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 공무원보호법 ‘있으나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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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부터 공무원을 괴롭히는 악성 민원인에게 안전장비·요원을 활용하도록 한 규정이 시행됐지만 서울 일선 자치구에서 실효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격앙된 민원인에게 '녹화하겠다'고 말한 후 촬영해야 하다 보니 현실과 맞지 않고, 안전요원 배치도 비용 문제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행안부는 지난해 7월 민원처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안전장비 설치와 안전요원 배치 등 의무적 조치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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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민원인 대응 ‘웨어러블 캠’ 도입
“녹화” 고지 후 촬영 가능해 활용 전무
안전요원 배치도 예산 탓 ‘지지부진’
대부분 주민센터 ‘안전 사각지대’에
지난달 1일부터 공무원을 괴롭히는 악성 민원인에게 안전장비·요원을 활용하도록 한 규정이 시행됐지만 서울 일선 자치구에서 실효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격앙된 민원인에게 ‘녹화하겠다’고 말한 후 촬영해야 하다 보니 현실과 맞지 않고, 안전요원 배치도 비용 문제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웨어러블 캠의 활용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가장 큰 이유는 운용 기준과 사용 범위 때문이다. 행안부 표준지침에 따라 웨어러블 캠은 상시 촬영이 불가능하다. 민원인의 폭언·폭행이 발생했거나 발생하려는 때에 촬영을 고지한 후 영상 촬영을 시작하고, 종료 사실도 고지해야 한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지난달 웨어러블 캠이 도입됐지만 아직까지 사용한 적은 없다”며 “격앙된 상태의 민원인에게 지금부터 녹화를 시작하겠다고 고지했다가는 자칫 화를 돋울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한 동 주민센터 공무원은 “주민센터에 웨어러블 캠 1대를 배부받았지만, 서랍 속에서 잠자는 상황”이라며 “폭력 행위가 발생한 후 증거를 만들기 위해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폭력을 사전 예방하는 효과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보다 실효성 있는 해법으로 꼽히는 안전요원 배치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자치구가 미온적인 자세다. 일부 자치구에서 복지 수요가 높은 동 주민센터 위주로 방호 직원을 채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주민센터가 안전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구청뿐 아니라 악성 민원인 발생 빈도가 높은 동 주민센터에도 안전요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지만, 인당 연 3800만원 내외의 예산을 들여 전체 주민센터에 인력을 배치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주관 부서인 행안부도 해당 의무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김재현 전국공무원노조 청년위원장은 “민원인에 의한 폭력 상황에서 동료 공무원이 몸싸움을 제지했다가 민원인에게 도리어 폭력으로 고소당한 선례가 축적되다 보니, 옆 직원이 맞아도 개입을 꺼리는 분위기”라며 “읍·면·동 주민센터 단위까지 방호 인력이나 청원경찰 등 악성 민원인을 제지할 권한을 가진 인력을 상주시켜 폭력에 대처하도록 하는 게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의 적극 행정으로 주민 편의를 높이는 게 우선 중요하지만, 공무원에게 위해를 가하는 민원인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며 “민선 구청장의 표를 의식한 가벼운 대응은 폭력을 용인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뿐”이라고 말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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