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 완화에 금리동결 가능성 커져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3. 5. 1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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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년 만에 4%대로 나타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3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0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한 뒤 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1년간 고강도 긴축에 경기 침체우려가 심해지고 있고, 긴축의 효과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시간을 고려해 인플레이션이 심화되지 않을 경우 당분간 금리 인상 없이 시장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10일 미국 노동부는 4월 기준 CPI 상승률이 4.9%, 근원CPI 상승률이 5.5%로 지난 3월 대비 각각 0.1%포인트 하락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CPI 상승률은 시장예상치 5%를 하회하면서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제동을 걸었다. 특히 CPI 상승률이 4%대로 조사된 것은 2021년 4월 4.2% 이후 처음으로, 연준의 고금리 긴축정책이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다만 물가 하락을 주도한 에너지(-5.1%)와 중고차(-6.6%)를 제외하고 식료품(7.7%), 교통(11%), 주거비(8%), 의료서비스(4%) 등은 여전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금리 결정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완화된 조짐을 보이면서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출 수 있는 여지를 줬다"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노동시장과 개인소비지출 지표를 참고해 연준이 다음달 금리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월 미국 인플레이션이 완화됐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은 냉각되고 있지만 여전히 완강한 상승세"라며 경계심을 보였다. 연준의 목표치가 2%대인 점에 비춰 아직 2배가 넘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지난 8일 뉴욕 연은이 공개한 소비자기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4.4%로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특히 3년 기대인플레이션은 2.8%에서 2.9%로 올랐다. 연준의 목표치는 3년 뒤에나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날 예상치를 하회하는 CPI 리포트에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는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아졌다. 10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다음달 14일 금리 동결 가능성을 기존 74.2%에서 85.8%로 상향했고, 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기존 25.8%에서 14.2%로 떨어뜨렸다.

시장에서는 전망치를 하회하는 CPI 상승률이 나올 경우 주식이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긴축강도가 약해지면서 투자자들도 예금이나 채권, 금보다는 주식을 사면서 위험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연준 내부에서는 매파적인 발언으로 섣부른 정책전환(pivot)에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9일 연준 내 중도성향의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뉴욕 이코노믹클럽 연설과 외신 인터뷰를 통해 "만약 추가적인 (금리 인상) 정책이 적당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그렇게 조치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우리는 말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특히 "올해는 금리를 인하할 어떤 이유도 보이지 않는다"며 "내 예측에는 우리가 꽤나 오랫동안 제한적인 정책입장을 고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연준이 목표로 하는 2%대 인플레이션에는 향후 2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같은 날 연준 2인자인 부의장으로 내정된 필립 제퍼슨 연준 이사는 애틀랜타 블랙체임버스 비즈니스그룹에 보낸 논평에서 '경기 침체의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 제퍼슨 부의장은 "미국 경제가 질서정연(orderly fashion)하게 둔화되기 시작했다"며 "다만 내 시각에서 인플레이션이 내려오고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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