으로 어렵게 오른 최고위원을 내려놓고, 대신 징계 수위를 낮추는 정치적 선택을 했다. 이것이 내년 총선 공천이나 향후 그의 정치적 행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그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라는 새 난관도 맞닥뜨리게 됐다. 한껏 몸을 낮춘 태 의원이 정치적 재기를 이뤄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통일을 말하는 사람이 사라진 시대에, 북쪽에서 온 이방인 의원의 도전이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날지, 아니면 정치적 재기를 이루며 통일의 꿈에 재도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태 의원은 2018년 쓴 회고록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내 삶에 녹아 있는 북한의 시대상, 사회상, 생활상과 그 변천사를 한국 사회라는 스크린에 투영하고 싶었다. 북한 사회라는 거울로 보면 한국인 스스로는 알기 힘든 한국의 위상이 비춰진다”고 했다. 그의 만세 소리가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조병욱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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